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선거란 그런 것이다. 당장 이낙연이 이재명에게 지지율에서 밀리자 이것저것 가능한 모든 네거티브를 동원해서 어떻게든 지지율을 깎아보려 발버둥치는 것처럼 선거에서 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아무거라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 편으로 웃기다는 것이다. 이낙연의 네거티브는 정당한 검증이라며 지지하는 똥파리들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이 문재인에게 했던 네거티브는 여전히 증오의 이유로 들고 있다는 것이.

 

삼국지에서 장수는 한때 조조의 큰아들인 조앙과 측근 전위를 죽이고 조조 자신마저도 죽음의 위기로 내몰았던 적이었었다. 그러나 속좁은 조비가 즉위하기까지 장수는 물론 그 모든 계획을 세운 가후 역시 조조 아래에서 큰 문제없이 관작을 받고 영화를 누리고 있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재상으로 손꼽히는 관중 역시 제나라 왕위를 다투던 시절 환공을 저격하여 목숨을 위협한 바 있었음에도 환공이 즉위한 뒤 일인지하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라 최고의 신임을 받은 바 있었다. 그것이 천하란 것이다. 천하를 이야기하는 위치에 있는 이라면 자신과 적대하여 싸운 상대라도 자신의 천하 아래 받아들이는 아량을 가질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조위를 위협하던 촉의 명사들도 항복한 뒤 그대로 등용되어 오히려 더 큰 영화를 누렸었고, 심지어 사마의의 숙적이던 제갈량의 후손은 사마의의 후손이 세운 서진에서 조상의 후광으로 태수의 자리에까지 오르고 있었다. 한때 적국이었지만 천하를 통일한 이상 그 모두는 자기 천하 아래 속하는 것이다.

 

하물며 민주주의 시대의 정당이란 것이다. 같은 정치적 이해와 목표를 공유하며 내부적으로도 끊임없이 서로 경쟁한다. 수많은 서로 다른 가지들을 경쟁하며 결국 원래의 이해와 목표 아래 단함하여 행동을 같이 한다. 경쟁하는 동안 때로 너무 거칠어질 수 있다. 때로 너무 거세고 사납고 무도한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일단 결론이 나오면 동지의 입장에서 승복하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 적이 아니지 않은가. 안희정이 그랬었다. 안희정 역시 경선 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상당한 네거티브를 했었지만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바로 차기 주자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면 어째서 이재명은 아니었던 것일까?

 

그게 문제인 것이다. 경선 도중 서로 네거티브를 했으니 저들은 적이다.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무리한 수단으로 모욕하고 음해했으니 저들은 절대 같은 편일 수 없다. 그러므로 저들을 동지로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다른 적을 선택하겠다. 김어준은 처음부터 대상을 잘못 설정했다. 적의 언어로 공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낙연의 반대편에 있는 지지자가 아닌 이재명을 지지하느니 차라리 윤석열을 지지하겠다는 자칭 문파들이었던 것이다. 같은 당의 동지를 지지할 수 없어서 명백한 적을 지지하겠다는 것이 과연 동지의 언어인가, 아니면 적의 언어인가? 아예 문재인 대통령을 죽이겠다고 약속하고 대선에 나선 윤석열을 차라리 지지하겠다는 저 버러지 새끼들이 과연 진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고 민주당의 지지자일 것인가.

 

하여튼 별 이유를 들어서 민주당 정치인들의 꼬투리를 잡아 비하하고 비난하고 부정한다. 차라리 추미애보다 윤석열을 지지하고, 정세균보다 윤석열을 지지하고, 박용진보다 윤석열을 지지한다. 아무리 내가 박용진을 싫어해도 박용진이 당원들에 의해 대선후보로 선택되면 그에게 한 표 행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낙연을 제외하면 민주당 모든 정치인보다 윤석열이 낫고 오세훈이 낫고 홍준표가 낫고 이준석이 낫고 윤희숙이 낫다. 그러면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자가 아닌가? 조국 전장관의 억울함을 동정해서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그놈들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문제는 그런 문파들을 등에 업고 그들이 좋아할만한 소리만 지껄여 온 이낙연의 정체일 것이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바보가 아니다. 누가 동지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적의 언어로 이야기하는가는 충분히 구분한다. 문파들과 달리 지난 경선에서 있었던 네거티브는 대선과 함께 지난 과거로 잊혀진 것이다. 그동안도 이재명은 줄곧 민주당 소속의 유력정치인이었고 민주당의 가치에 충실한 언행들을 꾸준히 보여 온 동지였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어떤가. 경선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의지마저 내비치며,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지지자들이 상대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최소한 방관했고 부추겼다. 그리고 그런 이낙연의 행보 위에 추미애의 폭로까지 더해지며 이낙연의 뒤에 선 정치인들의 정체마저 밝혀졌다. 저들은 과연 동지인가? 같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자인 황교익마저 네거티브의 소재로 삼으며, 어려울 때마다 민주당 정치인들을 도와 온 변호사 동지들마저 네거티브의 대상으로 여기는 그 행동은 차라리 국민의힘의 그것에 가깝다.

