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의 장점이자 단점은 뭔가 티안나게 모든 걸 잘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딱히 잘한다는 인식도 없이 못하지도 않고 크게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데 그렇다고 잘한다기에는 잘 드러나는 게 없다. 무난하다는 건데 이게 정치인으로서는 독이 된다. 국회의원까지는 괜찮아도 지자체부터는 못해서가 아니라 잘 모른다는 점이 선택에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잘되었다는 것이다. 여성단체가 물어뜯으며 언론도 그의 이름을 다루어주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이름이었다. 모르지는 않는데 딱히 어떤 사람인지 관심도 없고 자세히 알지도 못했다. 아마 우상호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리라. 승부수라기보다는 그의 소신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 그럴 사람이 아님을 알면서도 아직 확실한 증거도 나온 것이 없는데 수사도 안 된 사안을 유죄로 단정짓고 나몰라라 외면하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그러면서 아직 박원순을 믿는 지지자들에 어필하는 한 편 언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를 선점하려는 것일 게다. 기사야 부정적으로 나오겠지만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그리 부정적으로 볼 만한 사안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선거 때면 사람들은 정치인에 대해 더 깊이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커진다.

 

문제는 그럼에도 박원순 시장을 계승하겠다는 것이 시장으로서의 새로운 아젠다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서울시민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 줄 것인가. 박영선이 영리하다는 이유다. 이름이야 충분히 알려졌다. 실력도 역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하면서 충분히 입증한 바 있다. 나머지는 시장이 되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정도다. 우상호가 무난한 이미지에서 차라리 모난 돌이 되어 자기를 알리려 한다면 박영선은 이제까지의 모난돌을 둥근 돌로 다듬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우상호가 얼마나 어디까지 박영선과 정책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인가. 너무 모범생이어도 정치인으로서는 마이너스다. 민주당이 아주 개판치던 시절에조차 우상호는 존재감이 희미했었다. 그런 점들을 극복하지 않으면 어렵지 않겠는가.

 

확실히 그런 점에서 이재명의 정치감각은 거의 야생동물 수준이다.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일타강사로 나서도 되겠다.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의 보편지급은 지금 거의 대부분 여권의 대권후보들이 물고 있는 이슈다. 각자가 자기 나름의 기준과 지향을 가지고 그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어쩌면 그 가운데 이재명보다 더 옳고 더 바른 더 정확한 식견도 존재할 것이다. 이재명이 옳아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논란의 중심에 이재명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물어뜯고 있는데 정작 그 중심에서 물어뜯기고 있는 대상이 이재명 자신이다. 그런 걸 바로 아젠다라 부르는 것이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모두가 외면할 수 없는 주제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관련한 화두인 것이다.

 

욕먹어도 된다. 비난을 들어도 된다. 옳든 그르든 중요한 것은 자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런 고민에 어느새 다른 이들이 동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흔히 거물이라 부른다. 반대해도 결국 그가 하는 말을 마냥 외면할 수만 없다. 이낙연이 어디서 뭔 소리를 했는지 관심이 없으면 알기도 힘든 반면 이재명은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아도 반대편에 있는 정치인과 지지자들을 통해 어찌되었거나 들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이재명이 좋아서 이재명의 소식을 일부러 찾아보고 알겠는가. 남들이 알려준다. 그러면서 각인된다. 대통령이라는 가장 큰 후광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이낙연과 비교되는 부분이랄까.

 

여성단체들이 박원순 시장 발언을 두고 우상호를 공격하는 것이 딱히 나쁜 일은 아닐 것이란 이유다. 지금 우상호에게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슈가 커지고 그를 통해 자신을 알린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다만 그것이 서울시민을 위한 정책으로 인한 것이 아니란 점이 아쉬운 점이랄까. 지지해봐야 서울시민이 아닌 관계로 그냥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지만. 분발이 필요하다. 정책은 뭔가 심심한 것들 뿐이다. 우상호답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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