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길거리에 나섰다가 경찰에 개처럼 두들겨맞고 피투성이가 되어 끌려가면 지도부는 노조원들에게 목소리높여 말할 수 있었다. 저런 무도한 정권이기에 우리는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

 

평화로운 집회에 최루가스가 날아오고 물대포가 쏘아지며 사람들이 다치고 쓰러지면 자칭 지식인이라는 것들 역시 준엄하게 정권을 비판하며 어째서 자신의 논리와 주장들이 필요한가를 대중들에 설파할 수 있다.

 

반면 노조가 집회를 하고 시민들이 시위하는데도 아무 일 없으면 그것으로 그냥 끝나고 만다. 굳이 지도부가 따로 나서서 노조원들에게 결집을 위한 다른 메시지를 낼 이유도 없고, 별 상관도 없는 자칭 지식인들의 저술이나 강연을 일부러 시민들이 찾아봐야 할 이유도 사라진다. 아마 이명박근혜 시절이 자칭 진보들에게는 오히려 전성기였을 것이다.

 

자칭 진보들이 이명박근혜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이유인 것이다. 그 시절이 더 좋았다. 한겨레 기자들도 한결같이 말한다. 차라리 이명박근혜가 더 나았다. 오죽하면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된 이명박에 대해 조선일보보다 더 절절한 마음을 글로써 전하고 있었겠는가. 차라리 최순실이 조국보다 낫고 박근혜가 문재인보다 낫다.

 

무상급식이 폐지되어야 무상급식을 앞세워 보수정권과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각종 공동체적 사회경제정책들이 폐지되고 축소되어야 자칭 진보 역시 서울시를 상대로 그런 주장을 하면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정책이 아니다. 민주당이 이미 시행한 정책들이 아니다. 자칭 진보만이 주장할 수 있는 이상인 것이다. 그것은 자칭 진보의 수구와의 투쟁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원래 혁명이 끝나면 이론가 사상가 선동가들은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남는 것은 실천가 행정가들이다. 무시당한 것 같은 것이다. 버려진 것만 같은 것이다. 어째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가. 현실에서 이루어내고자 하니까. 그런데 그러려면 자신들도 민주당처럼 되어야 한다. 그러느니 차라리 민주당을 증오한다.

 

증오와 분노이 차이에 대해서는 몇 번이나 이야기한 바 있다. 그토록 민주당이라면 학을 떼고 돌아보기도 싫어하던 나지만 하나만 잘해도 바로 돌아와서 잘한다 칭찬하고 지지도 해주고 한다. 화가 난 거지 미워하는 게 아니다. 반면 자칭 진보는 민주당이 하는 모든 것을 반대한다. 노동자를 위한 모든 정책들을 반대하며 오로지 순수한 투쟁만을 외친다. 완전무결한 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이 아니면 인정할 수 없다. 중대재해법도 받아들일 수 없다. 완전하지 않은 것은 아예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민주당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오세훈의 등장에 설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광화문광장을 전광훈이 차지하고 - 그러기를 바라며 작년 내내 전광훈의 집회를 한목소리로 지지하기도 했었다 - 노조나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면 피투성이가 되어 끌려가기를. 검찰수사를 받고 몇 년 감옥생활을 하기를. 죽는 사람이 나오면 더 좋을지 모른다. 용산참사와 세월호에 대한 저들의 침묵을 보라. 용산참사의 주범을 지지하면서 정의와 진보를 떠들 수 있는 주제들인 것이다.

 

나름대로 저들도 필사적이다. 다시 자신들의 시절이 돌아오기를. 모두가 자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그 암울하던 시절이 돌아올 수 있기를. 아닐까?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이다. 벌레도 생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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