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조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보다는 관심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전에도 썼지만 난 똑똑하고 말 잘하는 놈들을 아주 싫어한다. 그것도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 주장 뿐이라면 혐오에 경멸을 더한다. 그런 놈들이 예전에도 많았었다. 그래도 자기가 꽤 잘난 줄 알기에 잘난만큼 남들에게 주목받을만한 말과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믿는 놈들이었다. 특히 데모하던 주위에 적지 않았는데, 평소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온갖 이론을 섭렵해가며 입바른 소리를 떠들다가 정작 모두가 최루탄에 눈물콧물 짜면서 머리 깨지고 있을 때는 어디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나마 술이라도 자기 돈으로 사면 자본주의의 은혜로 고맙기라도 하지 이건 그야말로 얄미움 그 자체다.

 

조국 전장관이 대학을 다니던 것이 마침 그런 시절이기도 해서 섣불리 그리 판단하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SNS 등을 통해 입으로만 열심히 떠들었지 실제 위험을 무릅써가며 행동에 나섰던 적이 과연 있기는 했던가. 그래서 조국사태 초기에도 그럴 줄 알았다며 정치인은 한 번 검증의 무대에 올라가 봐야 한다 말한 적도 있었다. 주위에서 조국 전장관을 차기 대선후보로 말할 때도 일단 선출직은 한 번 해 보고 이야기하자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이기도 했었다. 차라리 요즘의 조국 전장관이 그래서 나로서는 더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있다. 입바른 소리나 할 줄 아는 썩은 선비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싸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만하면 오히려 전보다 더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삼국지에서 관우가 그리 선비를 싫어했다고 한다. 정확히 이름만 앞세우는 썩은 선비들이다. 당시에 선비라 불릴 정도면 그래도 어느 정도 재산도 있고 주위에 인맥도 상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긴 아무것도 없이 스승과 비싼 책까지 구해서 마음놓고 공부만 한다는 것은 당시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었다. 지역의 유지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남다른 학식과 교양을 쌓기는 했지만 본질은 어디까지나 태어나면서부터 특권을 누려 온 기득권집단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자부심도 강하고 고집도 셌으며 자신의 권리에 매우 민감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이 애써 닦은 학식이란 실천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기득권을 장식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그런 인물들이 적지 않다. 선비로서 명성은 높은데 정작 하는 일은 없다. 선비로서의 학식이란 단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시단에 지나지 않는다. 서민이며 진중권, 권경애 등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좋은 대학도 나왔고, 유학에, 박사학위에, 사법고시까지 남다른 자격까지 갖추었다. 대중적으로 인지도도 높아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력까지 발휘할 수 있다. 그러면 그에 어울리는 대접을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남들 좋아할 만한 소리들을 떠들었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자기들만한 인물들이 박근혜따위를 추종할 수 없으니 그에 비판적인 여론에 편승해서 그를 공격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명성을 쌓았다. 참고로 진중권은 한때 안티조선운동의 첨병으로 조선일보 독자게시판에서 난전을 치르며 밤의 대통령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인물이었다. 그런 진중권이 이제는 조선일보를 금과옥조처럼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며 그를 따라 주장을 펼치고 있다. 왜이겠는가? 당시는 안티조선이 대세였고, 지금은 반문재인이 자신을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

 

지난 정부에서 불의한 권력과 맞서 싸우면서 나름대로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진보적인 정부가 들어서면 자신들에게도 뭐라도 대가가 돌아오지 않을까. 문제는 진중권이나 서민이나 권경애나 정작 그 활동에 알맹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촛불집회는 그들과 상관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시작되었고, 그들이 무어라 떠들든 상관없이 시민의 힘에 의해 정권교체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불의한 권력이 탄핵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와중에 그들은 어떤 역할도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새로운 정부에서 그들의 자리는 없었다. 심지어 지난 정부에서와 다르게 자신들이 무어라 입바른 소리를 더들든 이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이니 귀기울이는 사람마저 하나 없었다. 어째야겠는가. 정부와 시민들이 자신들을 돌아보게 하려면 그에 맞는 다른 주장들을 해야 하는 것이다.

 

