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전근대 유럽의 남성들이 여성을 배려한 것은 여성을 동등한 인격이 아닌 보호가 필요한 약자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 편에서는 살부비고 살 던 마누라를 목줄 묶어 내다 팔면서도 한 편에서는 기사도네 신사도네 여성을 마치 귀중품마냥 아끼고 떠받드는 모순이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모순도 아니었다. 여성은 단지 남성을 위한 자궁이며 트로피였다. 그게 바로 남페미라 불리는 놈들의 정체이기도 한 것이다.

 

남자들이 서로에게 상당히 무례하게 폭력도 휘두르고 쌍욕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런데도 또 때로 서로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서로를 대등한 인격으로 여기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당해도 상관없는 만큼 상대에게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서로 거리낌이 있다면 남자들 사이에서도 말이며 행동들은 무척 조심스러워지게 된다. 아마 남자들끼리 서로 내뱉는 농담이며 장난을 그대로 여자들에게 했다가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이네 바로 수갑부터 차게 되지 않을까. 바로 남자들이 여성주의에 진심으로 분노를 넘어 경멸과 혐오의 감정을 가지는 이유일 것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이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당위에 가까운 것이다. 문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남성과 대등하게 높이는 건 좋은데 이전까지 약자로서 받던 배려까지 같이 누리려 한다는 것이다. 군대도 가지 않고, 그렇다고 군대에 준하는 사회적 의무를 행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하거나 할 때도 경제적 책임은 온전히 남성에게만 부담지우려 한다. 하다못해 데이트할 때도 비용을 남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려 하면 이게 뭔가 싶어질 것이다. 대등한 인격으로 동등하게 지내고 싶다면서?

 

비유하자면 돈도 벌 만큼 버는 인간이 무료급식소에서 밥 얻어먹고, 경제적 취약층을 위한 복지혜택까지 챙겨먹으려는 상황과 비슷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지가 어려운 것 같아서 박스며 캔이며 모아서 챙겨줬는데 알고 보니 건물도 여러 채 있는 알부자라더라. 나는 지금 겨우 월세 사는데 건물주님을 동정하여 도와주려 했던 것이다. 여성주의자들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여성주의 자체가, 심지어 여성 자신마저 권력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상황에 여성을 약자로 간주한 배려들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강화하려는 시도들이 모순되고 불공정한 구조로써 인식되고 마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여성을 약자로서 배려하면서 여성의 권력마저 감당해야 하는 것인데.

 

그래서 초창기 여성주의자 가운데는 여성에 대한 약자로서의 배려와 보호를 거부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신사도네 기사도네 남성들이 허영으로 베푸는 그같은 행동들이 오히려 여성을 약자로서 고착화시킨다. 그러니까 내가 기생이라 부르는 것이다. 기생페미니즘이다. 권력을 가진 남성에 빌붙어서 그들의 배려와 보호에 기대어 권력을 빌리고 약자인 남성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 성인지감수성이란 그런 모순을 정당화하기 위한 프로파간다인 셈이다. 정확히 인권감수성이어야 한다. 동등한 인격으로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함을 이해한다. 여성과 남성이 대등함을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그런데 인권감수성이 아닌 성인지감수성인 이유가 무엇인가. 여성을 약자로서 여전히 보호하고 배려하면서도 여성을 동등한 인격으로 존중하고 존경하라. 그것도 여성 스스로 쟁취한 권력이 아닌 여성을 약자로써 배려하려는 남성에 기대서.

 

박원순 논란 당시 여성주의자들이 남성인 검찰 지도부를 움직여서 같은 여성인 검사들을 징계하려 시도한 사례가 그를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같은 여성이면서 성추행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의 피해사실마저 의심하며 부정하려 하고 있었다. 그들은 과연 여성의 편인가? 그들 자신에게 여성이란 과연 존중받아 마땅한 대등한 인격인 것인가. 그리고 남성이기에 그런 모순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만 하면 된다. 약자로서 보호와 배려를 받거나, 아니면 동등한 인격으로서 대등한 권리와 책임을 함께 누리거나. 둘 다는 아니다. 정히 그러고 싶으면 여성 스스로 힘으로 권력을 쟁취한 다음 그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주의자들은 지난 서울시장선거에서도 같은 여성이 아닌 남성에 기대어 여성주의를 실현하려 하고 있었다. 박영선이 아닌 오세훈이 여성주의를 실천해 주기를 바란다. 그게 현실이다. 경멸조차 아깝다. 혐오스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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