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자객이란 자체가 목표로 한 대상에 맞춰 그 신분과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도 조선총독 쯤 되니까 강우규 같은 명사가 나섰던 것이었고, 일본의 텐노나 장성들 쯤 되니까 김구가 직접 나서서 이봉창과 윤봉길을 임명하여 보냈던 것이었다. 그냥 순사보 하나, 악질 헌병 하나라면 굳이 그런 인물들씩이나 나설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자객이란 그런 정치적 메시지까지 가지게 된다. 누가 자객으로 나서는가. 흔히 하는 말로 누가 저격수가 되어 정치적 공세를 전담할 것인가. 당 전체가 나선다면 그야말로 상대의 급만 높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대통령에 대한 지저분한 정치적 공격은 당내에서도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물이 전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중요성이 떨어지는 인물로 맞상대하게 함으로써 상대의 격까지 함께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만한 인물에게는 딱 이 정도 되는 인물이 적당하다.

 

한 마디로 그나마 당대표 쯤 되니까 김남국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김남국 말고 민주당 차원에서 따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자칫 당차원에서 나섰다가 이준석의 급만 높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런 당직도 맡고 있지 않은 김남국 정도가 적당하다. 불씨는 그래도 최고위원으로 지명도 높은 김용민이 당기고 이후 불을 계속해서 지피는 것은 초선에 당내에서 입지도 그다지 크지 못한 김남국 혼자다. 그래도 충분하다. 이준석이란 고작 그런 정도 인물이고 의혹이라는 것도 그런 하찮은 것이다.

 

차라리 중대한 비리나 범죄였다면 오히려 이준석의 급을 더욱 높여주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원래 저쪽 지지자들 성향이 그렇다. 천만 원 이천만 원 정도는 오히려 용서못할 파렴치한 범죄일 수 있는데 십억 이십억 백억이 넘어가면 능력이 된다. 그래서 하찮게 자잘하게 디테일 가지고 공격에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하찮으면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란 자체가 매우 희귀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걸렸다고나 할까?

 

민주당에서 입장을 정한 것이다. 이준석을 어느 정도 급으로 상대할 것인가. 이준석이란 야당의 대표를 어느 정도 급으로 예우할 것인가. 딱 김남국 선에서 정리하면 좋은 정도란 것이다. 그래서 당이 움직이지 않고 김남국 개인만 움직인다. 물론 정보와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과정은 당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사실 김남국 입장에서 저격수로 나선다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한계를 긋는 자기희생일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적 저격수로 나섰던 이들 가운데 정치적으로 크게 성공한 이들이 몇이나 되던가. 일단 손에 피를 뭍히면 그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된다. 초선 5인방이 멍청하다는 이유다. 그것도 상대당의 피를 뭍히면 모르겠는데 이것들은 자기당의 피를 기꺼이 손에 뭍히겠다 나서고 있었다. 그릇의 차이랄까. 정작 입바른 소리 잘하는 이들 가운데 과연 상대당과 진흙탕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손에 피를 뭍힐 수 있는 이가 하나라도 있을 것인가.

 

아무튼 그럼에도 김남국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맡아 수행하는 탓에 민주당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헛발질해도 책임은 김남국 혼자 지는 것이다. 이준석의 저격에 성공해도 그 핏값은 김남국에게만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지지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런 무거운 책임을 맡은 자기희생에 보답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준석을 설사 잡지 못해도 기꺼이 핏구덩이로 뛰어든 그 용기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송영길이 의외로 능력이 있다. 소인배이기는 한데 그래서인지 더 치사하고 교묘하고 악랄하다. 이전 당대표들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저격수를 운용하지 않는다. 황교안이나 김종인 체제에서 저격수로 나섰던 정치인 혹시 기억나는 사람 있는가? 이런 것도 정치의 기술이다. 잘하는 중이다. 김남국을 응원한다. 돌려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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