 

지금까지도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재명을 마뜩지 않게 여기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하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까지 끌어들인 행위 때문이었다. 그건 아무리 봐도 선을 너무 넘었다. 그러나 결국 경선결과가 정해지고 이재명은 승복했으며 이후 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크게 문제없는 행보를 보여 왔었다. 그러고서도 완전히 다 그 불만을 불식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지금 나온 후보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이기에 지지한다. 그런데 그런 정도도 아니다. 이재명을 잡겠다고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와 지지자 전체에 피해를 주고 있는 - 심지어 그를 위해 국민의힘과 적대적인 언론마저 이용하는 행위를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할 것인가.

 

그 결과인 것이다. 그냥 네거티브가 문제가 아니다. 네거티브의 질이 문제인 것이다. 김어준은 이낙연을 위해서 동지의 언어로 비판하라 했을 테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낙연의 행보가 지지자들의 선택을 결정지어 버렸다. 누가 적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동지의 언어로 이야기하는가. 그래서 이낙연은 이재명만을 이야기하고 이재명은 대한민국과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재명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만을 떠드는 이낙연과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대한민국의 비전과 함께 이야기하는 이재명 가운데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원래는 짠단노선으로 보다 개혁적인 문재인 대통령 아래에서 적폐청산을 어느 정도 이루고 이낙연이 보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으로 이어나가는 구도를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면 충분히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니 다음은 민주당 안에서 보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인물이 나오는 쪽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런데 지켜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너무 온건했다. 반면 개혁대상일 적폐들은 너무 강경했다. 짠단이 아닌 단짠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윤석열이 아니었다면 이낙연에게도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윤석열 검찰과 사법부가 언론과 함께 손잡고 난장을 부리지 않았다면 문재인 대통령 다음은 보수와 안정이라는 애초의 계획대로 모든 것은 이루어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낙연이 180석 거대여당의 대표로 있는 동안 윤석열 검찰과 사법부는 더 날뛰었고 언론은 더 적대적으로 뭉치게 되었다. 이낙연의 오판이다. 하긴 이낙연에게 지지자란 그저 민주당이란 이유로 표만 주면 되는 괜히 말많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언론들이 보는 그대로 비국민들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이재명만 기회를 얻어 더 크게 되었으니 누구를 탓할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동영이나 박근혜가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의 실정을 비판하며 여당 안의 야당으로써 보수층까지 아우르며 대선을 노려보겠다. 그것이 지난 1월 사면발언의 실제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민심따위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게 이낙연의 수준이다. 이번 정권에서 적폐청산을 마련하고 다음 정권에서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기대한다. 그런데 이번 정권에서 적폐청산은 커녕 적폐의 정체만 보고 말았으니 대중의 선택은 어떠할 것인가. 그런데도 손놓고 가만히 있다가 이재명만 욕한다.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 딱 똥파리들 좋아할 만한 소리다. 이낙연 자신의 판단이 지금의 결과를 만든 셈이다.

 

당원과 지지자들이 처음부터 다 꿰뚫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보가 아니다.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무지렁이들이 아니란 말이다. 오히려 더 명징하게 살피고 판단하여 요구할 수 있는 실제 주체들이다. 그것을 몰랐던 것이 이낙연의 실책인 것이고, 모를 수밖에 없었단 것이 구세대 정치인으로서 이낙연의 한계인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는 국민이 아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민주당 정치인이 적지 않다. 참 한심한 꼬라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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