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자빠졌다. 하필이면 문턱을 뒤로 하고 넘어지며 모서리에 머리가 찍힌 바람에 크게 찢어지고 피까지 적잖이 흘렸다. 동네 의원 갔더니 너무 심하게 찢어져서 여기서는 봉합이 안된다더라. 그러니 큰 병원 응급실 가라. 아, 씨발.

 

욕부터 튀어나오는 이유는 아무래도 다급한 마음에 전공의 진료거부에 대해 전혀 생각지 않고 바로 근처 대학병원부터 달려갔던 때문이다. 기껏 인터넷 검색해서 위치 확인하고 버스타고 달려가 접수를 하렸더니 간호사가 그런다.

 

"지금 봉합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병원 응급실에 찢어진 상처 꿰맬 수 있는 의사가 한 명도 없다는 소리다. 그나마 그냥 넘어지면서 찢어진 정도라 다행이지 상태가 더 심각했다면 어땠을까? 머리가 어지럽거나, 구토가 나온다거나, 눈이 돌아갔다거나, 하긴 그랬으면 혼자 병원도 못 갔겠지. 

 

결론은 전공의 새끼들 개새끼들이란 것이다. 명분이나 그럴싸하면 또 몰라. 의대 정원 늘리고 공공의대 세우는 것이 그렇게 파업까지 해가며 반대해야만 하는 중대한 일이었는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머리에 난 상처이고, 하룻동안 꿰매지도 못하고 지혈만 한 채 내버려두어야 하는 불안이다. 내일 오전에 외래는 어떻게 받아주겠지.

 

응급실에서 머리 찢어져 찾아온 사람에게 기본적인 처치밖에 해 줄 수 없다는게 말이나 되느냔 말이다. 응급실 비용이 자기부담만도 만만치 않을 텐데도. 아주 개같은 하루였다. 씨발 의사 좆같은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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