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차기 대선후보로서 이재명의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낮고 민주당 밖에서 높게 나오고 있었다. 대부분 민주당 핵심지지층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총리이자 역대 최장수총리로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보여준 이낙연을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계승할 인물로 거의 확정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이어받아 안정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최적의 인물이다. 더구나 총선에서 180석까지 얻었으니 이번 정부에서 입법을 통한 개혁은 거의 마무리되지 않겠는가.

 

문제는 총선이 끝나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개혁을 저지하려는 적의 세력이 더 커지고 강해진 듯한 상황들이었다. 검찰과 언론이야 당연히 현정부의 개혁에 저항하는 적폐들이었는데 여기에 박원순 시장을 계기로 여성단체들이 더해지더니 윤석열 징계를 계기로 사법부까지 노골적으로 한 팔 거들고 나서기 시작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라는 보수와 진보의 두 야당에, 공중파와 종편과 신문과 방송과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 언론의 연합에, 여성단체와 사법부라는 이름으로 뭉친 검찰과 법원의 연합이 민주당을 상대로 아예 대놓고 적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수구의 연합에 대해 민주당은 지레 주눅든 듯 무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과연 이번 정부에서 개혁을 끝낼 수 있을 것인가. 자칫 마음을 놓았다가 다음 정부에서 개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지지자들 사이에서 차기 정부에서도 안정보다는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 이재명이 홍남기와 기재부를 저격하며 새로운 개혁의 아젠다를 지지자들 사이에 던져 주었다. 앞으로 개혁할 적폐는 이들이다.

 

다시 말하지만 차기 대선주자로서 이낙연의 가치는 문재인 정부의 훌륭한 계승자라는 것에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완성하고 이미 이루어진 개혁들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국정을 운영할 적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아 왔던 것이었다. 즉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민주당 대표로써 완성한다고 그 공이 온전히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재인 정부의 성공한 개혁이 문재인 정부 이후에 대한 기대로써 이낙연에게로 자연히 흘러가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런데 욕심이 너무 지나쳤다. 결국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해봐야 문재인 대통령만 좋은 것 아닌가. 자기가 앞장서서 개혁들을 이룬다고 그 공이 온전히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내 정치를 해 봐야겠다. 정치인으로서 내가 내 힘으로 나의 지지를 끌어올려봐야겠다. 그래서 나온 게 사면론이다. 참모 갈아치워라. 일단 100미터 이내로는 얼씬도 못하게 내쫓아 버려라. 이건 진짜 병신짓도 상병신짓인 것이다.

 

일단 민주당 지지자들이 바라는 최우선 개혁과제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와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즉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방향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바라는 개혁방향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장에서 다음 정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대통령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하겠다고 그 노선에서 스스로 벗어나고 말았다. 자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들과 전혀 다른 자기만의 지향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대부분 개혁방향을 설정한 상태라 그로부터 벗어나 자기 정치를 하려니 민주당 지지자들의 바람과 어긋난 주장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겠다면서 민주당 다수 지지자들이 바라는 방향과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했는데 누가 그런 사람을 차기 대권주자로 지지하려 하겠는가.

 

그래서 이재명이 영리했다고 하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이재명도 그냥 다급하니 한 번 무리하게 던져 본 승부수였을 것이다. 홍남기와 기재부를 저격함으로써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 기재부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관료주의에 비판적인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의 지지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동형이나 김용민 등이 급격히 이재명 지지로 기울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이낙연이 문재인 정부의 계승을 천명하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입법을 통해 완성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이재명의 승부수는 그저 사회를 시끄럽게 만드는 개인의 주장 정도로 여겨지고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이낙연은 개혁에 소극적이고, 윤석열 이하 기득권들은 더 극성을 부리며 현정부의 앞을 막아서려 하고, 지지자들의 마음이 어디로 가겠는가. 그런 상황에 이낙연이 이명박근혜의 사면까지 말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윤석열의 분탕질을 시작으로 기득권들의 강력한 연대에 경각심을 가지게 된 지지층에 대해 소극적이고 안이한 모습을 보였던 이낙연의 행동이 이재명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간 것이라 할 수 있다. 하긴 그래서 승부수다. 될 지 안 될 지 모르지만 이 시점에서 내가 이런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상황에 반전을 꾀할 수 있다. 180석이란 의석이 이낙연을 둔하게 만든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나약하게 만든 건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다. 비교되지 않는가. 없는 기회까지 스스로 만들어가며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도 지지를 이끌어낸 이재명의 승부수와 확고하던 지지층마저 스스로 날려버리는 이낙연의 선택이란? 과연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에게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 것인가.

 

능력만 놓고 보자면 이낙연이 이재명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난 결과가 그렇다. 지금 이재명의 지지율은 이재명 자신이 자신의 역량으로, 그동안 이루어낸 성과들을 바탕으로 스스로 쟁취해 낸 것이다. 그에 비해 이낙연은 문재인 대통령이 물려준 지지조차 지켜내지 못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를 계승할 인물로써 과연 자격이 있을 것인가. 기회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은 결과고 성과다. 실력이고 능력이다. 과연... 이재명만 돋보이고 있다. 우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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