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차기 대권주자로서 윤석열에게 모이는 높은 대중적 지지는 그가 무언가를 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당연히 무언가를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기대로 인한 것도 아니다. 아, 하나 있다. 문재인을 잡아 죽이자. 민주당을 아예 짓밟아 없애 버리자.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고 했던 수락연설의 내용도 대부분 그것이었다. 문재인을 타도해야 한다.

 

한겨레가 조선일보를 추종하는 이유다. 정의당이 국민의힘에 종속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칭 진보들이 그토록 이전 이명박근혜 정권과 현정부를 비교하며 그때가 더 나았다 주장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실제 한겨레 기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박근혜 시절이 지금보다 더 나았었다. 심지어 노동운동을 한다는 놈들조차 노동자의 지위와 권리가 비교할 수 없이 더 나아진 지금보다 노조가 탄압받고 노조위원장이 지명수배를 당하던 당시가 더 나았다는 개소리를 지껄일 수 있다. 언론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통제당했음에도 단지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시절의 언론환경을 더 그리워한다.

 

그렇게 진보와 수구가 서로 손을 잡은 것이다. 페미와 반페미가 손을 잡는다. 검찰을 중심으로 법원과 정치권과 언론이 오로지 하나가 되여 민주정부에 대적한다. 민주정부를 거꾸러뜨린 다음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인가는 나중에 따져보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노동관이나 경제관, 국제관, 정치관 등 정치인으로서 아무것도 보여 준 것이 없는 윤석열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한 목소리로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과 검찰이 저질러 온 수많은 범죄와 비리등에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눈감고 귀막고 입다물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를 위해서라면 김학의의 범죄조차 무죄로 여길 수 있다. 지금 김학의의 범죄와 그를 수사한 수사관들의 행위 가운데 저들은 무엇을 더 심각하게 여기고 있을까? 그래서 이준석의 평소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한 편에서 마치 혁신의 상징인 양 그를 띄워주는 것도 가능했던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 바로 반문재인, 반민주당을 위해서.

 

이준석이라고 당대표가 되어 국민의힘을 어떻게 바꾸고 대한민국에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 아무 생각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랬다가는 지금의 굳건한 연대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즉 윤석열처럼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할 뿐 구체적인 어떤 비전도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여야만 서로 성향이 다른 주체들이 연대하여 반민주당 반문재인의 전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그러기로 약속받았기에 자칭 진보 역시 그런 윤석열과 이준석을 거부하지 못한다. 오로지 목적은 하나 문재인을 죽이고 민주당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아마 민주당 내부의 친진보 인사들 역시 어느 정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인영이 이미 선언한 바 있었다. 정의당과의 연대는 똥통을 구르는 것이다.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저들의 연대를 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들로부터 정부와 당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다시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에서 가장 국민의힘과 가까운 것은 가장 진보성향에 가까운 박용진일 것이다. 원래 진보정당 출신인데 행보는 국민의힘의 그것에 매우 가깝다. 본능인 것이다. 저들의 본질이다.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옳다. 진보란 곧 수구다. 그래서 자칭이다.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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