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통당 윤희숙 의원 덕분에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나 역시 집이 있으면서 월세에 살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내 명의 아파트도 있고 대출금도 갚고 있는데 정작 사는 곳은 서울을 가로질러 반대편 일반주택 월세다. 그래서 깨닫게 된 사실이다. 월세보다 앞으로 20년은 더 갚아야 하는 아파트 대출금이 더 비싸다.

 

간단한 산수다. 한 달에 월세 40만 원을 낸다. 1년이면 480만원, 10년이면 4800만 원, 30년 이면 1억 4400만 원이다. 그런데 요즘 아파트 한 채 가격이 얼마지? 20살부터 경제활동 시작해서 80살까지 산다고 치면 한 달 40만원 월세 모아봐야 3억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3억이면 요즘 전세 구하기도 매우 빠듯하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으면 조금 쓸만하다 싶은 집은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보는 것이 옳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6억 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1년에 6천만 원 씩 10년을 모아야 한다. 연봉이 6천만 원도 안되는 사람이 태반인데 그 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야 한다는 소리다. 30년이면 그나마 1년에 2천만 원인데 어찌어찌 그 정도는 모은다고 해도 월세로 계산하면 한 달에 160만 원을 넘기는 것이다. 한 달에 160만 원 씩 월세를 내면서 30년을 살면 온전히 6억 짜리 집이 내 집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 정도로 악착같이 씀씀이를 줄이고 모아야만 6억 넘는 아파트 한 채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차라리 그 동안 월세 60만 원 짜리 집에서 살았으면 한 달에 100만 원은 훨씬 넘겨 아끼며 다른 곳에 여유롭게 쓰며 살 수 있었겠다.

 

그래서 의문인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무리해가며 사람들은 자기 집을 가지려 애쓰는 것인가. 역시 고도성장기의 유산이라 봐야 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집값도 오르고 월세도 전세도 따라서 오른다. 지금 당장 집을 사 놓지 않으면 전월세도 오르게 될 것이고, 따라서 어찌되었거나 지금 내 집을 장만해 놓으면 자연스럽게 그 값이 오르며 돈을 모으느라 무리한 보상은 충분히 되고도 남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도 그래서 조금 더 좋은 집에서 살겠다고 전세로 들어갔다가 그 형편없던 집의 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을 보며 그리 후회하셨다 한다. 당연히 전세도 따라 올라서 나중에는 전세금으로 집을 산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무슨 말이냐면 부동산 가격만 제대로 잡는다면 수요자 입장에서 굳이 자기 집 장만하겠다고 무리할 이유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란 뜻이다. 어차피 아파트를 사 놔 봐야 오르지 않을 것이면 굳이 아파트 한 채 장만하겠다고 무리하게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기보다는 오히려 더 여유를 즐기며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자기 형편에 맞는 더 넓고 더 좋은 집에서 아이도 기르면서 문화생활도 즐기면서 가끔 사치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 수도 있는 것이다. 하긴 어차피 더이상 개인이 돈을 모아서 집을 장만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해지기는 했다. 자기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일단 집부터 사고 보는 것이다.

 

아무튼 모든 국민이 자기 집을 가지고 싶어하는 지금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부터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지금 내 명의로 있는 아파트 역시 사실 그리 크지도 대단하게 좋지도 않은 그냥 내가 사는 주변에서 내가 내는 대출금 정도면 월세를 구해 들어가 살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 혼자 사는 지금 이 집은 거기서도 10만 원 더 빠지는 월세를 내며 살고 있는 중이다. 지금 정도 월세만 계속 유지된다면 차라리 저 아파트 팔아서 그 돈으로 다른 짓 하며 평범하게 놀며 지내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굳이 그렇게까지 대출금 때문에 허리 휘어가며 쓸 것도 못 쓰고 살 이유가 과연 있는 것인가.

 

월세가 진짜 서민에게 불리한 제도인가 묻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전세금 1억 마련하기도 대부분 서민 입장에서 허리가 휘기는 마찬가지다. 어지간하면 요즘 전세도 구축 일반주택 기준으로 1억은 그냥 넘어간다 보는 것이 옳다. 40만 원 월세 20년 내나, 1억짜리 전세로 20년 사나 과연 차이가 무엇인가. 아 그래도 전세금은 남는다? 그래도 전세금도 남기고 집도 나중에 자식들에게 남겨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돈 모으느라고 억척을 부려야 하는 세월을 생각해 보라.

 

차라리 전세자금대출 받고 이자 내느니 깔끔하게 월세 싼 거 살고 말겠다. 그만큼 목돈 아껴서 그 돈으로 다른 것 하며 살면 더 재미있지 않겠는가. 내가 전세가 아닌 지금 월세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혼자 살기에는 충분하게 넓다. 방도 2이나 되고 거실은 있는대로 어질러도 아직 고양이가 뒹굴 공간이 남아 있다. 통장에 목돈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일을 하다 뭣같을 때는 그것 믿고 바로 때려쳐도 몇 달 넉넉하게 버틸 정도는 된다. 얼마나 좋은가.

 

언론도 정치권도 자칭 지식인이며 시민들도 전혀 하지 않는 고민인 것이다. 전세가 과연 서민을 위한 것인가. 모든 국민이 자기 집을 가져야 하는 것인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진정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 한다면. 월세 내나, 월세 만큼 쓰지 못하고 돈을 모아야 하나, 결국은 부동산에 묶인 남의 돈일 뿐이다. 달라지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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