유시민 이사장도 언론에 대해 그리 말한 바 있었다. 기자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논쟁하기보다 정부를 향해서 그저 가르치려고만 든다. 경향일보 기자놈이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해 평가할 때도 자신들의 주장과 다른 행보를 걸었던 것을 가장 큰 잘못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그래도 기자다. 그래도 언론이다. 대한민국의 여론이 바로 자신들에 의해 좌우되는데 어째서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이 하는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 여당 국회의원들도 자기들이 뭐라 하면 바로 눈치보며 따라오려 시늉이라도 하는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감히 자신들과 정면으로 맞서싸우려 들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 세상을 떠나고 한겨레 편집국에서 환호성이 들렸다는 말이 괜한 게 아니란 것이다. 언론이 특히 당시 친노, 지금은 친문그룹을 그토록 혐오하며 적대하는 이유인 것이다. 언론을 개좆밥으로 여긴다. 그래서 정권 바뀌자마자 한겨레 기자놈은 문빠들아 덤벼라를 외치고, 미디어오늘 기자놈까지 호응했던 것 아니던가. 서민도 그런 와중에 정부를 공격하는 위치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뭐나면 자신들은 지식인이라는 것이다. 마땅히 이 사회와 구성원들에게 말 한 마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대단한 권력이라도 자신들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따르려 노력하는 것이 옳다. 어찌되었거나 자신들이 주장한다면 그만큼 옳고 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기꺼이 따르려 노력해야만 한다. 아니면 배신이다. 아니면 모욕이고 능욕이다. 그러므로 자신들의 정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켜야 한다. 그런데 닮지 않았는가? 서민이 의사들의 진료거부를 지지하며 나선 이유인 것이다. 의사들만이 아니다. 임대인들과 갭투자자들과 검찰과 보수정치인들이 모두 포함된다. 자신들은 그만한 자격이 있는 이들이므로 자신들이 주장한 바는 모두 이루어져야 하고, 모든 것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아니면 정권이라도 당연히 무너뜨릴 뿐이다.

 

그런 의사들의 속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국평오라는 한 마디일 것이다. 국민 평균 오등급. 아마 여기도 수능점수 어쩌고 잘난 소리 지껄인 인간이 하나 있을 것이다. 내가 너희보다 공부를 잘했다. 내가 너희보다 잘났고 많이 안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내가 옳고 너희들은 틀렸다. 틀린 소리를 하는 어리석고 무지한 너희들을 내가 가르치려 한다. 그리고 그런 의사들의 속내는 바로 서민과 진중권등과도 이어지게 된다. 그것은 사명감이기도 하다. 지주의 착취가 너무 심해서 못살겠다고 반란을 일으킨 소작농들의 무도함을 애써 꾸짖고 깨우치려 하던 당대 선비들의 노력처럼. 그러므로 그 과정에서 어떤 희생을 치르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면 소를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차라리 위진시대 이래 중국을 지배하던 귀족들과 닮아있기도 할 것이다. 그들 역시 지식인이었다. 당연히 그 시대에는 어느 정도 살아야 지식인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서로가 명사로 추켜주며 서로의 논리를 정당화하며 그렇게 그들은 거대한 카르텔로 황제마저 무시하며 중국을 지배하고 있었다. 누가 황제가 되든 자신들의 기득권은 영원할 것이며 도전하는 이가 있다면 마땅히 내쫓고 바꾸면 되는 것이다. 평소 파벌을 이루어 서로 다투다가도 공동의 이익을 지키는데는 항상 함께 한다. 무지렁이 백성들이야 자신들이 정하는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을. 대중의 사고와 판단까지 오로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란 오만이 자신들에 동의하지 않는 대중에 대한 멸시와 혐오로 나타난다. 오로지 자신들만이 바르게 판단할 수 있고 대중을 이끌 수도 있다. 그래야 하는 것이 곧 정의다. 심지어 동의와 지지를 구해야 할 국민을 대상으로도 그들은 그래서 간단히 윽박지를 수 있다. 어리석은 국민들따위. 본질은 그에 더 가까울 것이다.

 

사실 서민이란 인간이 어디서 뭐 하는 인간인지 그다지 관심도 없기에 뭔 소리를 떠들었는가도 얼마전에야 겨우 듣고 알았었다. 아마 머리가 깨지는 사고가 없었다면 벌써 그저께 이 글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서민과 의사들이 닮았다. 진중권과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이 닮아 있다. 권경애와 김경율은 어째서 저토록 검찰과 유착하여 태연히 거짓까지 일삼는 것인가. 그동안 노무현 정부 이래 기득권과 싸워 온 과정들이기도 한 것이다. 늘 그랬었다. 자기들이 주장한 대로 하지 않으면 큰 일 난다. 망한다. 아, 기재부도 있었지. 자기들 하던 대로 안하면 나라 경제 망한다. 그러니 재난지원금도 주지 말자. 너무 잘나서. 너무 똑똑해서. 그런 자신들을 너무 잘 알기에. 그동안 그렇게 해 왔었기에. 그런데 더이상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으니 더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솔직한 속내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기득권의 총궐기라 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는 광화문에서 일어났고, 의사들은 병원을 떠났다. 조선일보를 비판하며 진보를 자처하던 이들이 어느새 조선일보가 하나가 되어 그 소리를 하나하나 받아 대신해서 떠든다.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그보다는 진보라는 장식에 가려져 있던 본색이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진중권이든 서민이든, 권경애든 김경율이든, 정의당이든 한겨레든 경향일보든, 홍세화든 뭐든 결국 그 본질은 기득권이고 단지 그 기득권에게 주어진 한 역할로서 진보라는 타이틀이 붙었을 뿐이었다. 솔직하게 가면을 벗어던진 그 본모습은 단지 기득권이며 그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전형적인 모습일 뿐이다. 너무 뻔해서 크게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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