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모르지만 이근이라는 사람이 얼마전 국군포로를 이유로 진보정권을 비판하고 나선 듯하다. 국군포로를 방치했기에 진보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진보정권이라는 게 언재부터 존재했었더라? 한국전쟁은 언제 일어났고 국군포로는 언제 발생했지? 

 

조창호 대위가 탈북하기 전까지 공식적으로 북한에 국군포로란 존재하지 않았었다. 아니 이승만 정권 당시 포로교환을 통해 돌려받은 국군포로들에 대해서조차 사상검증을 실시하고 그 가운데 상당수를 공식비공식적으로 제거한 바 있었다. 국군포로가 아니라 간첩이다. 애국심이 부족해서 항복했고, 북한에서 빨간 물이 들어서 돌아온 배신자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전직 군인이 그런 부분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진보정권의 책임만 묻는다. 왜?

 

바로 저것이 수구의 국가관인 것이다. 윤석열이 120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해도 그들은 감수할 수 있다. 불량식품을 먹으라 해도 감지덕지하며 받아들일 수 있다. 급여를 깎고,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직제나 직렬에 따른 차별을 강화해도 마찬가지다.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죽어도 너무나 당연하고 보상 한 푼 못받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니 지금 당장 나를 때려죽이고 내 가족을 강간해 죽여도 그럴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윤석열을 비롯 수구정당이 아예 대놓고 언론을 탄압해도 오히려 잘한다고 칭찬하는 언론이 많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한겨레 보라. 자기들 광고 끊겼어도 오세훈이 TBS 대놓고 탄압하니 만세를 부르고 있지 않은가. 

 

국가란 내가 목숨바쳐 충성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가 있기에 내가 있고, 따라서 나의 이익이나 안위는 크게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수구의 국가관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게 같은 수구의 권력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를 가정한다. 정당한 지배자가 지배하는 국가란 내가 헌신할 대상이지 내가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반면 진보정권은 나에게 무언가를 해 주어야 하는, 내가 무언가를 주장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그런 이중적인 사고가 수구와 진보정권에 대한 모순된 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구정권부터 시작된 모든 잘못들에 대해서는 아예 당연하게 여기면서 그를 해결하지 못한 진보정권에 대해서는 극도의 적개심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맹목성은 여기서 비롯된다. 보수적인 수구 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수구 역시 그 맥락은 유사하다. 수구정권은 당연히 그래도 된다. 그래서 김학의의 범죄는 범죄가 아닌 것이다. 김학의의 범죄를 묻은 검찰의 행위는 당연한 것이 된다. 그럼에도 검찰이 범죄를 묻음으로써 일반인이 된 김학의를 수사하는 것은 더 큰 범죄일 수 있다. 그래서 진보적 수구다.

 

그러니까 수구정권에서 국군포로들을 아예 외면하고, 심지어 돌려받은 포로들까지 살해한 사실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한 채 진보정권에서 해결하지 못했다 탓하는 것이다. 수구정권에서 위안부의 존재를 아예 무시했던 사실은 외면한 채 진보정권에서 해결하지 못했다며 욕하는 것과 같다. 국민의힘의 강간이나 성추행, 성희롱은 그럴 수 있는 것이고 민주당의 사소한 말실수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군인들이 많다. 그것이 이른바 수구들이 말하는 복수심인 것이다. 자칭진보들까지 무의식 가운데 가지고 있는 정권찬탈에 대한 복수심이다. 어디 한 번 잘하는가 보자. 그렇게 문재인 정부는 시작되었고 그들의 잣대에 의해 복수의 대상이 되었다. 그냥 너무 당연하다.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이. 그래서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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