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에도막부를 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평생을 통틀어 단 한 번 싸움에서 패했었다. 바로 다케다 신겐과의 미카타가하라전투였었다. 당시 아직 젊었던 도쿡가와 이에야스는 무모했고 결국 그의 용맹은 전국최강이라 일컬어지던 다케다 신겐의 군대에 대부분의 병사와 가신들이 몰살당하는 참패로 이어졌다. 하지만 바로 이 싸움을 반면교사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음흉할 정도로 진중하고 교활할 정도로 냉정한 책략가로 거듭난다.


한 편 이릉싸움에서 참패하며 모든 기반을 잃었던 유비도 있었다. 유비가 삼국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제까지의 다른 전쟁과는 달랐다. 그냥 신하였다. 탁군에서 처음 거병했을 때부터 함께였다고 하지만 어떻게 해도 관우와 장비는 자신을 주군으로 받드는 수많은 신하들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신하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기반을 걸고 복수전을 벌였다. 오히려 처참하게 패하고 말았기에 유비는 신화가 될 수 있었다. 설사 싸움에서 패했어도, 결국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어도, 그러나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무엇이었다.


형제를 구하기 위해 필마단기로 적진을 향해 달려간다. 어쩌면 그가 서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친형제였기에 산사는 릭쿤에 대해 냉정할 수 있었다.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에다드 스타크의 아들임을. 롭과 리쿤의 형제임을. 스노우가 아닌 스타크임을. 전투에서 입었던 피해는 오히려 그에 비하면 사소하닥고 할 수 있다. 명분을 가진 사람에게 사람은 모인다. 존 스노욱가 나이트워치에서 모두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정규전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하나의 군을 이끌고 싸워본 경험이 없었다. 하나의 무리를 대표해 본 경험도 없었다. 무모했고 어리석었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드러낸다. 형제를 구학기 위해 목숨을 건다.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단지 형제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누가 진정 왕으로서 자격을 갖추었는가. 산사의 늑대가 일찍 죽은 것은 예언과 같다. 역시 인간과 역사에 정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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