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놀라움도 없었다. 분노도 없었다. 어차피 밝혀질 당연한 사실이 사실로 밝혀진 것 뿐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국민의당이 인용한 문준용씨 동료의 인터뷰는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혹시라도 그것을 믿은 사람이 있다면 진지하게 뇌에 결함이 있는가 확인해 볼 것을 권해 본다. 다만 그럼에도 한숨부터 나온 것인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도 기껏 몇 사람을 희생양으로 빠져나가려는 그 졸렬함이다.


바로 얼마전까지 민주당의 중진들이었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의 실세들이었다. 대부분 그들이 지도부를 이루고 새누리당과의 정치적 협상과 경쟁을 주도해 왔었다. 이거야 말로 무게추 주렁주렁달고 출전하는 경주마 꼬라지다. 무게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출발점 한참 뒤에 쇠사슬로 묶어두기까지 했었다. 그런데도 이 정도 했으면 원래 민주당의 역량이 꽤 대단했었다고 봐야 옳지 않을까? 이런 뻔한 수작을 부리고 들키니까 그보다 더 뻔한 수작으로 빠져나가려 하면서도 여론이 속아줄 것이라 믿는다.


아니 더 정확히는 언론을 믿고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과는 다르다. 자기들은 한겨레, 오마이, 경향 등 진보언론들로부터도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받고 있다. 누구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혹은 보도하더라도 지나치게 크게 보도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민주당 시절의 전략은 어차피 언론은 자기들 편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지금의 전략은 어차피 언론은 자기들 편이라는 것이다. 국민을 보고 하는 정치가 아니다. 대단하신 양반들이라 그래도 급이 되는 사람들의 눈치만 살피며 정치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안철수는 몰랐겠는가? 그래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몰랐다면 멍청이고 알았다면 사악한 것이다. 멍청한 것을 택할 것인가? 사악한 것을 택할 것인가? 정치인에게 사악하다는 것은 그리 나쁜 수식어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멍청하다는 딱지가 한 번 붙으면 더이상 높이 올라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어쩌면 안철수를 겨냥한 호남계의 역습이었을지도. 하필 걸려든 모두가 안철수의 측근들이었다.


막걸리 한 병 꺼내놓고 돼지고기 삶아서 먹으며 여유롭게 구경할 각이다. 어떻게 수습할까? 어떻게 결론이 내려질까? 어느쪽이든 안철수는 정치적으로 사망, 국민의당은 와해다. 다른 생각을 하는 인간들이 적지 않음을 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한 발 물러나 있던 천정배, 정동영, 김한길 등등등... 원래 그렇게 망했던 정당이었으니까. 과거의 민주당이. 아주 재미있어졌다. 어떤 예능 드라마보다도 재미있다. 그냥 일어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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