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재판정에서 누군가 재판장에게 이렇게 주장한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피해자입니다. 저 사람을 처벌해 주세요."

 

그러면 재판장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상식으로 모두가 알지 않은가. 자기가 어디 사는 누구고,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일들을 당했고, 구체적으로 그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증거나 진술을 가지고 있고, 그러므로 가해자로 지목된 피고의 반론에 대해 자신의 주장에 더 타당성이 있으므로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치밀하게 근거를 대고 주장해도 상대가 제시한 근거와 논리에 의해 얼마든지 탄핵당할 수 있고 무죄로 판단될 수 있다. 그것이 재판이다.

 

공론이란 공공의 판단이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 주어진 근거와 논리들에 대해 각자 개인이 판단하여 집단의 이름으로 취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론에 맡기기 위해서도 다중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투라고 자기의 이름과 얼굴부터 드러내고 자신을 가해한 상대를 다중에게 고발하는 경우가 생겨난 것이다. 여러 이유로 사실을 드러내기도, 처벌해달라고 고소하거나 고발하기도 어려웠는데 이제 와서 여러 다중들의 지지에 기대서 한 번 모두의 앞에서 그동안 자신의 고통과 억울함을 한 번 풀어 보겠다. 그러자면 최소한 다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존재를 밝히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와 논리를 충분히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서지현 검사도 그런 경우였었다. 김지은씨도 그래서 방송에서 직접 나와 밝힌 구체적인 사실들을 듣고 바로 판단을 내리고 안희정을 용서못할 쓰레기로 규정지었던 것이었다. 그냥 김지은씨가 여성이고 미투라며 피해자라고 주장하니까 그리 믿어 버린 것이 아니란 것이다. 배우 오달수씨를 미투로 고발한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은 아무리 주장하는 걸 들어도 그냥 오해하고 관계를 맺으려던 것이 당사자의 거부로 인해 미수로 그친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이었다. 충분히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은밀한 공간을 찾아갔는데 또 따라오기도 해서 성급한 행동을 했더니 사실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왜 미투지? 차라리 몇 십 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폭로한 경우는 미투라 볼 만한 부분이 있었다. 당시는 사회 분위기가 또 그런 피해를 공공연히 밝히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으니. 그래서 이번 박원순 시장의 경우는 피해자라 주장하는 고소인이 구체적으로 밝힌 사실이 뭐가 있었지?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른다. 이름이 뭐고 어떻게 생겼고 어디서 뭘 하며 사는 사람인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구구한 억측들이 쏟아져 나온다. 뭐가 맞고 뭐가 틀리는지 모르는 가운데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그 사람의 말에 신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인가. 단지 여성이고 피해를 고발하고 있었으니까? 반여성주의 어쩌고 떠드는 놈들이 진짜 좆같다는 게, 이런 식으로 고소만 하면 바로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구조가 고착되면 진짜 피해를 입는 것은 박원순 시장처럼 편들어 줄 사람도 없는 그냥 다수의 평범한 남성들이란 것이다. 여성주의자들이 이번 한 번만 써먹고 끝낼까? 이번 한 번 만 크게 써먹고 앞으로 그냥 고소인이며 피고소인이라고 평범하게 쓰려 할까? 그래서 언제 어디서 뭘 어떻게 구체적으로 당했느냐고? 최소한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사실관계는 드러내야 하지 않겠는가.

 

당장 텔레그램으로 보냈다는 속옷사진만 해도 그냥 사진 한 장 골라서 까발리면 되는 일이다. 냄새를 맡았고 어쩌고 하는 행동들도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했는지 판단할 수 있게끔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행동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자기 몸에 나는 냄새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식으로 신체접촉을 했고, 자기에게 말을 걸었고, 그 가운데 죽은 사람이기에 반론할 수 없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과연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가 추론하고 개인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까 당시 이런 일들이 일어났구나. 그런데 없다. 그냥 성추행이 있었다. 그것도 죽은 이를 곱게 보내서는 안 될 정도로 끔찍하고 추악한 성추행이 당시 박원순 시장에 의해 저질러졌다. 뭔지 밝히지는 못하겠지만 극악무도한 범죄가 자신에게 저질러진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는 그냥 피해자고 박원순 시장은 가해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안다. 실제 성희롱이나 성추행이라고 고소고발된 사건들 가운데 또한 상당수가 상호간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라는 것을. 당사자는 그저 선의로 무심결에 한 행동인데 고소고발인들에 의해 자신들에 피해를 입힌 가해로 규정되어졌었다. 설사 실제 그런 행동들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결론내어진다 하더라도 또한 각자의 판단 속에 얼마든지 다른 결론이 내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박원순 시장을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인상짓기 위해서. 과연 마지막까지 언론이 박원순 시장에 대한 진실을 사실이 아닐 경우에도 그대로 보도하며 자신들의 억측을 사과하는 모습이라도 보일 것인가. 정의연에 대한 수많은 오보들에 대해 윤석열에게 오체투지까지 했던 한겨레조차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웃기는 상황이란 것이다. 뭔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흉악한 범죄였다. 어디 사는 누구고 언제 어디서 뭔 일을 당했는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주장하니 피해자이고 상대는 가해자라는 것이다. 여성주의에 반대한다면서 그런 논리에는 충실히 지지를 보내는 얼간이들도 있다. 그러니까 극단적인 대립도 생겨나는 것이다. 김지은씨 경우도 사람에 따라 당시 김지은씨의 행동이 전형적인 위계강간 피해자의 행동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련지식이 없는 경우는 불륜이 아니라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었다. 그래도 워낙 고발내용이 구체적이고 자신의 얼굴과 이름까지 내건 당당함과 절박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김지은 씨의 손을 들어주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믿음 뿐이다. 고소인을 믿는가. 고소인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 것인가.

 

그래서 언론이 굳이 피해호소인이라는 말까지 만들었다가 다시 피해자라는 표현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다. 하필 그러한 선택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이 중앙일보와 정의당이라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는 것이다. 정확히 정의당내 여성주의자 그룹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커넥션을 의심했던 것이다. 지난 박근혜 탄핵 당시 여성주의자들이 보인 행보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러니까 고소당한 순간 가해자고 고소한 순간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말장난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2차 가해라고? 그러니까 뭐가 가해인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가해였고 피해였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가정법이다. 고소인을 피해자로 가정하고 이런저런 상상을 더하거나, 고소인이 오해했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를 가졌을 경우를 가정하고 이런저런 상상을 끌어다 붙이거나. 그런데 재판이란 원래 고소고발한 원고 자신도 무고의 심증을 의심받으며 치러지는 것이다. 자기는 아무 피해없이 다른 사람만 일방적으로 피해주겠다? 여성이란 얼마나 특권화되어 있는가를 알 것 같다. 여성이 무슨 대단한 신분이고 벼슬인가? 엿같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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