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처음 추미애 장관이 법무부장관이 지명되었을 때 특히 검찰은 상당히 만만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싶다. 정치인이란 참 지켜야 할 것이 많은 부류들이다. 욕심이 없이는 정치같은 건 할 수 없다. 더구나 무려 5선, 당대표까지 지냈고 차기 대선후보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인물이니 얼마나 아쉬운 것도 많고 지키고 싶은 것도 많을까. 그러니까 적당히 건드려주면 자기의 큰 꿈을 위해서도 적당히 타협하지 않을까.

 

그래서 안되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은 삼국지로 치면 장비와 같은 인물인 것이다. 앞에 '여'도 필요 없이 그냥 장부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말했지. 자기는 오늘만 산다고. 내일을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을 이길 수 없다고.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칼집부터 버리고 본다. 여기서 내가 죽거나 네놈들이 뒈지거나. 노무현이 괜히 정몽준 앞에 두고 추미애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았던 것이 아니란 것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나중을 생각지 않는다. 내가 하기로 했으면 한다. 내가 해야만 한다면 한다. 내가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면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한다.

 

그야말로 자기 정치생명까지 내던지고 덤벼든 싸움이란 것이다. 5선의 국회의원이, 전직 여당의 대표에,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손꼽히는, 대한민국 여성정치인 가운데 가장 거물이 모든 것을 내던지고 검찰 하나 때려잡겠다 나선 상황인 것이다. 두려울 것이 없다. 물러날 곳도 없다. 타협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모든 언론을 동원해서, 심지어 여론조사까지 인용해서 모욕주고 흔들려 발악해봐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아마 지금 추미애 장관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한 사람 뿐일 텐제, 추미애 장관이 무엇까지 걸고 지금 싸움을 하고 있는가 아는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그를 뜯어말릴 수 있을까? 자신이 요청하여 추미애 장관은 그 많은 것들을 버리고 내걸어야만 했었다.

 

만일 윤석열이 진정으로 추미애 장관을 이기려 했다면 윤석열 자신 역시 자신의 미래를 걸었어야 했다. 검찰총장이라는 자리와 장차 대권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모두 내던지고 전력으로 부딪혀야 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추미애 장관보다 지켜야 할 것이 더 많았던 것은 정작 윤석열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켜야 할 것들을 붙들고 있는 사이 하나씩 손발이 잘리고 가야 할 길을 잃게 된다. 이길 수 있을까?

 

처음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때가 어쩌면 윤석열에게는 마지막 기회였는지 모른다. 정확히 검찰이다. 그때 윤석열이 자리를 내던지고 나왔다면 조금은 추미애 장관에게도 어느 정도 타격이 가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란 조직 전체보다 자신과 주위의 측근들만은 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이다 보니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이런 궁벽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만다. 그런데도 대선후보감이라 띄워주는 언론은 얼마나 병신들이란 것인가.

 

그야말로 자신의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장래를, 포부를,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내걸고 하는 싸움이란 것이다. 그래서 무섭다. 확실히 조국 전장관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차라리 조국 전장관 그냥 두고 적당히 어르고 달래며 기득권을 지키는 쪽이 더 낫지 않았겠는가 후회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이다. 요즘 지켜야 할 것이 없어진 조국 전장관이 얼마나 사나워졌는지 모두가 보았지 않은가. 추미애는 태생이 싸움꾼이다. 적이 아니라 다행이다. 진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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