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손목을 다쳤다. 대단한 건 아니고 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그만 장애물을 보지 못하고 넘어졌는데 하필 오른손에 핸드폰이 들려 있어 왼손만으로 짚다가 삐끗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생하는 중이다. 다 낫기도 전에 출근해서 일하려니 쉽게 나을 것도 영 상태가 좋지 못하다.

 

통증이 다 가시기 전에 출근해서 일을 하게 된 이유는 별 것 없다. 내가 지금 제법 쓸 만큼 급여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많은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기본급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이고 여기에 이런저런 수당을 더해서 겨우 지금 급여를 맞춰 받고 있는 것이다. 병가든 연차든 휴가를 내고 치료를 하자면 그 기간 동안 딱 기본급만을 받게 된다.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면 그로 인한 급여의 감소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돈을 벌어야 한다. 일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정도면 그냥 나가서 일해야겠다.

 

그게 우리나라 노동자의 현실이란 것이다. 노동자들이 일찍 퇴근하기 싫어 잔업하고 야근하겠는가.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놀러가기 싫어서 휴일근무를 자청하겠는가. 그래서 많은 주간직 노동자들이 기본으로 토요근무까지 주 6일간 노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주 6일에 휴일수당까지 하면 그래도 최저임금이라도 실수령액이 200을 넘어가게 된다. 주 52시간제가 오히려 노동자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 항변하는 노동자가 나타나는 이유도 그래서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아니 더 많은 돈이 아니라 그래도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본급만으로는 혼자서도 거의 생활이 되지 않는다. 20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혼자서 살아간다 생각해 보라. 당장 나는 적자를 각오해야 한다.

 

그러니 아파도 나와서 일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에서도 허리에 손을 올리고 절뚝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나와서 일하는 가장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어딘가는 반드시 아프다. 몸쓰는 일이 원래 그렇다. 병가를 인정받기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진단서를 떼 올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골병이라는 게 그리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란 것이다. 그렇게 병가 쓰는 것도 눈치 보여사 연차로 대신하고, 다 낫지도 않은 팔로 낑낑거리며 무거운 물건들을 들어 날라야 한다. 그런데 이명이라고? 어지러움이라고? 기침이라고?

 

얼마나 속편한가. 이명과 어지럼증, 기침이 있어서 회사를 그만두려 한다. 급여도 결코 적지 않다. 월 330이면 그만큼 주는 직장도 흔히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그렇게 그만두는데 산재위로금이 무려 50억이란다. 어째서 정의당이 국민의힘을 노동존중의 정당이라 극찬했는지 알 것 같은 부분이다. 그래서 애써 곽상도의 편을 들어 이재명에게로 논점을 돌리려 필사적인 것일 게다. 물론 모든 노동자가 그러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내 주변의 누군가가, 나와 가까운 누군가가. 그러므로 곽상도의 아들이 받았다는 50억은 차라리 부러워해야지 비난할 거리가 못된다.

 

아무튼 이렇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어째서 2030은 조국 전장관 딸의 표창장에는 분노하면서 곽상도 아들 50억에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는가. 자기도 그렇게 되어야 할 테니까. 그렇게 되고 싶으니까. 그래서 그를 막으려는 민주당을 증오하며 국민의힘 편에서 선택적 분노만을 불사르는 것이다. 나와 같은 노동자는 저들에게 공감의 대상이 아니다. 노동이란 패배자에게 주는 형벌일 뿐 그 어떤 권리도 존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2030과도 자칭 진보와도 정서적으로나 가치적으로 전혀 공감대라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나는 노동자니까. 내가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일상인이고 생활인일 테니까. TV에서조차 나보다 못사는 사람은 나오지도 않는다. 가장 가난한 사람이 나보다 딱 두 배는 잘 사는 것 같다. 현실이 그러하다. 똥같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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