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일부러 찾아보지도 않았다.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이라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무지와 오해와 악의의 소산인지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조금만 사회생활을 해봤어도 아예 상주하는 건물관리인의 월급이 120만원이라는 것부터 말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며칠만 소홀히 해도 바로 티가 나는 게 바로 집이란 것이다. 그런데 언제 이용해도 상관없게끔 유지하고 관리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더구나 집값이라는 것이 땅값만으로 정해진다는 것도 현실을 조그만 알아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말인 것이다. 내가 아무리 헛살았어도 그 정도 모를 정도는 아니다.

 

아무튼 민주당이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버텨볼 만큼의 명분은 제공한 소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냥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바로 납득이 될 만큼 워낙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이라는 것도 허술한 것들이었고, 해명 역시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시민단체 주먹구구로 운영한 것이야 모르는 바가 아니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사정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터다. 뻔한 인원에, 뻔한 예산에, 더구나 오로지 선의만으로 모인 아마추어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회계처리까지 전문적으로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인재라면 그 월급 받고 그 대우 받으며 시민단체에서 썩거나 하지 않는다. 특히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윤미향 당선자의 아파트구매에 대한 의혹들.

 

사실 이 부분이 안성 쉼터 관리자 월급 120만원과 함께 주위에 설명해주기 좋은 소재이기도 했다. 어떻게 혼자서 상주하며 경비도 하고 관리도 하는데 한 달에 받는 돈이 120만원밖에 안 될 수 있는 것인가. 이건 특혜가 아니라 혹사다. 분개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아무리 아버지에게 그런 일까지 시키는가. 그런에 아파트 구입과정을 보니 더 어이가 없다. 주위에서 40대 이상 된 사람들 죄다 붙잡고 한 번 물어보라. 1995년 4500만원짜리 빌라를 구입했던 사람이 2012년에 2억 6천짜리 아파트 사서 아직까지 거주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이 사람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너무 비싼 아파트를 산 부분이 아닌 그것밖에 집을 넓히지 못한 부분을 문제삼으려 들 것이다.

 

진짜 악의적이었다는 것이, 1990년대의 내집마련과 2020년의 내집마련은 그 느낌부터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는 그래도 허드렛일을 하면서라도 열심히 아껴서 잘 모으기만 하면 어떻게든 나이 먹고 내 집 한 칸 정도는 장만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혼이라도 하면, 아니 결혼하기 전부터도 나중에 내 집 한 채 장만해 보겠다는 현실의 꿈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계획까지 세워가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도 혼자서 벌어서 윤미향 당선인이 아파트를 사기 몇 해 전에 그보다 더 비싼 아파트를 그것도 서울 변두리에 장만하고 계셨다. 아버지 덕분에 교회 사택에서 살며 월세가 나가지 않았다면 주위의 도움까지 받아서 1995년 4500만원짜리 빌라를 사고 1999년 79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산 것이 그리 크게 문제가 되는가. 2012년 샀다는 아파트도 고작 2억 6천 정도였다. 그동안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주위에서 돈을 끌어다 산 다음 아파트 사서 갚았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왜 지금 부동산 가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여겨지는가. 한 마디로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들도 평생 벌어서 강남에 아파트 한 채 사기가 그리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지 임금상승이 상대적으로 부동산가격의 상승에 비해 정체되면서 평생 모아서 아파트를 산다는 자체가 비현실적인 망상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도 열심히 돈벌어 아끼고 모으면 나중에 나이 들어 내 집 한 채는 장만할 수 있다는 희망 정도는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이 가능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것이 전혀 불가능해진 시절이가. 그러면 그 사이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그래서 윤미향은 손가락질받아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 내 집 한 채 있었던 사람들은 그것 어떻게 잘 굴려서 지금은 그보다 더 크게 불린 경우도 적지 않다.

 

전형적으로 달라진 현실의 차이를 무시한 채 그를 이용해서 대중의 인식을 왜곡하고자 의도한 기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기자들이 몰라서 그런 프레임에 우루루 쫓아갔겠는가. 몰랐을 리 있는가. 알면서 그냥 몰아간 것 뿐이다. 대충 년도와 금액이 나왔으니 어느 정도 상황파악이 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나오는 반박이라는 게 증거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냥 조금만 조사하면 나오는데 무슨 증거? 결혼하고 아버지 일하는 직장 사택에서 살다가 내집마련부터 한 부분을 문제삼으려면 문제삼을 수 있어도 아무리 그 나이에 그 정도 집 한 채 갖는 것이 뭐가 그리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굳이 횡령이니 유용이니 할 필요 없이도 대부분 살 수 있는 정도의 집이다. 자기 집이 이미 있으면 그 집을 팔아서 상당부분을 메울 수 있는데 주위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도 실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대협 대표로써 강연도 다니고 책도 내고 기고도 하면서 받았을 돈들을 생각하면 그동안 그 정도밖에 돈을 모으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30년 동안 샀던 모든 집들을 더해서, 심지어 아버지가 산 집까지 더해서 5채를 현금으로 샀다라.

 

그런데도 자신들을 기레기라 부른다고 싫어한다면 너무 자신들을 칭송하는 표현이라 그런 것이라 여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레기도 아니고 기더기조차 불편하다면 자기가 구더기도 못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 여겨야 하는 것이다. 최소한 사람이기라도 하다면. 더 악랄한 놈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면서 조선일보의 프레임을 따라갔던 한겨레, 경향 등 자칭 진보언론과 정의당이라는 자칭 진보정당일까. 몰랐을 수 없다. 몰랐다면 언론으로서든 정당으로서는 존재할 이유자체가 사라진다.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 것일까.

 

어차피 믿을 사람은 믿고 믿지 않을 사람은 믿지 않는다. 다만 다툴만한 여지는 생기게 되었다. 과연 누가 옳을 것인가. 누구의 주장이 더 타당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6월 1일 개원까지 윤미향 당선인과 민주당이 야당과 언론의 연합공격을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6월 1일이 지나면, 더구나 6월 5일이 지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민주당의 시간이 시작된다. 일단 언론사 정부광고부터 끊고 나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다. 좋은 기자는 죽은 기자 뿐이다. 좋은 언론사도 망한 언론사 뿐이다. 존재하는 모든 기자와 언론사는 사라져야만 한다. 언론의 자유는 그냥 개소리다.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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