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이후 찾아오기 시작한 사람을 제외하고 거의 알고 있을 것이다. 작년 여름부터 갑작스레 백수가 되며 취직하겠다고 거의 석 달 가까이 발악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들로 실제 구직활동에 나섰던 시간은 두 어 달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매일같이 거의 대부분의 구인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놓고 시간단위로 새로운 구인광고를 찾아 헤매던 시간들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그때마다 얼마나 두렵고 불안하고 초조했었는지. 그런 자신에게 구인광고에 적힌 지원자격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왔었는지.

 

당연하게 구인광고란 자신들이 필요로 하고 혹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적절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조건이 맞지 않거나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이 실수로 지원해서 서로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신들이 구하고자 하는 조건과 자격을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는 몇 살 이상부터 몇 살 이내까지, 학력과 경력은 어느 정도면 적당하고, 필요한 자격은 이런 것들이 있다. 바로 여기서 일차로 걸러지는 것이다. 대충 봐서 한두 살 까지는 어떻게 연락해서 지원이 가능한지 여부를 물어 볼 수 있지만 그 이상 차이가 벌어지면 그냥 다른 구인광고부터 찾아보게 된다. 어차피 연락해봐야 의미가 없다. 서로 괜히 시간과 노력만 허비할 뿐이다. 하물며 사기업의 구인광고도 아닌 정부에서 세금을 사용해서 지원하는 사업이란 것이다.

 

실제 한 10여 년 전, 그러니까 이준석이 병역특례 도중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하단 당시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는 직업교육프로그램에 지원했던 적이 있었다. 벌써 몇 년 째 단기일자리만 전전하던 무렵이라 차라리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교육과정을 통해 자격증이라도 따 볼까 지원했었는데 상담 도중 그냥 일어나야 했었다.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해야 했기에 주말에만 파트타임으로 하던 일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일마저 그만두고 완전한 백수가 되고 나서야 교육과정에 등록할 수 있다. 공무원들 일하는 방식이란 게 그렇다. 고작 주말에만 전혀 교육프로그램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알량한 돈을 버는 정도였지만 그조차도 안된다. 그래서 더 어이가 없는 것이다. 원래 산업기능요원 역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단지 병역을 대신할 분인 노동자 신분이거든.

 

이준석이나 당시 멘토였다는 인간이나 해명이랍시고 하는 말들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정부의 정식 공고에는 분명 고등학교나 대학교, 혹은 대학원 재학생이라고 나와 있었다. 졸업생도 서류전형을 통과한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현업에 종사중인 사람은 안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해놓은 상태였었다. 이준석에게 산업기능요원이란 현업이 아니었던 것일까? 자기 전공이고 자기 특기고 자기 지망이라 해당 분야에서 병역을 대신해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던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것이다. 법이 정한대로 노동자 신분으로 해당 회사에서 그동안 열심히 월급 받은 만큼 일하고 있었다면 자기가 현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다는 인식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일하고 있었는데? 이미 회사에서 노동자로서 맡은 업무가 있었을 텐데도 거의 놓아주듯 자유로운 외출을 허락한 부분도 그래서 납득이 되지 않는다. 회사 일이라는 게 마음대로 빠지고 나서 나중에 시간만 채워 벌충하는 게 가능한 수준이었단 것인가.

 

더구나 정부에서 그렇게 공고를 냈는데 뒤에서 전혀 다른 내용의 내부지침이 있어서 별개로 적용되었다면 그 자체로 이미 공정과는 거리가 먼 행태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온라인게임에서 운영자만 아는 비밀스런 조건을 충족했을 경우 다른 유저들과 크게 차이가 나는 훨씬 유리한 직업과 스킬과 아이템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 게임은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도 같은 조건을 충족할 경우 같은 직업과 스킬과 아이템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 몇몇 사람에게만 한정해서 그런 이점을 독점케 한다. 내가 일부 게임소설들을 그냥 첫머리만 읽고 덮어버린 이유다. 그런 식으로 게임 운영하면 사람들 다 떠나간다. 마찬가지다. 구인광고에는 이렇게 써놨는데 정작 채용된 것은 그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다. 48세 미만은 지원할 수 없다고 해놓고서 채용한 사람을 보니 60세도 훨씬 넘었다. 알고 보니 지원만 했으면 나도 가능했을 내부 규정이 따로 있었다고 한다. 이건 사람 가지고 노는 것이다. 사기업도 그런데 하물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의 사업이야 말할 것도 없다.

 

혹시라도 10여 년 전 내가 도중에 일어나야 했던 이유인 주말 단기 일자리는 커녕 현재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도 교육프로그램의 대상으로 선정된 이가 있었다면, 알고 보니 내가 알지 못한 다른 내부 방침으로 인해 그리 결정된 것이라면 절대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당시 내 사정이 절박했으니까. 아마 당시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 지원했던 350여 명의 사람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지원 아래에서 교육도 받고 실력도 키우고 장차 취업과 창업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집에 돈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당장 졸업하면 앞이 막막한 처지에서는 마지막 동아줄처럼 여겨졌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역시나 병역특례중이었기에, 누군가는 정규직은 아니지만 단기일자리라도 있었기에, 누군가는 이미 졸업했으니 해당사항이 없다고 믿어 지원조차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전화로 사실을 알게 된 단 한 사람만 그에 해당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공정이란 기준을 적용해서 어떻게 하면 납득할만한 설명이 가능할 것인가. 그럴 수 있다 여기는 병신들은 도대체 어디의 누구란 것인가.

 

지원서류에 첨부한 증명사진 역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이력서에 붙이겠다고 무인촬영기에서 다시 촬영하면서 쓴 돈만 적지 않은 액수다. 덕분에 아직도 사진관이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첫인상이 좋게 보이도록 편집을 해 준다. 최소한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흠잡히지 않을 정도로는 단정하게 자신을 꾸며 사진을 찍으려 한다. 악세사리가 그렇게 이상해 보인다면 아예 장난하듯 찍은 사진은 어떻게 보일까?

 

아버지가 유승민과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더라도 문제가 되는 이유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상식에서 내가 병역특례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중인데 현엽이 아니라며 재학생을 선발하는 프로그렘에 지원하는 자체도, 그를 공개되지 않는 내부지침에 따라 선발하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명 자체가 불가능하다. 모르겠다. 그런 기준 하나에도 절망하고 좌절하며 희비가 교차하던 진짜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면 공감하지 못할지도. 만일 그렇다면, 진짜 그런 2030이 있다면 현실이 어렵다며 분노하는 근거 자체가 무너지고 만다. 그렇게 현실이 쉬웠던가? 편했던가?

 

김용민 의원이 제대로 짚어 주었다. 그래서 황대산이던가? 괜히 지원하겠다고 나섰던 당시 멘토도 당황해서 물러서는 것이 보인다. 본질은 그런 게 아니다. 공정이란 기준에 따른 사안의 본질은 과연 그 모든 과정들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규정대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황대산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되었다. 정부의 공고는 위장이고 거짓이었다. 수많은 지레 지원을 포기한 이들을 속이고 만 것이었다. 모르면 병신이고 알았으면 파렴치한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공정을 떠드는 저놈들의 수준이다. 역겨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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