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든 기무사든 검찰이든 그동안 정권을 잡고 있던 수구 입장에서도 위험한 칼이었었다. 상대를 칠 때는 유용하지만 반면 언제는 자신들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었다. 수구정권에서 이들 정보기관에 수도 없이 예산과 특혜를 퍼주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검찰은 공천을 통해 아예 같은 무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될 수 있으면 이런 위험한 칼들을 적절히 통제될 수 있기 바란다.

 

현정부의 검찰개혁은 원래 수구정권에서도 논의되었던 것들이다. 검수완박이야 윤석열이 워낙 개지랄하니 나온 이야기이고 검찰개혁 하겠다고 수도 없이 말은 나왔지만 그럼에도 그때마다 적절한 검찰의 반격에 좌초되고는 했었다. 채동훈이 그렇게 날아간 것이었다. 당장이야 윤석열에 대놓고 망나니짓하며 현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칼춤을 추고 있으니 봐주는 것이지 그런 검찰이 대권까지 가져가겠다는데 수구진영에서 그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것인가.

 

원래부터도 윤석열의 대선후보로서의 높은 지지율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리스크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른 대안이 없었고, 검찰총장 윤석열이 필요했기에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지 윤석열이 진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윤석열이 스스로 검찰총장을 내던지고 검찰인사를 통해 검찰과 연결된 끈까지 모두 잘리고 말았다. 그런 윤석열이 아직도 수구 입장에서 이용가치가 있겠는가. 그래서 지금 윤석열 지키기에 필사적인 것은 자칭 진보들 뿐이란 것이다. 오로지 한겨레와 정의당만 윤석열 지키기에 목숨을 거는 상황이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물론 국민의힘에서 홍준표든 오세훈이든 후보가 결정되면 자칭 진보도 바로 태도를 바꿀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누가 대선후보로 나설 것인가에 정의당이 관여할 여지란 없을 테니까. 다만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면 된다.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그래서 정의당은 공공연하게 박형준과 오세훈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한겨레는 아예 오세훈을 위해 자발적 오보까지 내고 있었다. 아무튼 자칭 진보나 현재 윤석열에 집착을 하지 수구 입장에서 검찰총장 아닌 윤석열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이다.

 

그래서 장모를 잡아 쳐넣은 것이다. 윤석열에 대한 X파일을 만들어 퍼뜨리고, 쥴리를 세상에 알리고, 마침내 장모까지 쳐 넣는다. 판사가 법을 잘 지켜서? 판사가 정의와 상식을 소중히 여겨서? 그냥 윤석열을 지금이라도 죽여야 하는 수구의 필요가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자칭 소장파나 자칭 진보 입장에서 윤석열 장모보다 아무 죄도 없는 조국의 어머니가 더 큰 죄인일 테지만. 그래도 윤석열이라는 것 아닌가.

 

아무튼 국민의힘이 자신이 붙었단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국민의힘 자신의 힘이었는가. 윤석열도 최재형도 없는 지금도 국민의힘이 자신의 힘으로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아무리 언론이 죄다 달라붙었다지만 이준석에게 그만한 역량이 될 것인가. 그나마 수구에 윤석열 말고 대안이 없던 지난 시간들이 뼈아프다. 윤석열이야 그냥 제자리 찾아가는 중이다. 자칭 진보의 오열이 들리는 듯하다. 그게 더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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