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어느새 잠잠해진 정의연 논란 가운데 단 한 사람 이름이 제대로 거론되지 않은 이가 있었다. 사실은 그 사람이야 말로 지금 윤미향으로 대표되는 정의연의, 아니 정대협의 시작과 끝을 정의하고 이끌어 온 주인공일 것이다. 바로 김복동 할머니다. 윤미향은 그 김복동 할머니를 가까이서 모신 덕에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된 인물이었다.

 

수요집회도, 위안부운동을 세계보편의 인권운동으로 발전시키자는 구상도, 그를 통해 일본 정부의 사실인정과 사죄, 배상을 이끌어내자는 생각도 역시 모두 김복동 할머니로부터 비롯되었었다. 그리고 정대협 활동가들은 그런 김복동 할머니의 구상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역할이나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윤미향이라는 이름을 들을 일도 거의 없이 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위안부 운동을 이끌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제와서 김복동이라는 이름안 간 곳 없이 윤미향이란 이름만 남았을까?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홍성일이나 임자운 같은 가짜 지식인들의 민낯이 바로 이런 곳에서 바로 낱낱이 드러난다. 이용수 할머니가 주위의 누군가에 의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고 사실관계를 잘못 오해해서 주장을 펴고 있다는 김어준의 의혹제기에 대해 그들은 주장했었다. 만일 김어준의 주장이 사실이면 이용수 할머니의 주체성이 훼손되는 것이므로 자칫 위안부운동의 정당성마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용수 할머니의 모든 주장은 오롯이 이용수 할머니 본인의 경험과 판단에 의한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 어째서 김복동 할머니의 그동안 활동에 대해 정의연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며 이용당한 것이라는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에는 한 마디도 않는 것인가.

 

그동안 정대협의 활동에 대해 모르지 않을 한겨레나 경향 등 자칭 진보언론이나, 정의당 같은 자칭 진보정당, 그리고 방송에 나와 떠들어대는 자칭 지식인들이 지껄이는 소리들 보면 거의 한결같다.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김복동 할머니는 아예 잊혀진 이름이 되었다. 대신 윤미향이 제단에 올려졌다. 그리고 이용수 할머니의 이름으로 철저히 재단되어진다. 김복동 할머니가 추구하고 이루어낸 모든 위안부 운동의 성과들이 윤미향에게 덧씌워지며 윤미향과 함께 부정되고 그 자리를 이용수라는 이름이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대충 이용수 할머니가 김복동 할머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는 이를 통해 충분히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동안도 이용수 할머니와 김복동 할머니 사이에 갈등이 있었으며, 다만 김복동 할머니의 존재가 너무 컸기에 감히 그 앞에 나설 수 없었을 뿐이었다. 김복동 할머니도 떠났으니 위안부운동도 새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렇다면 이후 위안부운동을 정의하고 주도하는 것은 누구일 것인가. 윤미향이 비례대표까지 되는 것을 보며 어느새 주위에서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아직 생존해 있는 이용수 할머니를 앞세워서 윤미향과 정의연을 지우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그동안 자칭 진보언론들이 굳이 조중동의 프레임을 쫓아 김복동이란 이름을 지운 채 윤미향과 정의연을 공격하는데 앞장 서 온 것이 이해가 된다. 위안부운동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면서 김복동이 아닌 윤미향을 대상으로 위안부운동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며 요구하고 있었다. 윤미향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 김복동 할머니와 윤미향은 한 몸이었다. 윤미향은 절대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를 거스를 수 없다. 그러니까 단죄되어야 한다. 윤미향과 정대협이 부정되고 그 자리에 새롭게 시작된 위안부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자칭 진보들 자신들이 된다. 그리고 냄새를 맡은 자칭 지식인들도 거기에 합류한다. 이용수 할머니가 요구했는데 어째서 윤미향이 감히 들으려 하지 않는가. 김복동 할머니의 이름을 지우고 나면 윤미향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악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김복동 할머니가 그동안 정대협에 이용당했다고 말했을 때, 더구나 사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면서도 오히려 모르는 척 옮겨쓰기만 하는 언론들을 보면서, 더구나 오로지 이용수 할머니만 의심도 검증도 해서는 안된다면서 김복동 할머니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무리들의 모순적인 주장에서 무심코 느끼고 있던 위화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김복동 할머니의 생전 인터뷰를 우연히 보고 나서 한 가지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진짜 더러운 놈들이 어떤 놈들인가를. 그래서 저들은 김복동이라는 이름을 필사적으로 가리고 감추려 들었던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정대협의 활동은 활동가들이 아닌 피해자들 자신이 시작하고 주도했던 것이었다. 그 중심에서 한결같이 운동을 이끌었던 것이 김복동 할머니였고, 그 후광으로 윤미향은 오히려 정대협 대표가 되고 비례대표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지금 윤미향의 자리는 김복동 할머니의 것이어야 했었다. 그래서 이해한다. 어째서 윤미향은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 그렇다고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를 거스르란 것인가.

 

이용수 할머니는 주체적인 존재지만 김복동 할머니는 단지 정대협에 이용당한 타율적인 존재일 뿐이다. 저들이 만든 프레임이다. 이용수 할머니 자신의 의지인가는 모르겠다. 다만 어떤 의도가 그렇게 김복동 할머니의 존재를 철저하게 지우려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누가 쓰레기일까? 자신들이 더 잘 알 듯. 더러운 것은 인간이란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