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MBC에서 방영한 드라마였다. 베스트극장이었는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지금은 고인이 된 김무생씨가 주인공을 맡아 우연한 선행이 알려지며 세상의 주목을 받고 파멸해가는 어느 식당주인을 맡아 연기한 바 있었다. 갑작스런 세상의 관심에 더 큰 관심을 받고자 선행을 베풀다가 재산을 다 날리고, 자식들까지 주워다 기른 아이들로 만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마지막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라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내 아내는 밤거리의 여자였다!"

 

아마 이 또한 자신의 선행으로 미담으로 세상에 받아들여지리라 믿고 그리 홀로 외쳤던 것이리라. 그러고보면 오래전 김대중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던 사람 가운데 아내가 다방 종업원이었던 이가 있었을 것이다. 법무부장관이었던가?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 합격해서, 사방에서 한 지위 한 재산 하는 집안이 열쇠까지 몇 개 씩 챙겨들고 달려드는 상황에 오로지 사랑 하나만 보고 과거를 묻지 않고 지금의 배우자를 선택했다. 오히려 불우하기에, 비참하고 참혹했기에,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그 용기와 그 결단은 칭찬받을 만하다. 

 

정의당이 김건희를 두둔하고 나선 것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였었다. 김건희의 과거와 상관없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이란 사람은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다.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비난하는 과거를 가진 여성을 아내로 맞아 지금까지 해로하고 있으니까. 정의당의 윤석열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과연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금도 - 하긴 상관없다. 이미 지난 보궐선거에서 정의당은 오세훈과 박형준을 공공연히 지지한 바 있었다. 주호영과 김현아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박주민을 비난했었고, 김학의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기소당한 이성윤을 비판하는 공식논평까지 냈었다. 아무튼 그런 여성까지 아내로 맞이할 수 있는 윤석열을 비판해서는 안된다.

 

사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었다. 그래서 굳이 김건희의 과거를 공개적으로 문제삼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니 그 전에 김건희 자신이나 윤석열이나 일부 인터넷매체에서 문제삼는 줄리는 자신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부인한 바 있었다. 사실을 알 수 없으니 인터넷 매체의 주장만 믿고 그를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설사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오로지 사랑이란 감정에 의한 것이었다면 남자로서 윤석열을 칭찬해 줄 만하다 여겼었다. 나라도 그런 과거를 가진 여성이라면 어지간히 사랑하지 않고서는 몇 년이나 같이 살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문제는 한 쪽에서는 부정하면서 한쪽에서는 애써 문제가 아니라 주장하는 모순된 태도일 것이다. 부끄럽지 않다면 어째서 부정하는 것이며, 애써 부정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어째서 문제가 아니라 주장하는 것인가.

 

당당하면 까면 된다. 그러면 지지해 줄 용의도 있다. 최소한 사랑해서 그런 과거 따위 아랑곳하지 않았다면 그 하나만은 분명 인정할만한 부분인 것이다. 다만 그렇다면 자신과 상관없는 특정 여성에 대한 관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긴 정의당이며 김경진이며 장제원이며 당사자는 아니라는데 왜 자꾸 사실로 못을 박으려 드는 것인지. 그리고 단지 줄리를 조롱했을 뿐인 그림에 어째서 윤석열 자신이 직접 나서야 했던 것인지.

 

아무튼 이낙연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제대로 먹인 느낌이기는 했었다. 조선시대 남녀의 성기를 표현하는 단어가 '더러운 아래'였었다. 역모로 국문이 열리면 죄인들의 말 가운데 차마 옮겨적지 못할 내용들을 '참담하다'는 말로 대신하고 있었다. 벽화의 내용이 사실이든 허구든 사실 썩 보기에 좋은 내용은 아닌 것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게 중요하다. 사실이든 아니든. 사실일 경우에 오히려 더욱. 절묘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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