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이 죽기 얼마전 LA에서 월세 아파트에 산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바 있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 마이클 잭슨이 고작 월세 아파트에 사는 처지가 되었단 것인가. 물론 터무니없는 오해였었다. 마이클 잭슨이 산다는 월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월세가 아니었다. 해외에서는 의외로 흔한 사례다. 굳이 필요치 않은 경우 굳이 집을 사서 소유하기보다 일정 기간 세를 주고 거주하는 것이다. 당연하게 LA같은 대도시에서 자기 집을 굳이 사서 소유하기보다 일정기간 월세를 내며 사는 쪽이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전에도 전세와 관련해서 쓴 적 있지만 한 달 월세 100만 원 해봐야 10년이면 1억 2천만 원밖에 하지 않는다. 월세 천만 원 해도 10년이면 12억이다. 그런데 대도시 한복판에 집을 가지려면 얼마를 지불해야 할까? 나중에 다시 되팔면 되지 않느냐 말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을 거래하는데는 당연히 세금이 따라붙는다. 고가의 부동산이라면 그만큼 고율의 세금이 매겨지게 된다. 더구나 땅이라면 몰라도 건물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되며 감가상각이 생기게 된다. 당장 아파트는 당연히 오른다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사할 때 가장 먼저 신경쓰는 것이 신축인가 구축인가의 여부인 것이다. 오랜 아파트는 인기가 없다. 값만 오를 뿐 정작 세를 살려 해도 될 수 있으면 신축으로 가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다행히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비싸게 팔 수 있으면 남는 장사일 테지만 적지 않은 세금까지 내가며 부동산을 다시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면 차라리 속편하게 임대해서 쓰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어차피 자기 집을 가질 수 없는 계층 뿐만이 아닌 고가의 건물을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는 고소득자를 위한 고급형 임대주택 시장이 크게 발달해 있는 것이다. 굳이 오래 살 것도 아니고, 더구나 건물을 소유하는 번거로움까지 고려할 경우 차라리 비싼 돈 내고 자기 집을 가지기보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월세로 사는 편이 훨씬 나은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 드라마를 보면 흔히 보는 장면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많은 돈을 벌었으면서 정작 사는 곳은 비싼 월세를 내야 하는 임대아파트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되는 이유는 그만한 수입이 있고, 차라리 그 돈을 모아 집을 사기보다 월세가 더 싸게 먹힌다는 현실적인 계산 때문인 것이다. 대신 그런 모든 부담을 대신 감당하는 대신 임대업자들은 그로부터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월세를 받는다고 모두 업자들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감가상각이란 말 그대로 건물을 유지 보수 관리하면서 이후 노후화되었을 경우 다시 짓는 등의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아마 박근혜 정부 이래 현정부에서 추진했던 임대업자 사업자등록이 이를 목표로 했었던 것 같은데.

 

아마 아파트 가격이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오르지 않았다면 임대업자 사업자등록이라는 제도 자체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 이 모든 비정상적 상황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세란 제도인 것이다. 월세 아래서는 다달이 받는 월세 가지고 급격히 사업자가 임대주택의 보유를 늘리기가 매우 어렵다. 한 달에 천만 원, 이천 만 원 받아서 언제 몇 십억 이나 하는 임대주택을 새로 또 하나 짓고 구입하겠는가. 하지만 거의 집값에 근접한 전세가로 인해 터무니없이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임대주택을 늘려갈 수 있는 것이다. 임대업자 사업자등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전세라는 이상한 제도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악용되는 현실이 문제인 것이다. 그로 인해 집값까지 크게 오르면서 임대소득 말고도 집값만으로도 임대업자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큰 이익을 얻게 되었다. 그러니까 답은 뭐다? 전세의 월세로의 전환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해서 전세금에 약간의 자기 돈 더해서 집을 늘리는 이른바 갭투기를 차단하고, 나아가 임대업자들이 임대 이외의 다른 수단으로 부당한 이익을 누리는 경로를 막는다.

 

임대업자들의 잘못이 아니란 것이다. 그저 있는 집 빌려주고 세 받아 살겠다는 사람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단지 임대업자에 대한 혜택을 이용해서 부당하게 부동산투기로 이익을 보려는 인간들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전세라는 제도는 따라서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면 임대업자들도 말 그대로 임대업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업자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과연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오르지 않을 경우 전세라는 제도가, 임대업자에 대한 혜택들이 그렇게 문제가 될 정도인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 전세도 의미없고, 임대업자들에 대한 혜택은 임차인에 대한 혜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답은 뭐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그 원인이 되는 전세 또한 줄여나가야 한다.

 

정상이 아닌 것이다. 지인이 새로 이사하는 집 전세금이 무려 6억이란다. 어지간한 집 한 채 가격을 훌쩍 넘어간다. 과연 나같은 서민조차 되지 못하는 밑바닥 인생이 6억이라는 전세금을 만들려면 몇 년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것인가. 그나마 만만한 일반주택 전세가 못해도 1억은 기본으로 넘는 것이 현실이란 것이다. 십 몇 년을 쓰지 않고 모아서 전세금을 겨우 마련했더니만 계약기간 끝나니 전세가 또 올라서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 한다. 차라리 그렇게 모을 돈으로 만만하게 월세라도 안정되게 내면서 사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10년 동안 1억 모으려면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아껴서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참고로 저 지인도 땅부자인 부모로부터 받은 돈이 저 만큼인 것이다.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을 것인가.

 

굳이 한 달에 100만원 씩 모아서 1억 전세 사느니 한 달에 40만원 월세 내면서 60만원을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삶을 살고 싶다. 실제 그러고 있다. 그래서 굳이 전세를 구하기보다 방 두 개에 월세 25만원 짜리 싼 집을 찾아서 이렇게 대충 살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통장에 목돈도 굳었고 괜히 돈모은다고 안달할 필요 없이 나 자신을 위한 소비도 충실히 할 수 있다. 사람이 돈을 모으기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집을 사기 위해서만 사는 것도 아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젊은 세대들 가운데는 아예 집 사는 걸 포기하고 현재를 즐기려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같더만.

 

월세가 과연 그렇게 나쁜 제도인가. 그냥 단순히 비교해 보면 된다. 지금 집값과 지금 전세값과 비교하면 과연 월세가 그렇게까지 서민들에 부담이 되는 제도일 것인가. 결국 보면 떠드는 대부분이 서민의 삶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경우들이란 것이다. 전세도 오른다. 그것도 대부분 서민들의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오른다. 그 돈을 모으느라 역시 그동안 소비도 못하고 돈을 모아야 한다. 언론이 서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전세금 올릴 것을 대비해서 모으는 그 돈도 결국은 비용인 것이다. 결국 다시 전세를 살기 위해서 그 돈을 다시 전세금으로 묻어 두어야 한다.

 

그러고보니 국채와도 비슷한 구조라 할 수 있다. 국채는 빚이면서도 빚이 아니다. 다음 세대에 갚아야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이자만 충실히 낼 수 있으면 그 다음 세대에서도 굳이 갚지 않고 다음으로 넘길 수 있는 것이 바로 국가의 채무라는 것이다. 채권을 발행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기존의 채권을 사들이며 이자를 갚으면 거의 무한히 채권은 연장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돈을 모아 전세금을 늘려도 그 돈은 세입자의 돈이 아니다. 다음 임대인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많이들 착각하고 있다. 전세를 월세로 바꿔 살아보면 비로소 알게 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