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아주 오래다. 아마 2004년 언저리였을 것이다. 친노사이트 '서프라이즈'의 커뮤니티 '서프랑'에서 논쟁이 있었다. 정중하지만 인간을 모독하고 무시하는 지식인과 거칠고 사납지만 인정을 말하는 일반인 사이에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말은 한껏 예의를 지키고 있지만 내용은 인간에 대한 경멸과 혐오와 무시를 담고 있었다. 그래서 반발하며 내뱉은 누군가의 말은 날것의 욕설과 모욕과 비난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누가 옳은가?

 

내가 글을 쓰면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욕설과 비속어를 섞어 쓰게 된 계기였다.  차라리 이쪽이 나에게 맞다. 개새끼는 개새끼고 씹새끼는 씹새끼고 염명할 빌어먹을 놈은 염병할 빌어먹을 놈인 것이다. 나에게는 일상이었다. 눈을 뜨면 속옷까지 벗어던지고 알몸이 되어 머리끄댕이 끌어잡고 싸우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고작 몇 천 원 때문이었다. 고작 몇 백 원에도 사람들은 쉽게 원수가 되었다. 동전 몇 개 때문에도 쌍놈이 되고 쌍년이 되고, 그렇게 얻어낸 지폐 한 장에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내 돈 몇 백 원을 가져갔어도 씨팔놈이고, 내 돈 몇 십 원을 떼어먹었어도 호로쌍놈이다. 그래야 했다. 그 논리를 도대체 얼마나 긴 문장으로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단 말인가.

 

저 새끼 찍어죽이자. 아주 자지를 뽑아죽이자. 대가리를 박살내 죽이자. 고작 얼마간의 돈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그까짓것 하는 그 알량한 돈 때문에. 부모를 욕하고, 자식을 비난하고, 인격을 짓이긴가. 너무 당연하다. 그게 내가 살아온 환경이었다. 대낮부터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아저씨들과 당연하게 머리끄댕이 붙잡고 싸우는 아줌마들과 얼마간 용돈을 위해 우유를 훔치고 신문을 훔치고 자전거를 훔치는 또래들이 있었다. 보지를 찢어버리겠다. 그게 뭐?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때 딱 옆집 살던 친구가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하던 욕이었다. 그리고 죽어라 쳐맞았다. 아주머니와 그 남편과 그리고 부모에게. 친구였다니까? 언제부터인가 선을 넘어서면서 멀어진.

 

아마 그때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지식인인 자칭 진보는 정작 사회구조의 하부에 위치한 나와 같은 가난하고 비루한 이들의 언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도덕적인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 한다. 자신들만의 엄숙하고 고귀한 논리를 억지로 적용하려 한다. 그러므로 비천한 언어는 잘못되었다. 저열하고 지열한 어휘란 그 자체로 죄악일 수 있다. 그러니까 개새끼를 개새끼라 하는 건 잘못이다. 씹새끼를 씹새끼라 욕하는 건 죄악이다. 씨팔놈을 씨팔놈이라 했더니 네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런 언어들이 너무 당연한데?

 

이재명이 그런 욕설을 한 배경을 몰랐을 때도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는 것이다. 화나면 그럴 수도 있지. 열받으면 그런 정도야 당연한 것이다. 그게 나의 상식이다. 때로 화나면 그보다 더 심한 말도 나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는 한다. 그런데 어째서 자칭 진보에게는 그런 말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가. 그래서 말했을 것이다. 자칭 진보가 주장하는 진보에는 진짜 소외된 사회적 약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장난인 것이다. 그냥 놀이인 것이다. 자기가 보는 약자다. 자기가 보는 소외된 자다. 자기가 생각하는 가난한 이들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자기 몸을 팔아햐 하는 그 절박함을 과연 저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의 정조를 팔아서라도 자식을 먹이고 동생을 공부시키고 싶은 그 간절함을 과연 저들은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을 것인가. 가난해도 고귀하고, 소외되었어도 고결하다.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섰다는 어느 사회복지사의 말이다. 가난한 이들이 이토록 치사하고 야비하고 악랄하고 교활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선량하고 순박한 그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피해자로서 약자만을 떠올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이재명보다는 혜택받은 환경에서 자란 경우에 속한다. 그래도 대학까지는 마칠 수 있었다. 고등학교까지 굳이 힘들게 돈을 벌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도 익숙하다. 이재명의 욕설과 이재명 자식의 도박과. 아니 웃긴다. 인간의 존엄과 자기결정권을 말하면서 마약의 비범죄화를 주장한 것은 자칭진보 자신들이었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자기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인간이기에 자신의 존엄을 훼손하고 포기할 권리가 주어진다. 어째서 인간은 항상 엄숙하고 경건하며 예의와 규범을 지켜야 하는 것인가.

 

전후 맥락과 상관없이 이재명의 욕설만을 문제삼는 자칭 진보들을 보며 떠올리는 생각이다. 정확히 당시 엄숙하고 근엄하게 그럴싸한 말들을 주워섬기던 이른바 노빠들에 대해 느끼던 반감의 정체였을 것이다. 저에도 말했지만 이재명은 나와 같다. 오히려 나보다 낫다. 그의 계급적 위치는 나보다 더 아래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재명의 욕설을 이해하고 고귀한 저들은 이재명의 욕설을 용납하지 못한다. 심지어 전후맥락과도 상관없이.

 

다시 말하지만 내가 저들을 진보 앞에 굳이 자칭을 붙여 부르는 이유인 것이다. 어째서 시드 비셔스는 개새끼였던 것인가. 어려서부터 마약에 중독되어 끝내 마약중독자로써 죽고 있었다. 알지 못한다. 이해하지 못한다. 쇠고기 대신 삼치를 먹는 것도 그들에게는 너무나 큰 시련이다. 당시 나는 라면도 제대로 먹지 못했었다.

 

자칭 진보에게 사회적 약자란 없다. 소외된 소수자란 존재치 않는다. 추잡하고 비루하고 천박하며 사악한 그들의 언어란 그들에게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절대 진보일 수 없다. 저들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진보가 되느니 저들이 수구가 되는 것이 더 저들에게 정의롭다. 개새끼 씨팔놈이란 이유다. 자지를 뽑고 대가리를 쪼개버린다. 부모 보지를 찢고 나온 개자지가 구더기 호로잡새끼들인 것인가. 아직 욕은 넉넉하다. 진보란 없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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