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 관계를 천륜이라 부르는 이유는 인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다 가지는 것이 아니고, 아이를 가지기 싫다고 다 피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가지게 된 아이를 낳았을 때 어떤 아이가 태어날 것인가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외모가 아빠를 닮을지, 성격이 엄마를 닮을지, 머리가 좋을지, 운동을 잘할지, 성실하고 진중할지, 재빠르고 영특할지, 그것도 일단 낳아서 길러 보고, 또 기르는 환경에 따라 어떻게 될 지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태어나고 자란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실 대부분 가정폭력의 원인은 부모의 부모로서의 서툼과 어색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 가정폭력의 가해자들은 그럼에도 선의로 가족을 생각해서 폭력을 휘두른다 주장한다. 물리적 폭력이든 언어적 폭력이든 혹은 환경이나 행동 태도 등에 의한 간접적 폭력이든 결론은 어떻게 해야 좋은지 몰라서 가장 쉽고 빠른 수단에 의존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들이란 것이다. 아이가 자기 생각 같지 않을 테니까. 아이도 아이지만 아이를 기른다는 것도 자기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그런 당황과 혼란을 쉽게 폭력으로 해소하려 한다. 부모가 먼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낳아 기른 아이가 자기와 맞지 않기까지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럼에도 천륜이 천륜인 이유는 하늘이 정해준 운명에 의해 부모자식으로 만났으니 어떻게든 서로 맞춰가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도무지 아들놈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자식은 자식이니까, 부모가 도저히 이해도 납득도 안되는 사람들이더라도 부모는 부모니까, 더구나 성인이기에 부모는 더욱 자식에 자신을 맞추며 모든 노력을 기울여 올바른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맞지 않는 사이인데 서로에게 맞춰가는 일이 과연 그렇게 말처럼 쉬울 것인가. 모성애 부성애 말해도 결국은 인간이란 것이다. 개인이란 것이다. 괜히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식이 부모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하물며 피로 이어진 관계도 아닌 그저 법적으로 이어진 입양이라면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피로 이어진 사이라는 출발점에서도 결국 파탄나고 마는 경우가 현실에 저리 많은데 아예 남에서 부모자식이 되었다고 더 나아질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 당신이 이 아이의 부모니 아이를 위해 모든 최선을 다하라 한다고 어차피 그럴 수 없는 사람이 그리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래서 지금도 아이를 입양할 때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최대한 아이를 잘 보살필 수 있는 부모를 찾아주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도 심사과정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정작 입양을 하고 나니 여러가지로 사정이 달라지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그리 많은 것이다. 아이를 길러보지 않은 경우라서도 그렇고, 입양이란 것을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라서도 그렇다. 입양하고 나니 아이와 생각보다 맞지 않으면 그것도 스트레스인 것이다. 그래도 부모니까 아이를 잘 보살피라 말하는 것은 쉽지만 그런다고 말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서 해외에서도 입양할 때 일단 일정기간 함께 살아보고 서로에 대해 더 이해하고 적응한 뒤에 입양을 결정하는 숙려제도가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부부가 입양을 원한다면 최대한 부부와 부모자식으로서 잘 맞는 아이를 선별해서 소개하는 것도 한 방법인 것이다. 이런 아이라면 진짜 자기 자식처럼 크게 불만없이 잘 보살필 수 있을 것이다. 

 

아예 친부모로부터도 부모노릇을 제대로 못하면 친권을 박탈하는 것이 현재 세계의 추세란 것이다. 부모가 부모답지 못하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모로부터 아이를 떼어놓지 않으면 안된다. 부모가 도저히 기를 수 없다 여긴다. 생각한 것과 너무 달라서 이대로 아이를 기를 자신이 사라진다. 아이가 자기가 기대한 것과 너무 달라 도무지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입양한 양부모들의 선의에만 맡겨서 그래도 열심히 잘 해보라 말하면 그것으로 끝인 것인가. 부모도 아이도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최적의 조건에서 서로 잘 맞은 사이끼리 함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입양한 양부모가 더 잘하면 된다. 그러니까 친부모도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현실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법으로 엄격하게 처벌해서 그러지 못하도록 하자. 그러면 아예 입양을 않으려 들겠지.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정해도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며 입양의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보다 쉽게 자신을 입양할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로 인해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한다.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해 볼 만한 문제인데 그냥 말꼬리 잡는 것도 그친다. 가운데 손가락이나 들고 있는 기자놈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가.

 

아무리 악인이라도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만들어 스스로 범죄자가 되고 싶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입양했는데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모로서의 역할이 생각과 너무 다르다. 혹은 자신도 알지 못한 폭력성향을 뒤늦게 발견했을 수 있다. 아예 처음부터 그럴 목적으로 입양한 것이 아니면 중간에 그럴 이유가 자신들에게도 생겨난 것이다. 전혀 무관하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아이들 양부모에게 맡기고 잘하라 못하면 처벌하겠다 어르기만 하면 끝이 아니란 것이다. 인간의 선의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당연한 말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게 소비된다. 빌어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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