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은 더 넘은 것 같다. 아주 오래전 작은 게임회사가 만들던 게임이 엎어지며 망할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망하지 않았다. 왜? 병역특례 중인 직원들이 몇 명 있었거든.

 

회사가 망하면 당연히 병역특례도 중단된다. 정확한 법규정은 모르겠지만 아마 병역특례중인 입장에서 꽤나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였을까 병역특례 직원 가운데 돈 좀 있는 집안 출신이 있어서 갹출로 해결하기로 했다. 그 직원 주도로 아예 사무실 임대료며 대표 급여까지 매달 지급해가며 억지로 회사를 유지한 것이다. 당연히 출근한 병역특례 직원들은 업무 대신 자기 공부에 매일 시간을 보냈었다.

 

원래 산업기능요원이란 그런 것이었다. 자기 직원이 아니었다. 어차피 병역특례가 끝나면 다시 볼 일 없는 남의 식구였다. 그래서 어디선가는 병역특례가 중단되면 현역으로 입영해야 하는 것을 목줄삼아 노예처럼 부리기도 하고, 어디선가는 반드시 필요한 인력도 아니기에 대충 부리기도 한다. 싸이가 그런 경우였다. 어차피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면 정식으로 고용했을 테고 산업기능요원이란 병역특례의 대가로 싼 값에 고용하는 잉여인력이란 것이다. 여기에 집안까지 대단해서 돈이든 힘이든 제법 된다 치면 그냥 놀다 가는 곳에 지나지 않을 수 있었다. 위에 썼지 않은가. 대표 월급까지 집안에서 모아서 주고 있었다고. 과연 그런 병역특례업체 대표의 허가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런 식의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관행들은 내가 아는 것만으로도 제법 상당했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싸이가 했던 방식 역시 그런 관행 가운데 속하는 것이었다. 출퇴근만 서류상 문제가 없으면 어디서 뭘 해도 상관없다. 더구나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었기에 싸이도 정작 사실이 밝혀지고 처벌까지 받지는 않았었다. 대신 군복무를 한 번 더 했었지. 그러면 이준석은 어땠을까?

 

이준석의 병역특례 의혹에 대해 듣는 순간 바로 떠올린 그림이었다. 어차피 병역특례 기간 동안 해당 업체에서 대표의 지시를 받아 열심히 성실하게 근무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의 절친이 당시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 한나라당의 유승민 의원이었다. 집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 그냥 출근하고 회사에서 놀기만 해도 뭐라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거 하면 돈도 되고 나중에 뭘 해도 근거가 될 수 있고 괜찮지 않을까. 성실하게 병역특례로 근무중에 있었으면 그런 생각은 해제 이후로 미루게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원래가 병역특례란 자체부터 특례란 말 그대로 특혜처럼 여겨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의 병력특례에 대해서까지 형평성을 들어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남들 다 가는 군대를 그것도 돈까지 받아가며 자기 일로 경력까지 쌓아 가면서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노예처럼 부리는 곳은 그래도 참을 만한데 환경까지 널럴해서 다른 생각까지 마음껏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복무 도중 다른 정상을 벗어난 특혜까지 누렸다?

 

20대가 침묵하는 것은 그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군대에 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머지 가운데 한 절반 정도는 병력특례가 뭔지도 모르는 경우들일 테도. 이를테면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 병역특례 도중 혹시라도 소집해제 이후 자기 경력에 도움이 될까 싶어 연차를 내고 강의를 들으러 가겠다면 회사 대표는 무어라 대답했을까? 그러다가 잘려서 다시 현역으로 끌려간 경우도 오래전 시사프로에서 다루어진 바 있었다. 심지어 몸이 아파서 야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병역특례 도중 내쫓겨 현역으로 가야한 경우마저 있었다. 비교가 되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비판 한 마디 없다는 것은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 정치인들더러 이준석처럼 되라던 한겨레를 떠올린다. 어째서 한겨레는 이준석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일까?

 

아무리 회사 대표가 허락했고 담당공무원이 괜찮다고 대답했어도 그런 일들이 가능했던 자체가 특혜란 증거인 것이다. 병역특례란 그런 식으로 악용되었다. 모르면 병신이고 알고도 지지하면 더 병신이다. 병신은 많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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