검찰이 김학의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이성윤을 기소했을 때 정의당은 검찰에게 기소당했으므로 이성윤은 고검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비판했었다. 하긴 김학의를 출국금지시킨 자체가 문제라며 법무부장관에게 따져묻던 것이 정의당이기도 했었다. 검찰이 출국을 허가했는데 어디 감히 법무부가 나서고 청와대에서 그 문제를 언급하는가. 정권이 바뀌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자칭 진보들의 일관된 논지였었다.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짓고 더이상의 수사를 허가하지 않았다면 어떤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든 더이상 수사하려 해서는 안된다.

 

곽상도가 조작한 유서대필사건은 당시 한계에 부딪히며 자살로써 투쟁을 이어가던 학생운동을 한 방에 괴멸시킨 중대한 사건이었었다. 부정한 권력에 항의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까지 내놓아가며 싸우던 학생들에 대해 죽음을 부추긴 배후가 있었다며 그들이 죽으면서 남긴 유서마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었다고 수사기관이 공표한 것이었으니.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죽음은 아무 의미없는 것이 되었고 더구나 하지도 않은 유서대필의 혐의가 씌워진 강기훈씨는 억울하게 긴 세월 징역살이까지 해야 했었다. 하지만 그런 곽상도조차 자칭 진보는 지켜야만 했다.

 

하긴 작년 총선이 끝나고 바로 정의당이 내뱉었던 일성이 민주화세대와의 단절이었었다. 자기들과 민주화의 역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민주화세대를 적대하는 듯한 태도마저 보여주었다. 아마 한겨레의 칼럼이었을 것이다. 민주화세대란 가부장적인 남성권력의 기득권자들이다. 그러므로 한겨레는 그런 민주화세대를 중심으로 한 자신의 독자들에게 충성하려 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비판이나 요구에 귀기울여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국민의힘은 '노동존중의 정당'인 것이고, 그래서 작년 총선 이후 국민의힘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 비판도 없이 민주당만을 적대해 온 것이었다. 윤희숙에 대해서도, 박덕흠에 대해서도 정의당은 한 마디 비판논평을 내지 않았었다.

 

그래서 화천대유와 관련해서 곽상도와 윤석열의 이름이 언급되자 그를 비판하는 척 결국 곽상도의 주장대로 모든 책임을 이재명에게 돌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곽상도의 아들이 50억을 받은 것도 이재명 때문이다. 윤석열의 아버지가 집을 판 것도 이재명으로 인한 것이다. 박영수 딸이 아파트를 받은 것도 이재명이 인허가하지 않았으면 없었을 일이다. 인근에 나경원과 이완구가 땅을 산 것도 이재명이 그렇게 시킨 것이다. 그러니 이재명이 사죄하고 특검을 받으라. 곽상도가 사퇴하는 것을 보며 지금 심상정은 얼마나 크게 땅을 치며 안타까워 하겠는가.

 

그동안 자칭 진보가 보여 온 태도가 그랬다는 것이다. 윤희숙이 명백하게 자신의 직분을 이용하여 부동산투기를 했음에도 차라리 의원직 사퇴를 내 건 태도에 감탄하고 있었다. 오세훈이 용산참사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전적으로 돌렸을 당시에도 정의당의 비판은 법 안에서 정당하게 월세를 받았던 박주민을 향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이상 전세를 올려받은 주호영은 오히려 감싸고 있었다. 그런 연장에 있는 것이다. 자칭 진보가 더이상 진보가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그 잘난 여성주의도 김학의로 인해 부정되었으니 남은 것이 뭐가 있는가. 그저 버러지일 뿐. 가치가 없는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