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예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야말로 유례가 없는 경우일 것이다. 기껏 비슷하다고 찾은 것이 조선시대 왕족은 고신을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중세유럽에서 봉건영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왕에게 손잡고 항거한 정도였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최소한 조선시대에도 왕족 간에 견제가 있었고, 중세유럽에서도 봉건영주들끼리 그야말로 피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아니다. 최소한 한국 언론 사이에는 어떤 견제도 경쟁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 언론이 전혀 두려움도 거리낌도 없이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오보를 내도 되는 이유인 것이다. 언론이 언론을 비판하지 않는다. 언론이 다른 언론의 보도를 전혀 확인하거나 검증하려 하지 않는다. 설서 오보가 있어도 그를 정정하는 방식은 아예 다른 이야기인 양 새로운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J가 심지어 KBS 내부에서도 불편한 존재로 여겨지는 이유인 것이다. 얼마전에는 저널리즘 토크쇼J를 공격하기 위해서 KBS 내부가 조선일보와 손잡기까지 했었다. 언론이 언론을 비판해서는 안된다. 언론이 언론의 보도를 검증하려 해서는 안된다. 언론의 사실확인과 비판은 오로지 언론 이외의 대상에 대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언론의 원칙이다.

 

그래서 유시민 이사장도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해서 말한 바 있을 것이다. 언론은 다른 언론과 절대 논쟁하려 하지 않는다. 오로지 정부를 향해서만 꾸짖고 가르치는 기사를 쓰려고 한다. 정작 다른 관점에서 서로 논쟁적인 내용들임에도 언론끼리 서로 마주보고 기사를 쓰기보다 나란히 서서 정부만 바라보고 기사를 쓰고 있다. 물론 여기서 정부란 민주정부다. 보수정부 아래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보았듯 정부가 시키는대로 그저 두 손 곱게 모으고 받아쓰기만 하는 것이 고작이었었다. 대신 그래서 보수정부에서는 민주당이 정부를 향한 불만까지 대신해서 배설하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었다. 정부의 실정조차 모두 야당이 잘못해서 그런 것이다. 얼마나 서슬퍼런 비판인가. 야당이 잘했어야 정부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또 지금은 어떨까?

 

아무튼 그런 것이 언론의 본질이란 것이다. 분명 한겨레도 취재를 했었다. 안성 쉼터를 팔았던 당사자에게 실제 공사비가 얼마이고 원래 팔려 했던 가격은 9억 정도였다고, 오히려 손해까지 감수하며 좋은 일 해 보자고 싸게 팔았던 것이었다며 기사 안에 분명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의혹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서 원가는 그보다 더 쌌을 것이라며 터무니없이 비싸게 산 것이라며 의혹을 보도하고 있었다. 비판해야 하지만 따라간다. 당사자가 그렇게 인터뷰했음에도 조선일보가 그리 주장했으니 정의연은 그에 대해 성의있게 해명해야 한다. 직접 취재까지 하고서도 다른 언론의 기사를 부정하고 비판하기보다 차라리 인터뷰내용을 부정한다.

 

코링크PE 사모펀드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익성의 실소유주 가능성을 일찌감치 보도하고 있던 한겨레가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재판정에서 그와 관련한 증언들이 나왔음에도 철저히 침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칫 재판과 관련해서 다른 언론과 다르게 변호인측 심문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 보도할 경우 다른 언론의 보도와 상충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아무리 다른 언론의 기사를 못믿을 거짓으로 매도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자신들이 익성의 실소유주 가능성을 이미 보도한 상태임에도 그래서 재판관련 기사에서는 철저히 그 사실을 숨겨야만 한다. 그러므로 어떤 언론도 편향되거나 왜곡된 보도를 한 것이 아니게 된다.

 

어째서 한겨레와 경향은 그토록 채널A의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철저히 입다문 채 아예 없는 일인 양 보도조차 거의 않고 있는 것인가. 한명숙 수뢰사건과 관련해서도 한겨레의 입장은 철저히 검찰에 맞춰진 상태다. 검찰의 해명이 더 논리적이고 타당성있다. 한겨레 기자들이 직접 자신들 채널을 통해 했던 말이다. 언론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벌써 15년도 더 넘은 것 같다. 한겨레와 경향 등 자칭 진보언론들이 보수언론들과 기사를 통해 이념적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된 것이. 분명 이념도 전혀 다르고 사회정치적으로도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르니 서로 비판하며 대립하는 모습도 때로는 보여야 했을 텐데도 그런 모습 같은 건 전혀라 해도 좋을 정도로 보이지 않았었다.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보수언론과 보조를 맞췄으며 정부를 비판하는데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때부터 이미 그들은 그냥 언론이었다는 것이다. 언론의 입장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싸워 그들을 굴복시키고 개조해야만 한다. 단, 만만한 권력에 대해서만. 그런 그들이기에 자칫 같은 언론에 상처입힐 수 있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는 것조차 꺼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라리 검언유착을 보도한 MBC야 말로 더이상 언론조차 아닌 그냥 친정부기관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은 반대해도 MBC에 대한 압수수색은 부추긴다. 채널A 기자에 대한 수사에는 비판적인데 MBC에 대해서는 수사가 소극적이라며 비판한다. 심지어 채널A 기자를 위해서 무려 대검이 전문자문단을 소집한 사실에 대해서도 전혀 아무런 비판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언론은 하나다. 모든 언론은 하나여야 한다. 무엇보다 언론의 자유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그래서 카르텔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언론은 카르텔이다. 이미 언론 자체가 하나의 이익집단이다. 이념도 무엇도 없는 그냥 그 자체가 그들의 정체성이다.

 

어제도 한국경제에서 말도 안되는 기사가 하나 튀어 나왔었다. 보는 순간 이상하다 생각했었다. 환경부에서 묶음할인을 규제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조금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비판했어야 했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마땅히 이런 기사에 대해서는 바로잡고 오보에 대한 비판이 나왔어야 했었다. 하지만 거의 없었다. 왜? 언론이니까. 그래서 차라리 그런 오보조차도 받아서 같이 오보를 내고 만다. 그렇게 모든 언론이 같이 오보를 내면 기정사실이 되어 버리는 것을 이미 그들 스스로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언론이 한 목소리로 같은 기사를 내면 행정부에서 반응하며 기정사실로 바뀔 수 있는 것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당히 오보를 낼 수 있고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오보를 비판한다면 그들이 더이상 언론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언론에서 최근 열심히 하고 있는 팩트체크라는 것도 그래서 대부분 다른 언론의 보도보다는 유튜브 등 자신들이 언론이라 여기지 않는 곳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에 대한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언론이 언론을 비판해서는 안된다. 언론이 언론을 공격해서는 안된다. 당연히 언론이 아닌 다른 어느 주체도 대상도 언론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김어준이야 원래 무시당할 짓을 많이 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유시민이 그토록 언론으로부터 저주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이유였다. 하필 유시민이 공작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검언유착에 침묵하고 있는 그 모든 언론들이 당시 협력을 약속했던 당사자들이라 보는 것이 옳다. 공범이기도 한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침묵해야만 한다.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언론 스스로는 언론의 오보를 절대 비판하지도 바로잡지도 못한다. 언론은 이미 언론의 오보에 대한 자정기는을 스스로 포기한 상태다. 오히려 오보를 기정사실로 만들려 협력하는 경우가 더 많을 지경이다. 카르텔이다. 그런 언론을 대상으로 오보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그러면 어떤 대안이 있을 것인가. 언론은 그냥 다 같은 언론이다. 다른 언론은 없다. 그 사실만 명심하면 된다. 언론은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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