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썼지만 나는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한 논란과 이번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사보타쥬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생각한다. 이른바 청년들이 그토록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한 이유가 무엇인가. 심지어 공정성을 앞세워 강하게 정부와 여당을 성토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하다. 비정규직이란 노력하지 않은 이들이고 그들에게 정규직이란 보상을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사실 내 입장에서 이해가 안되는 게,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든 농협에서 일하든 삼성에서 일하든 보안은 그냥 보안이다. 말이 보안이지 그냥 경비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미화원인 미화원이고 시설관리는 시설관리다. 설마 정규직 된다고 회사에서 보안원들을 전과 다르게 대우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시설관리직이 사무직하고, 미화원이 관리자로 올라가고, 그런데 아주 오래전에는 이들도 대부분 회사에서 직고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직고용했다고 하는 일이 달라지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도 정규직이란 신분을 가지는게 그리 못견딜 일인 것이다.

 

의사라면 마땅히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 환자를 진료하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환자를 외면한 채, 심지어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기들 주장을 관철하겠다고 병원을 떠나고 있었다. 책임이 아니다. 저들에게 의사란 직업은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사명과 처음부터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의사란 트로피다. 자신들이 학창시절 내내 죽어라 공부한 보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능 1등급 어쩌고 하는 소리가 당연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기가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 만큼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의사가 되려고 보니 의외로 의사에게 주어진 것이 그리 대단치 않은 것 같다.

 

하는 일을 보는 것이 아니다. 감당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살피는 것이 아니다. 직업이란 곧 신분이고 지위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는 직업에 맞는 신분과 지위를 가져야 한다. 더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만큼 그에 걸맞는 신분과 지위가 뒤따라야 하고, 따라서 그만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그에 어울리는 신분과 지위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바로 정규직이다. 그것도 대기업 정규직이다. 내 상식에서 아무리 현대자동차 정규직이어도 생산직은 생산직이고 미화는 미화일 테지만 저들에게는 그것이 아니란 것이다. 마치 인도의 카스트제도나 신라의 골품제도, 혹은 봉건사회에서의 신분제도와 닮아 있을 것이다. 소돼지를 잡는 것은 백정이 해야 할 일이고, 의원은 중인이나 할 만한 일일 것이고, 아무리 학식이 뛰어나도 노비의 자식이 관직에 오를 수 없는 것이다. 어딜 감히 보안검색이, 미화가, 시설관리가, 캐셔가 정규직이란 신분을 가지려 하는가.

 

마찬가지로 그렇기 때문에 의사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손에 넣은 자신들은 그에 걸맞는 보상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사나 간호사들과 합의한 것은 의미가 없다. 병원장이나 지자체장들과 합의한 것도 아무 가치가 없다. 의료는 의사가 안다. 자신들이 안다. 그러므로 자신들이 결정한다. 나아가 의사도 되지 못한 정치인 공무원 나부랭이가 자신들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하려 해서는 안된다. 절박한 정의감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최대집에게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들은 정의를 실현하려는데 의사협회가 그 정의를 정부에 멋대로 팔아넘겼다.

 

어째서 젊은 네티즌들이 그런 의사들의 집단적인 행동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인가. 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길러내자는데 그마저도 무작위로 시험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그 논리에 답이 있다 보는 것이다. 시험이 전부다. 시험이란 노력이고 시험의 결과는 실력이다. 그것이 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우선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 역시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그러므로 노력 않은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고, 의사들이 자신들의 노력에 걸맞는 권리를 찾으려는 것은 정당하다. 보수가 아니다. 더 나쁘다. 자유주의는 자발적 노예를 허용하지 않지만 자유의지주의는 때로 자발적인 노예의 존재마저 긍정한다. 결국 이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최근 일도 아니다. 우병우가 몇 살인가 떠올려 보라. 우병우 때도 그랬었다. 공부 잘해서 판사 되고 검사 되고 의사 되면 네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미화원 경비원 시설관리원처럼 된다. 그래서 예전 내 또래나 선배들은 공돌이 공순이라 불리던 생산직 노동자들을 위해 대학생이란 신분마저 던져버렸지만 이제는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지키기 위해서 더욱 생산직 노동자들을 공돌이 공순이라 차별해야만 한다. 이명박이 참 많은 일들을 했다. 저 놈들이 이명박은 찬양하는 게 괜한 게 아니란 것이다.

 

젊은 의사들이 건강보험체계를 흔들려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인 것이다. 돈 많은 분들은 자유롭게 더 비싼 의료를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돈 없는 놈들은 그냥 지금처럼 건강보험의 범위 안에서 값싸게 더 불편한 의료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정의다. 그러니까 정부는 수가를 강제하지 말라. 의사놈들이라 그렇다기보다 젊은 기자란 새끼들도 생각하는 게 똑같다는 것이다. 경향일보에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가운데 대학생이 얼마인가 보도한 것을 기억하는가? 정의당도 그래서 더이상 대학도 나오지 못한 무지렁이들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윤은혜를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긴 교육부총리 하나 때려잡는다고 한순간에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까지 손을 대야만 해결될 문제인 것이다. 어째서 젊은의사 비대위는 인국공을 들먹였는가. 물론 이미 사전에 계획된 것이 있을 것이다. 전공의들 진료거부 돕겠다고 사랑제일교회에서 숨어다니며 필사적으로 코로나 퍼뜨린 걸 보라. 전공의 의대생 심지어 의사들까지 그러더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지금이 기회다. 사람 몇 죽어나가면 정부가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따위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공개된 커뮤니티에서 떠들고 다닐 수 있는 정신상태란 것이다. 어디부터 바꿔야 하는가? 앞으로 30년이 아닌 50년은 더 집권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인 것이다.

 

아무튼 여러 커뮤니티에서 오랜동안 지켜봐 온 결론이 이렇다는 것이다. 보수화가 아니다. 파편화다. 개별화다. 공동체가 사라졌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아예 지워져 있다. 권리만 남는다. 보상과 이익만 떠올린다. 그런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 타인에 대해 더욱 잔인할 정도로 엄격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자신은 벌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래야만 한다. 악플 다는 놈들 머릿속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안한 이유다.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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