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단점은 당연히 그가 또라이라는 것이다. 자기에 대한 과신이 거침없는 언행으로 나타난다. 재고 따지는 것 없이 자기가 옳다고 바르다고 유리하다 판단하는 그 방향으로 일단 내딛고 만다. 그래서 불안하다. 그래서 불편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편으로 시원하기도 하다. 그래서 거꾸로 그것은 이재명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거기에 더해 이재명은 유능하기까지 하다.

 

한 마디로 이레귤러인 것이다. 정치권은 물론 일상에서 당연하다 여겨 온 상식들을 너무 거침없이 무시하고 깨부숴 버린다. 어차피 안 될 것이라 여기던 것들을 되게 만들고, 과연 되겠나 싶은 것들을 현실로 옮기려 한다. 하지만 그런 만큼 성급한 말과 행동으로 구설도 많다. 적도 너무 많이 만들었다. 대통령이 되려는 지금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여전히 사이다로 남아 이미 자신을 지지하는 대중의 더 큰 호응을 이끌어낼 것인가, 아니면 탄산을 좀 줄여서 자신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을 것인가. 선거에서는 지지층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비토층도 중요하다. 아무리 지지율이 높아도 비토층이 일정 이상이면 경선은 통과할 수 있어도 본선에서는 이기지 못한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부분일 것이다. 너무 자기 주장만 앞세우느라 자기에 대한 비토감정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었다. 지금도 민주당 내부에 강고한 이재명에 대한 강한 비토정서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이 너무 무리한 결과인 것이다. 아마 그런 점에서 이재명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자칭 진보 일부는 꽤 당황스러워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재명의 여러 정책들이 자칭 진보의 그것과 겹친다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대선을 앞두고 그 가운데 상당부분을 포기하거나 후퇴시키고 있었다. 민주당이 보수화되는 이유다. 현실정치에서 자기만 옳다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건 망상이다. 전제군주도 그런 걸 시도했다가는 바로 목이 잘리고 만다.

 

이재명이 몸조심하는 이유인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본바탕이 어디 가는 건 아니라서 때때로 그 거침없는 언행이 구설수에 오르고는 한다. 그래서 더 말조심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기 생각나는대로 말을 내뱉었다가 어떤 역풍이 불어올지 모른다. 차라리 글로써 토론에서 다하지 못한 내용을 보충하게 되는 이유다. 말로는 위험하다. 이재명의 한계인 동시에 그가 성장했다는 증거다. 비로소 대통령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기도 했다.

 

아무튼 나쁘지 않다. 이재명이 이낙연의 안정감을 노리는 사이 이번에는 거꾸로 이낙연이 이재명의 가볍고 재빠른 이슈잡이를 따라하고 있는 중이다. 말과 행동이 전에 없이 거침없다. 뭔가 이슈가 있다 싶으면 미루는 법 없이 바로 물고 자기 입장을 내놓는다. 원래 이재명이 잘하던 것이었다. 반면 이재명은 이낙연이 잘하던 '엄중'을 흉내내고 있는 중이다. 절차탁마다. 추미애가 아쉽다면 차라리 윤석열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경선에 나섰다면 지지율이 제법 올랐을지 모르겠다.

 

결국에 민주당 경선이란 것이다. 최소한 서로를 완전히 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서로를 이기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서 배울 것을 찾고 그대로 따라하는 중이다. 이재명이 이낙연이 되고 이낙연은 이재명이 된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차이가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흥미로운 것이다. 그래서 결국 둘 중 선택되는 것은 누구인가. 지금의 모습만 봐서는 이낙연도 아주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대표시절이 워낙 개판이어서 그렇지. 아무튼 좋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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