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란 드러난 기표와 숨은 기의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사람이 항상 솔직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필요하다면 아무렇지 않게 자신마저 속이며 그대로 믿어 버리곤 한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말의 이면에 숨은 본심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공공의대 설립을 이유로 파업에 나선 의사들의 본심은 무엇인가?

 

하긴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의사들 사이에서 떠돈다는 '국평오'란 한 마디만으로도 얼마든지 그 의미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평균 수능 5등급. 자기들은 1등급. 여기서도 아마 어느 의사놈이 수능이라고는 본 적도 없는 내 점수를 멋대로 추측해서 리플을 달았을 것이다. 사실 흥미로운 부분이기는 하다. 대부분의 경우 시위든 파업이든 하려면 어떻게든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우군을 만들려 비굴할 정도로 낮은 자세로 설득에 나서고는 한다. 어떻게든 상대의 언어로 상대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이해시키고 납득시키고 동의를 끌어내려 노력도 하고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들은 다르다. 고압적으로 내가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네가 멍청하고 네가 못나고 네가 열등한 때문이다. 왜? 자기들은 수능 1등급이니까.

 

공공의대가 설립되면 어째서 전체 의료의 질이 낮아지는가? 입결이라 하지? 그러니까 3천 명 뽑을 때는 3천 등까지만 의사가 될 수 있었는데 3400명 뽑으면 무려 3400등까지도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등급으로 치면 한 등급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런 놈들과 내가 경쟁한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개원의들은 조용한데 전공의며 의대생들, 그리고 그 뒤에 버티고 있는 교수들만 난리인 것이다. 그래도 최고의 엘리트로서 한 등급 차이 나는 놈들과 같이 의사질은 못하겠다. 하긴 그래서 의사들이 간호사며 심지어 환자까지 대놓고 무시하고 하는 것일 게다. 좋은 의사도 분명 많지만 사람 가리는 놈들도 분명 상당하다.

 

문제는 그런 잘난 놈들이니 자기들 무시하고 무언가를 진행하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자기들 말을 듣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무언가를 하려 한다는 자체가 무척이나 싫은 것이다. 의료정책을 그럼 보건복지부가 주관하지 의사들이 주관하나? 정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대통령 명령에 따르지 의사들 명령을 따라야 하나? 자기들 말을 들으라. 자기들 하자는 대로 따르라. 그러니까 정부가 아무리 양보하고 국회가 나서서 타협을 시도해도 완전한 항복선언을 받기 전까지 자기들은 절때 어떤 협상도 받아들이지 않겠다. 항복문서를 내놓지 않으니 정부도 국회도 믿지 못하겠다며 원점에서 재검토까지 선언했음에도 진료거부를 계속하겠다 하는 것이 아닌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자신들의 권리지 의무가 아니다. 의사면허 역시 자신들의 소유이지 국가의 관리대상이 아니다. 자기들 일은 자기가 정한다. 환자도 정부도 오로지 자신들 요구하는대로만 따라야 한다. 요즘 의대 가는 놈들 대부분이 있는 집 자식이라며? 의사 그만둬도 먹고 살 길 만만하니 의사고시도 거부하고 하는 것 아니던가. 그리 잘난 놈들이 공부까지 잘해서 남들 부러워하는 의사까지 되었으니 오죽할까?

 

의사놈들과 이번 일 가지고 논쟁하면서 갈수록 드는 생각이다. 이 새끼들은 지금 나를 설득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가르치고 싶은 것이다. 굴복시키고 그 위에 군림하고 싶은 것이다. 일반 국민 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를 부추기는 게 바로 의대 교수들, 무엇보다 언론과 정치인들이다. 특히 기자새끼들. 생각하는게 완전 똑 닮았다. 한국 교육정책을 근본부터 다시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다. 공부 잘한다는 새끼들이 왜 지랄들인 것인지.

 

그냥 자기들 잘났다는 것이다. 자기들 잘났으니 못난 국민들 찌그레기들은 자기들 하잔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동의하면 국민, 아니면 비국민. 아파서 뒈져도 자기 책임. 전공의들 진료거부로 머리깨져서 피 철철 흘리면서도 봉합조차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래도 네가 못난 탓이다. 인국공 논란이 떠오르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빌어먹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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