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보건복지부에서 의사협회와 대화하기 싫어서 의대정원확대나 공공병원설립에 대해 의견을 나누지 않은 게 아니란 것이다. 벌써 몇 년 전부터 보건복지부며 국회 등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의사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의사협회에서 거부한 것이었다. 당연하다. 대화가 시작되면 넘어갈 수밖에 없거든.

 

명분은 정부에게 있다. 의사 부족하다. 특히 공공의료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의사를 늘려야 하고, 특히 그 가운데 공공의료인력을 늘려야 한다. 그런 당위에 동의한다면 당연히 의대정원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도 찬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사 반대하더라도 의사들의 반대에도 다른 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면 반발할 명분도 사라진다. 그러니까 대화를 거부하고 정책이 실제 추진되면 그를 명분삼아 공격한다. 

 

뭔 말이냐면 의사들이 이들 사안들에 대한 논의를 위해 협의체에 참가한다는 자체가 원래 정부가 바라던대로 되는 것이란 뜻이다. 협의체를 만들면 의사들만 들어가겠는가? 회의장에 두 사람만 있다고 둘이서만 대화하란 법은 없는 것이다. 둘이서 대화하고 다시 한 사람이 다른 방에서 다른 주체들과 대화하면 그냥 과정만 번거로울 뿐 모두가 참여해서 대화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의사들과 합의했다고 다른 주체들이 반대하면 그대로 이루어지겠는가? 의사들이 반대해도 다른 주체들이 동의하면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논의라 하는 것이고 협의라 하는 것이다.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지 허락받겠다고는 안했다. 대신 대화에 참여했으므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의사들에게는 따라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 이제까지와 다르다. 자기들만 빼고 결정했으니 따를 수 없다던 이제까지와 달리 이제는 대화 당사자라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난리치는 이유가 있다. 정확히 전공의들의 배후에 있는 누군가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정부가 양보에 나선 이유도 의사협회로 하여금 손해보는 것이 뻔한 합의문에 서명하도록 만든 배후의 누군가들 때문일 것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의사협회가 진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미루고 버텨왔는데 이제는 꼼짝없이 논의에 참여해서 결론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혼자서만 뛰쳐나와서는 이제는 명분도 없다. 어째서 처음 논의하자는 정부의 제안에 의사들이 그리 필사적으로 반대한 것인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가만 생각할수록 정부와 여당이 협상을 잘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진짜 아무것도 없다. 말이야 다 좋은 것 아닌가. 어찌되었거나 대한민국과 국민과 의료계를 위해서 최선의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 원래 그래야 하는 것이다. 전공의들도 더 나은 환경에서 수련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이러자고 그 난리를 피운 것인가.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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