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보편적 무상급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식석상에서 내놓았다. 한 마디로 오세훈이 시장되면 바로 그동안 박원순 시장이 추진해왔던 정책들과 함께 무상급식도 폐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자칭 진보는 여전히 오세훈 지지에 목숨을 건 상태다. 이상하지 않은가? 오세훈이 약속한 국민의힘 성향의 정책들이 진짜 진보를 자처하는 자신들과 상극이었다면 오히려 오세훈의 당선을 막는데 앞장서는 것이 옳은 것이다. 처음부터 저들의 정책적 지향은 국민의힘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문득 떠오른 것이다. 군군신신부부자자.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영국에서는 상류층과 하류층 사이에 서로 쓰는 언어마저 상당히 다르다 한다. 일상의 수많은 어휘들이 계급에 따라 서로 달라서 쓰는 단어만 가지고도 그 출신성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즐기는 음악도, 스포츠도, 장차 가지게 될 직업까지도 모두 서로 다르다. 그러니까 기득권은 기득권대로, 사회적 약자는 약자대로, 기득권은 기득권대로 알아서 누리고, 약자는 또 약자대로, 서로의 영역을 넘보지 않으며 조화롭게 살자. 한 마디로 국민의힘은 기득권 정당으로 기득권의 이익을, 정의당은 약자의 정당으로 약자의 이익을, 그러니까 보편적 사회를 추구하던 박원순 시장의 공동체적 정책들은 그들에게 더이상 쓸모가 없는 것이다.

 

부자들은 부동산투기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그런 식으로라면 자칭 진보가 오세훈 지지에 목숨을 거는 것도 아주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기득권은 마음껏 기득권을 누리는 대신 복지는 사회적 약자들에게만. 그러니까 민주당의 정책은 잘못되었고 오히려 국민의힘이 자칭 진보의 지향과 많은 부분 일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칭 진보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도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원순의 정책을 모두 뒤집고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보의 가치에 더 부합한다. 자칭 진보 지지자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그것이 자칭 진보가 바라는 진보적인 미래인가.

 

아무튼 선거에서 이길 것 같으니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은 기본에, 공동체적 보편성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오세훈과 박형준을 지지한다는 것은 저들의 진보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 거겠지. 그래서 최저임금인상에도 근로시간단축에도 반대했던 것 아니던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전면반대했던 국민의힘을 노동존중의 정당이라 추켜주고 있었고. 노동자인 내게는 내 이익을 해치는 원수들이기도 한 것이다. 최저임금 낮추고 근로시간 늘이면 나는 살까? 죽을까? 진짜 벌레들처럼 밟아죽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더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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