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때 인터넷에서 글쓰는 행위에 나름 의미를 부여하던 때가 있었다.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지 않나 싶다. 돌이켜보면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닌 것인지 부끄럽기만 하다. 인터넷은 인터넷이고 글질은 단지 글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블로그하면서 그 흔한 리플접대도 않게 되었다. 뭔 의미인가? 나는 내가 쓰고 싶은대로 쓰고 사람들은 찾아와 자기 읽고 싶은대로 읽고 리플을 단다. 그 이상 나와 그들 사이에 아무 관계도 없다. 내 생활은 블로그가 아닌 현실에 있다.

 

결국 육체노동을 시작했다. 요즘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그 일이다. 물류가 공사장 노가다보다 좋은 점은 매일 일정한 거리를 출퇴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따로 숙식을 하지 않으면서도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까지 짧다. 그리고 주 6일이 대부분인 공사장에 비해 주 5일로 주말을 온전히 쉴 수 있다. 한 마디로 더 많은 시간을 휴식과 충전에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대신 일도 더 힘들고 급여도 더 적고 야간에 일을 해야 하며 급여상승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은 단점이다. 어찌되었거나 역시 다른 기술 없이 돈 벌려면 몸 쓰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체적으로 좀 더 편한 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급여수준을 생각하면 사실상 대안은 없다고 봐야 한다.

 

아무튼 그래서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내 벌이는 내 몸이 고생해서 벌어들인다. 블로그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예 까맣게 잊고 있을 때 쯤 100달러인가 입금되었다고 메일 날아오는 정도는 용돈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진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다 블로그에 쏟아낼 수 있다. 내가 구독자 눈치를 보겠는가? 리플 단다고 그 내용을 굳이 신경쓰며 고려하겠는가? 블로그질 그냥 귀찮으면 안하면 그만이다. 성가시면 때려치면 그만이다. 이 블로그가 아마 한 11번째인가 12번째인가 그럴 것이다. 한창 때는 블로그질에 의미를 부여하느라 싸움질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아예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다 개무시한다. 그러고 싶은 사람들은 그러는 것이고 나도 내 하고 싶은대로 한다. 그래서 유튜브는 처음부터도 고려도 안했다. 나는 어떻게 해도 엔터테이너는 되지 못할 사람이다.

 

내가 진중권 부류를 혐오하고 경멸하는 이유다. 정확히 변희재니 뭐니 하는 입만 산 놈들은 그냥 개무시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기자놈들은 다를까? 최소한 나는 남 욕하면서 돈벌지는 않는다. 남 모욕하고 조롱하고 상체를 후벼파면서 내 이익을 구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거꾸로 내가 이익을 얻자고 다른 이의 고통과 불행을 이용하려는 패악질은 하지 않는다. 아마 얼마전에 썼을 것이다. 진중권이나 서민의 욕설을 보면 진정성이 없다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누군가의 눈에 들기 위해 위악같은 위선을 뒤집어쓰고 쓰는 거짓된 분노의 배설물일 뿐이다. 어째서? 목적이 다른 것이다. 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구하고자 하는 것이 따로 존재하는 때문이다. 그들에게 글과 말이란 단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쓰고 싶어 쓰고 싸고 싶어 싸는 나와 다른 이유다.

 

돈을 벌기 위해, 명성을 얻기 위해, 인정을 받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다른 목적을 위해 수단으로서 글을 쓰고 말을 한다. 그래서 저들의 말에는 진심이 들어있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으로 더 선정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게 글을 쓰고 말을 할까만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그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논객, 혹은 평론가라 부르는 놈들의 실상이다. 김어준이나 김용민, 이동형 등의 부류도 내게는 그래서 크게 다르지 않게 여겨진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사람은 글이 수단이 되고, 말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말이 곧 수단이 된다.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 버린 글과 말에 어떤 진정성이라 할 만한 것이 남아 있을 수 있는가. 그러니까 어느날 갑자기 김어준이 문재인 욕을 하고, 김용민이 민주당 욕을 하기 시작해도 저들이 지금 버는 수입과 명성과 인지도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그나마 서민은 교수질이라도 하니 인정은 한다. 그런데 교수질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뭐한다고 잘 모르는 분야에 저리 끼어드는지. 아마 기생충 전문가일 때보다 더 여기저기서 불러주기도 하고 알아주기도 하는 사실에 맛들인 때문일 것이다. 그 맛 진짜 죽여준다. 나 역시 미미하지만 경험해 본 바이기에 아주 모르지 않는다. 막 여기저기서 추켜주고 누군가는 팬이라 그러고 누군가는 직접 생일이라고 불러서 술까지 사주고 진짜 내가 뭐라도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구나. 개뿔. 그러니까 학생들 가르치고 기생충 연구하는 일이나 열심히 하시라.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생겼을 때 내가 했던 것처럼 착 딸라붙는 욕설로 문재인이든 조국이든 마음에 들지 않는 놈들 대차게 까면 그게 진짜가 되는 것이다.

 

아주 오래던 도시탈출에서 오히려 욕은 황봉알이 더 많이 더 독하게 했음에도 김구라가 더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이유인 것이다. 황봉알은 아무데서냐 욕질을 했지만 김구라는 딱 자기가 욕해야 하는 순간을 골라 그때만 욕하고 끝냈다. 말하자면 진중권과 서민 류의 욕설이란 당시 황봉알의 욕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수준이란 것이다. 김용민과 김어준 사이에도 급의 차이가 있는 것도 개인적으로 그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용민이 오버할 때는 그래서 오히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김어준은 그냥 나르시스트고.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고 춤추면서도 그런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황홀해 할 사람이 바로 김어준이란 인간이다. 진중권이 차라리 김어준같은 나르시스트였을 때는 그나마 글이 읽어 줄 만은 했었는데.

 

다만 그럼에도 같은 글로 말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 가운데서도 인정하는 몇 명 중에 유시민이 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말 한 마디를 하기 위해 그동안 읽었을 수많은 텍스트와 고민했을 수많은 시간들이 느껴지는 때문이다. 그건 노동이다. 그야말로 일이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고 말을 하니까 돈이 되는 수준인 것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글과 말이기에 돈을 버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가. 자료찾기 싫어서 진지한 글 쓰자고 카테고리 만들어 놓고는 몇 달에 겨우 하나 쓰기도 버거워하는 내가?

 

아무튼 일이라는 건 소중한 것이다. 내가 내 몸으로 내 손으로 직접 일해서 돈을 벌어 먹고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것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다. 뭔가 대단한 일을 이루어야 사는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이란 자체가 의미가 있고, 산다는 자체가 오로지 존귀한 것이다. 살아있기에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허투루여길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과연 글과 말을 목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그냥 내 손으로 내가 벌어 먹고 산다. 글은 그냥 취미생활일 뿐. 대개는 어디서 술쳐먹으며 되는대로 떠들던 소리들을 대충 정리해 올리는 것들이다. 그 이상 무슨 의미가 필요한가. 사회적으로도 무엇이 더 가치있는 일인가는 너무나 분명한 것이다.

 

놈팽이 새끼들은 진짜 사회의 잉여며 해악들이란 것이다. 손가락으로 입으로 떠드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그런 정도로 취해 버린 진짜 놈팽이들은 결국에 세상에 쓸데없는 말들만 넘쳐나게 만든다. 하긴 그런 놈들 모아서 월급까지 주는 언론사라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썩은 선비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고래로 하는 일 없이 주둥이로만 한 몫 하려는 놈들은 항상 문제였었다. 새삼 느끼는 것이다. 저 새끼들이 싫다. 끔찍하게도 싫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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