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은 포유류의 장기에 서식하는 균류로 대부분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종류들이다. 그런데 정작 위생과 관련한 보도들에서 어디서 대장균이 얼마나 검출되었다는 내용을 흔히 보게 된다. 대장균 자체는 거의 인체에 해가 없다고 하는데 어째서 대장균의 검출여부가 위생에 있어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되는가. 당연하다. 장내에 사는 세균이 장 밖에서 발견되려면 어떤 과정을 통해 몸 안에서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 설마 그게 땀이겠는가? 오줌이겠는가? 그리고 그런 세균이 사람이 빈번하게 접촉하는 장소에서 - 특히 음식물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시 말해 대장균이란 그 자체의 유해성보다는 대장균이 검출될 수 있는 환경 자체에 대한 판단지표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청결이 유지되지 않고 있고 위생관리 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장균이 검출된 만큼 다른 유해세균이 존재할 가능성 또한 높다. 대장균 자체는 위험하지 않아도 제대로 위생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혹시 존재할 지 모르는 다른 세균의 존재가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기에 대장균의 검출여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대장균이 대량으로 검출될 만큼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경이므로 그만큼 사람에게 유해할 수 있다.

 

어쩌면 월성원전 부지에서 검출된 삼중수소의 농도는 어느 대학교수의 말마따나 그렇게 치명적인 수준까지는 아닌지 모른다. 의외로 자연방사능의 농도도 상당해서 대부분 사람들은 살면서 일정 이상의 방사능에 지속적으로 피폭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은 화강암 지대라 더욱 자연방사능의 농도가 짙어서 피폭정도가 큰 편이다. 그런데도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생명의 특징인 항상성 때문이다. 방사능에 피폭된다고 바로 문제가 생기거나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니라 그마저 끊임없이 내부에서 치유하고 수정하면서 생명을 유지케 하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 삼중수소가 그곳에서 검출되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원래는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가두어진 채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런 삼중수소가 평범한 지하수에서 검출되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디선가 삼중수소가 새고 있었다. 완벽하게 밀폐된 구조물 안에 저장되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야 할 삼중수소가 전혀 엉뚱한 대부분 사람들이 무심코 접근할 수 있는 지하수에서 발견된 것이다. 삼중수소의 농도가 당장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어서 문제가 아니라 그 삼중수소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장소에서 발견된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삼중수소 말고도, 아니 지금 검출된 양 말고도 그 이상이 어디선가 지금도 누출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만에 하나 제대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진짜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하여튼 웃기는 논리란 것이다. 자동차에 기름이 새고 있다. 한 시간에 수 십 ml씩 아주 미미하게 티도 안나는 정도로 새고 있는 중이다. 어차피 기름 새는 양 따져봐야 가격도 얼마 안되고, 당장 큰 문제가 없으므로 굳이 수리하지 않아도 된다. 새차인데 그러더라도 굳이 제조사에 리콜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고장은 사소해도 고장이고 결함은 당장 피해가 없어도 결함이다. 하물며 제대로 누출될 경우 지역 전체를 초토화시키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사능임에야. 아, 그 교수의 집은 경주 월성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 방사능이 누출되도 직접 피해입을 일은 없다.

 

바로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들이 그동안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운영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발전소 곳곳에 균열에, 구멍에, 부품들도 뒷돈받고 결함품을 사용하는 일들이 그동안 발각되어 온 것이다. 삼중수소 그깟 것 좀 새는 정도야. 방사능 그깟 것 좀 새나가는 정도야. 당장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인가. 오히려 문제삼는 놈들이 더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도 보도조차 않는 언론이란 도대체 뭐하는 존재인 것일까. 환경과 인권이 그리 소중하다던 자칭 진보들마저 철저히 침묵하는 중이다. 탈원전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버러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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