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했지만 윤석열을 징계하느냐 마느냐가 핵심이 아니었다. 당연히 징계수위가 해임까지 가는가 역시 핵심과 동떨어져 있었다. 듣자니 추미애 장관도 처음부터 윤석열 날릴 목적으로 징계위를 요청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다른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검찰과 타협의 여지 자체를 없애는 극한의 선택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검찰총장이 징계받는 사상초유의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이제와서 검찰과 타협하고 양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조응천 하나 기권했을 뿐 민주당에서 이견도 이탈도 없었다.

 

일단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공수처설치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윤석열이 해임되든 말든, 징계받든 말든 대세에 크게 영향을 주기는 어려운 것이다. 물론 아예 징계 자체가 없다면 그 정치적 부담은 온전히 추미애 장관과 청와대, 그리고 민주당에게로 돌아간다. 아무 사유도 아닌데 억지로 엮어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현직 검찰총장을 해임하려 했었다. 그래서 2개월 정직이란 결과는 추미애 장관과 청와대, 그리고 민주당을 위해 딱 적당한 수준의 징계수위라 할 수 있다. 어찌되었거나 추미애 장관이 들었던 6가지의 징계사유 가운데 징계위원회에서 4가지를 인용해서 징계를 결정했다. 현직 검찰총장이라는 인간이 징계위원회가 사상초유의 징계를 결정할 만큼 명확한 잘못을 저질렀다.

 

한 마디로 언론보도의 첫머리가 윤석열이 정직이란 징계를 받은 의미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헌정사상 없었다.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검찰이란 조직이 생겨난 이래 현직 검찰총장이 징계위원회로부터 징계결정을 받은 적이 그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것도 검찰총장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을 해 온 것이 이유가 되어 징계를 받게 되었다. 이제 남은 건 둘 중 하나다. 징계위원회에서 인용한 4가지 혐의에 대해 윤석열이 그만큼 검찰총장으로서 부적절한 인물이었구나 여기는 것과, 그럼에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윤석열이 그동안 언론플레이를 해 온 대로 징계위원회 자체를 불신하게 되거나. 그러라고 언론플레이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징계받은 사실 자체는 절대 바뀔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직까지 받아들이고 끝까지 검찰총장 자리를 지킨다? 그런 검찰총장을 검찰조직은 얼마나 신뢰하며 지지하게 될까?

 

아무튼 징계위원회에서 검찰총장으로서 자격이 의심되는 6가지 혐의 가운데 4가지를 인정해 주었으니 민주당이 국회에서 탄핵절차를 밟기에도 명분이 충분해졌다. 이제는 봐주고 말고 할 것 없는 그야말로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원수사이인 것이다. 딱 좋다. 추미애가 상황을 아주 잘 만들어 주었다. 뭐 이대로 내버려 두어도 어차피 윤석열이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더구나 자리를 지키려 할 수록 자기 면만 상하는 길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돼도 현정부와 여당에는 나쁠 것이 하나 없는 그냥 딱 적절한 결과라 하겠다. 윤석열의 바닥만 드러내 보여준다. 알량하고 추악한 바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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