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586선배들을 보면 하는 말이 있다. 민주화운동 같은 것 왜 하셨어요? 민주주의 따위 개나 주라 그러고, 오히려 민주화운동 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처럼 사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으며 비난하고 떠밀어내려고만 하는 사회분위기를 보면서. 남들처럼 돈 벌어서 자식 좋은 대학 보내고, 유학도 보내고, 자기도 건물 사서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려 하면 늬들이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닌가. 그나마 내가 만날 수 있는 선배들이라 해봐야 그런 논란의 대상조차 못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박원순 시장이 유독 죽어서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여성운동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받는 피해와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면 그냥 정계은퇴하고 눈앞에서 사라지는 정도로도 오히려 동정론이 나올 것이 박원순 시장이기 때문에 죽는 것조차 2차 가해라며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까지 난도질하려 한다. 아니 아예 유가족이나 그를 사랑하던 사람들마저 연좌하여 단죄하려 한다. 거의 영락제가 했다던 10족멸을 보는 듯하다. 사상검증까지 한다. 그래서 박원순을 욕하겠는가? 아닌가?

 

그래서 드는 생각인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쓸데없이 여성들을 돕겠다고 나서지 않고 남들처럼 변호사해서 열심히 돈이나 벌면서 살았다면 이렇게까지 비난을 들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시민운동을 하더라도 여성문제에 대해서는 입 한 번 벙긋하지 않고 아예 모르는 일인 양 여겼더라면 여성주의자들도 죽어서까지 저리 가혹하게 책임을 물으려 했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오로지 박원순이기 때문에 고소당한 순간 이미 유죄가 확정되고, 죽음까지도 더한 비난의 이유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서 안된다는 것인가.

 

나경원의 아들이 무슨 돈으로 유학을 갔는가 궁금해 하는 대중이나 언론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나경원의 아들이 어떻게 대학에 갔는가 일부러 파헤치려는 언론들도 없다. 장제원이나 홍정욱의 자식들이 어떻게 법의 선처 아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는가 문제제기하는 언론들 역시 아예 없다시피 하다. 조국 전장관에 대해서는 저리 분노하는 정의당이 이들에 대해 공개적인 논평을 내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왜? 정의롭게 살았기 때문에. 정의롭게 살려 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너희는 남들처럼 살아서는 안된다. 그조차도 죄가 된다. 반대편에서는 그보다 더 한 일이 있어도 절대 죄가 될 수 없다. 진중권 나부랭이들 떠드는 소리들을 보라.

 

그런 점에서 나 역시 박원순 시장이 잘못 살았다 생각한다. 여성의 인권따위 애써 신경쓰며 도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굴레가 되고 족쇄가 되어 떠나는 마지막 길까지 편치 못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특히 남성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은 진짜 쓸데 없는 일이고 자기 인생에 아무 도움도 안되는 일이다. 많은 것을 각오해야 한다. 아니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여성주의란 것이다. 새삼스런 깨달음이다.

 

정의롭게 살려 했기에 더 가혹해지고, 정의롭게 살아왔기에 더 잔인해지며,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왔기에 더 관대해지는 사회. 그러면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자기 자식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과 언론들이. 지식인이란 것들이. 더럽게 살아라. 추악하게 살아라.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만 살아라. 다행인 것은 그 수가 절대적인 정도까지는 아니란 것이다. 그래도 조금 줄었다. 얼마나 더 죽어야 더 줄어들까. 개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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