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썼지만 나는 대선에서 지고 민주당이 전처럼 다시 아싸리판이 되어 있을 것이라 지레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뉴스 다 끊고서 무협소설만 읽으며 며칠을 보냈던 것이었다. 다시는 정치글 쓰지 않으리라. 그런데 웬걸? 민주당이 아직 윤석열이랑 싸우고 있었네?

 

아직 대통령은 문재인이고 민주당 172석이면 부산저축은행까지 포함해서 대장동 특검을 통과시키는 것이야 일도 아닌 것이다. 실제 통과시키든 아니든 민주당이 그렇게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아직 충분히 확산되지 않았던 윤석열의 연루의혹이 더욱 대중에 각인되며 그를 무기로 윤석열을 압박하는 민주당의 존재도 더욱 드러나게 된다. 더불어 선거에서 패배하고 자칫 와해될 수 있었던 지지자들이 대윤석열전선에서 다시 결접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실제 정작 선거에서 패배한 지금 민주당의 지지율은 전보다 더 높아진 상태다.

 

사실 선거에서 지고 나면 어떤 정당이든 지지율은 폭락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이겼으면 이후에 대한 기대로 지지율이 올라가고, 졌으면 실망감 때문에라도 일정기간 외면하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지지율이 올라갔다. 윤석열 개인의 자질문제도 있지만, 민주당이 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잘해서거나 옳아서가 아니라는 어쩌면 떼쓰기가 지지자들에게 먹혀든 때문일 것이다.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그렇게까지 큰 잘못은 없었다. 그러니 여전히 지지하며 이후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까지 계속 이어가겠다. 그러면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누구 때문일까?

 

현직 의원들의 투표로 당선된 원내대표라는 명분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아무나 데려다 임명한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전부터 공식직함을 가지고 활동하던 수뇌부의 일원이었다. 즉 지금까지의 민주당의 연속성 위에 존재하는 상징적인 인물인 것이다. 당대표야 당연히 당의 이름을 걸고 나선 선거에서 졌으니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이제까지의 민주당을 아예 부정하기보다 그 위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면 그 여지를 남기는 것이 당연히 현명하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민주당의 모습을 보이기까지 단지 기존의 틀 위에서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그 역할은 충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늘 해오던대로 선거패배의 책임을 물어 난장을 피고 지들 마음대로 하는 걸 못하게 되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의 패배 이후를 돌아보자. 초선 5적의 난은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들에게 너무 익숙한 풍경이었다. 선거의 패배를 특정한 개인이나, 특정한 체제, 혹은 구조 등에 돌리고 그동안의 민주당 자체를 전면 부정한 뒤 새로운 판을 짜려 한다. 당대표를 내쫓고, 이제까지의 당헌과 당규를 뜯어고치고, 거기에 당의 지분도 알아서 조금씩 나눠먹고, 그 과정에서 서로 더 가지겠다고 아예 난장을 치며 당을 개판으로 만든다. 민주당은 자기들끼리 싸운다는 세간의 평가가 괜히 나온 게 아니란 것이다. 그래서 윤호중이 물러나면 누가 비대위원장이 될 것인가? 거기부터가 문제인 것이다.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는가는 비대위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와 관계가 있다. 지금의 방향이 옳은가? 그른가? 똥파리들의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똥파리들이 추미애부터 이해찬,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악마화하고 나선 것 아니던가? 사소한 꼬투리로 그들을 이재명 패거리로 몰면서.

 

윤호중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최소한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는 그렇다. 대장동 특검은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으로서 언론이 불편해 할 정도로 좋은 전략이었다 할 수 있다. 언론이 바라는 것은 민주당이 무릎꿇고 울며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바로 자신들에게. 감히 개혁을 시도했던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있는 말이 바로 '민생'이다. 이번엔 민생이란 말을 꺼낼 여지조차 없이 그 입이 완전히 막혀 있다. 그 공을 인정해야 한다.

 

생각보다 괜찮은 인물이다. 법사위 넘겼다는데 당시 국회에서 민주당의 입법을 번번이 막아섰던 것이 누구였는가 한 번 떠올려보라. 그리고 그 인물이 당내 최대계파를 배후로 두고 있었다면 원내대표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었을 것인가. 언론개혁법안도 표결까지 가려다가 바로 그 빌어먹을 개자식에게서 막혔다. 윤호중에게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잘하고 있으면 앞으로 잘할 가능성도 높다. 일단 당내 사쿠라들부터 치고.

 

벌써부터 여기저기 작전치는 새끼들이 보인다. 윤호중이 어떤 인물인가? 그래서 윤호중을 몰아내고 다른 비대위원장을 앉히려면 누구를 앉히려는가? 그 과정에서 발생할 혼란과 갈등들이 민주당을 위해 반드시 좋을 것인가? 머리는 생각하라고 있는 것이다. 당원가입부터 하자. 이 새끼들 다 죽여버리고 그때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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