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정치와는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유시민이 정당까지 직접 만들어가며 정치에 뛰어들게 된 이유도 자칭 진보들의 지랄맞은 학벌주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서울대 출신에 지식인으로서 나름대로 인정도 받고 있는 자신이 노무현 당시 후보의 곁에서 직접 지지를 표명하면 대하는 태도들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 말은 곧 그만큼 대통령 후보로 나선 정치인이 대학도 못 나온 고졸 출신이라고 무시하고 폄하하는 인간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대통령 임기 동안, 그리고 2007년 대선이 끝나고 나서도 주위에 쓸데없이 많은 자칭 진보들을 통해 대통령의 고졸학력이 왜 문제인가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야 했었다. 결국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이유는 이론적인 토대가 부실했기 때문이며, 그만큼 대학에서 충분한 지적 훈련과 경험을 쌓을 기회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다.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판사도 되고 변호사도 되었다지만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이란 그런 정도의 것이 아니다. 검사들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정치인들만 그러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졸 출신 노무현의 무지와 무능력이 보수세력에 다시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의심이란 것이다. 아마 언젠가 말한 적 있을 것이다. 서울대 출신들 가운데 서울대 대통령을 진심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이 제법 된다고. 서울대 출신인데 고졸 밑에서 일하고 경희대 밑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 이들이었다. 조국사태 당시 기자들이 '조국이 어떻게 이러느냐'며 항변했다는 내용은 조국사태 당시 불거진 의혹들에 대한 것이 아닌 단지 서울대 출신으로 저명한 지식인인 조국이 경희대 출신 대통령 밑에서 충성을 다하는 모습에 대한 반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국사태에서는 언론이 검찰과 손잡고 조국을 잡았었고, 이번 검언유착 의혹에서는 언론이 검찰과 손잡고 유시민을 잡으려 했었다. 그림이 그려지는가? 한명숙 전총리에게 누명을 씌워 감옥으로 보내던 당시 과연 여성주의자들 가운데 누가 여성운동의 대모라는 한명숙 전총리의 편에 섰던가.

 

역시나 그동안 줄곧 주장해 온 내용들의 연장인 것이다. 대부분 여성주의자들은 학벌이 좋다. 당연히 집안도 좋다. 독신인 경우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대학 나오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며, 결혼을 했다면 배우자 역시 모두가 엄지손을 치켜들만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그동안 좌파들이 주장해 온 계급론을 따를 경우 이들은 과연 누구와 연대하며 이해를 같이하고 있겠는가. 불과 얼마전까지 보수정당에 인재가 많다고 사람들이 여겨왔던 이유도 바로 보수정당에 그같은 명문대학 출신에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 때문인 것이다. 검사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존재가 자기와 똑같은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자란 것들이 가지게 될 감정이라는 것도 쉽게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째서 많은 이들이 진보라 착각하는 여성주의가 오히려 민주진영에 적대적이며 보수진영과 연대하는 경우가 더 많은가. 보수정당의 성추문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기만 하던 여성주의자들이 심지어 자신들의 옛동지이기도 했던 민주진영의 지자체장의 죽음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인정조차 남기지 않은 채 가혹하고 잔인하기만 하다. 여성인 변호사에 대한 검증과 비판조차 용납하지 않겠다. 아마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무차별로 2차 가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그동안은 미투를 하더라도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증언 정도는 앞세우고 있었다. 논쟁을 꺼리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어떤 논란도 받아들이지 않겠다. 이건 전쟁이다. 죽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주의자들이 유독 박원순 시장에 대해서만 이러는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

 

