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미투란 진보정당 정의당 진보언론 한겨레 같은 형용모순에 가까운 표현일 것이다. 미투란 원래 누군가를 고발하기보다 그동안 침묵해야만 했던 피해자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행동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효도 지난 경우가 많아서 법적 처벌은 어려운 경우라도 모두가 사실을 알고 자신을 지지하며 가해자를 비난하는 상황을 통해 자기 잘못이 아니고 자신은 오로지 피해자일 뿐이란 사실을 사회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구호도 나오는 것이고, 당신의 편에 서겠다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고발을 익명으로 한다?

 

더구나 그같은 미투의 고발 과정에서 반드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나오면서 사회적 단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 의해, 설사 그 고발이 거짓이었다 할지라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고발에 얼마나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것인가. 내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사실이 아닐 경우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럼에도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었기에 대중의 앞에 서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밝힌 만큼 구체적인 사실들에 대해서도 함께 폭로가 이루어졌어야 했을 텐데 그런 것은 없이 그냥 일방적인 주장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죽어서 어떤 반론도 할 수 없는 상황에.

 

과연 박원순 시장이 그런 선택을 한 이유가 성추행 고소 때문이었는가. 하지만 의도적으로 언론의 보도는 그런 식으로 사실관계를 몰아간다. 성추행 고소를 알았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므로 박원순 시장은 분명한 가해자다. 박원순 시장 자신이 어떤 반박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사실을 이용하려는 듯 일방적인 주장만 사실처럼 퍼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명백한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고인의 명예를 짓밟는 행위를 하는 만큼 자신 역시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상식인 것이다. 그만한 구체적인 근거라도 제시하던가. 텔레그램 비밀방 초대사진 같은 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누군지도 모르고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도 모르겠는데 내 주장만 믿어달라.

 

미투의 취지를 오히려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 한국 여성계란 주장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누군지도 모르고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내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니 그 주장을 들어달라. 믿고 지지해 달라. 남대문에 불질렀던 사람도 자기 나름의 억울함이 있어서 그리했던 것이었다. 세상에 억울한 일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매번 그런 억울한 이들의 이야기를 마냥 믿고 지지하기만 해야겠는가. 그런데 그러라고 강요하고 있다. 물론 민주당을 타겟으로 삼은 덕분에 언론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다. 원래 한국 여성주의자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처음부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박근혜를 자신들의 진정한 대통령으로 지지하던 것이 바로 그들이었었고.

 

그러니까 과연 지금 상황을 미투라 부를 수 있는가 묻는 것이다. 당사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그저 주장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소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되는 오해와 추측들에 대해서마저 2차가해라며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그래서 그런 오해와 추측들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미투에서는 자기 얼굴과 이름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누구인지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고소를 했으니 피해자일 것이고 고소당했으니 가해자일 것이란 믿음은 그냥 맹목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아무튼 이로써 분명해지는 것은 여성주의자들은 단지 여성주의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자신들을 정의하는 전부다. 박원석 같은 남성 여성주의자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보편의 인간으로서의 여성이 아닌 오로지 여성 그 자체만을 고집하며 관철하려 한다. 왜이겠는가. 다 들어주고 받아주었기 때문인 것이다. 바로 그 박근혜를 탄핵당하고 나서까지 지지했던 것이 그런 여성주의자 부류들이란 것이다. 하긴 그 원한도 적잖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광장을 개방했던 박원순의 죽음까지 부관참시해야 한다. 참 명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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