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쓸 때도 마찬가지다. 쓰고 있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면 응용과 변주가 자유롭다. 발췌와 인용과 변형을 통해 얼마든지 자기만의 새로운 텍스트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분야라면 그저 기존에 있는 텍스트를 가져다 복사해서 붙이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시피 하다. 당연하다. 뭐라도 알아야 더하고 빼고 고치고 바꾸고 하는 거지 전혀 모르는데 괜히 글자 하나 마음대로 고쳤다가 망신만 당하고 마는 것이다.

 

뭔 말이냐면 윤석열과 최재형이 과연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을까 하는 것이다. 120시간 노동에, 후쿠시마 방사능누출 부정에, 부정식품 허용과 임상이전에도 시험중인 의약품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 등은 도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듣고서 읊어댄 것일까. 당연하지 않은가. 그들 주변에 있는 이들이다. 그들이 같은 편이라 여기는 바로 그들이다. 평소 아예 관심도 없던 분야인데 누군가에게 듣고서 그게 전부인 양 떠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재미있지? 어째서 자칭진보들은 그런 윤석열과 최재형에 대해 한 마디 비판조차 못하는 것일까? 민주당을 향해서는 그리 디테일하고 신랄한 것들이.

 

확실히 윤석열과 최재형이 귀한 인재라는 이유일 것이다. 자칭 진보의 진짜 속내를 읽는다. 어차피 주 36시간 못하면 주 120시간 일한다고 뭔 일 있겠는가. 더구나 자칭 진보들이 그런 일 할 일은 없는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조차 정작 현장이 아닌 노조전임자들인 것이다. 최저임금 11000월이 안되면 최저임금을 낮추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가 더 고통받아야 자기들에게도 길이 열린다. 자칭 진보가 민주당을 증오하는 진짜 이유다. 민주당이 있는 한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부정당하기 쉽다.

 

아무튼 바로 윤석열과 최재형이 내뱉는 말들이야 말로 자칭 보수와 자칭 진보의 그동안 감춰 왔던 솔직한 속내인 것이다. 중도적인 척 여러 커뮤니티에서 활약하던 이름들도 그를 계기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만다. 상식을 넘어선 그들의 진심이 더이상 그들로 하여금 가면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진중권과 정의당도 한 몫 끼고 있고. 한겨레나 경향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나 멋진가. 저 자칭들의 연대가.

 

초짜들인 탓이다. 정치감각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무지렁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명박이나 박근혜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요령을 알았다. 홍준표 역시 어떤 말이 대중의 귀에 착착 감길지 감각적으로 알고 실제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자칫 속아넘어가기 쉬운데 윤석열과 최재형, 그리고 이준석 덕분에 더이상 그러기 힘들어졌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자칭진보란...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다. 역겨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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