한겨레의 또다른 박원순이라는 제목이 그 이유를 바로 말해주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며 좋아하는 언론들의 태도가 그 이유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이명박근혜 시절이 더 나았다. 문재인 대통령으로 인해 더 힘들어졌다. 한겨레의 강희철은 그리 당당히 인터뷰했고 미디어오늘은 어떤 비판없이 그대로 지면에 실어주고 있었다. 김어준과 나쁜 사이가 아니었던 김완 역시 검찰출입기자들을 비판하는 김어준에 불만을 드러내며 검언유착을 폭로한 유시민을 악의적이라 비난한 뒤 자기가 직접 취재했던 익성 실소유주 가능성 자체를 묻어버린 바 있었다. 검찰과 한겨레를 분리하려는 시도가 그리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무렵 하어영의 자해성 오보가 나왔다. 한겨레가 그렇게 무릎꿇고 머리까지 조아리며 잘못했다 비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 기준대로라면 조국 전장관이나 청와대에 대해서는 집단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배라도 갈라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검찰을 공격하고 있다. 좋은 대학 나와서 그에 어울리는 지위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자기 편 검찰을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참을 수 있겠는가. 여성주의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서지현 검사의 경우 검찰조직 전체에 대해 여성주의자들이 나서서 비판하는 모습 같은 건 거의라 해도 좋을 정도로 보이지 않았었다. 이번에는 오히려 검찰의 힘을 빌어 자신들에 비판적인 진혜원 검사를 징계하려 나서고 있었다. 김재련을 앞세워 검찰총장 윤석열과 맞서는 중앙지검장을 공격하려 하고 있는 중이다. 이 모든 그림들이 하나로 이어진다 여겨지지 않는가. 한겨레가 감히 조선일보를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설사 의견이 다르더라도 조선일보와 맞서 논쟁을 벌이며 여론을 만들기보다 그냥 같이 다른 방향에서 청와대와 여당을 공격하는 편을 선택한다. 

 

결국은 대부분 기자들 역시 좋은 대학 나온 엘리트들이란 것이고, 검찰이란 조직 역시 그렇게 좋은 대학 나온 엘리트 집단이란 것이고, 여성주의란 역시 좋은 대학 안 나오면 끼워주지도 않는 무리들이란 것이다. 일단 논쟁하다 말고 상대방의 대학을 걸고넘어져도 빌미가 될 만큼 안좋은 대학을 다니고 나온 자신이 잘못한 것이지 학벌을 문제삼은 쪽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그래도 평등을 추구한다는 자칭 진보들이 이럴진데 다른 이들은 어떻겠는가. 그런데 감히 서울대도 못 나온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의 카르텔을 공격하려 한다.

 

아마 민주당 소속 여성주의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두고 보라. 문재인 정부 지지율 떨어지면 가장 먼저 칼을 꽂고 박근혜 사면을 추진할 것이 바로 그런 여성주의자들이다. 박원순 시장 덕분에 더욱 확실해진 것이다. 기득권이란 단지 행정부의 권력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이 사회의 카르텔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주의자들은 수구를 지지한다. 언론들 역시 필사적으로 수구의 편에 선다. 자칭 진보조차도 오히려 수구세력과 더 깊이 연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는 경우가 많았을까? 보수정당과 공조하는 경우가 더 많았을까?

 

안티페미를 주장하던 놈들이 유독 박원순에 대해서만 페미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말하자면 모든 사회적 규범에서 예외가 되는 불가촉적인 존재란 것이다. 민주당이란 것은. 그들은 정당한 이 나라 이 사회의 지배세력이 아니니까. 정당한 권리가 있는 것은 오로지 수구세력일 테니까. 여성은 남성 이하지만, 민주진영은 그 여성 이하다. 모르면 민주당에게도 미래가 없다. 하긴 민주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민주당 내부에서 새어나오는 자기부정적인 발언들을 떠올려 보라.

 

아무튼 이로써 확실해진 것이다. 진정 이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혁파해야 할 적폐란 어디의 누구이며 어떤 이들인지가. 어째서 유시민은 그토록 서울대 폐지를 주장했던 것일까. 서울대가 사라져야 나라가 바로선다고 주장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마저도 저들은 그렇게 듣기 싫었던 것이다. 모든 언론이 유시민을 싫어하더라. 이동재의 고백은 언론의 자백이기도 한 것이다. 그게 바로 저들의 정체인 것이다. 적이 참 더럽게 거대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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