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정치인 안철수가 내세운 이념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혐오' 한 가지였다. 아니 나중에는 '증오'도 추가되었다. 새정치라는 말 자체가 그 혐오를 전제한 개념이었다. 기존의 정치는 모두가 잘못되었다. 엉터리에 더럽고 추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내가 새로운 제대로 된 더 깨끗하고 멋진 정치를 해보이겠다. 물론 그 새정치가 어떤 정치인가는 따라서 기존의 정치에 대한 비판 이상 어느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안철수가 혐오한 것은 부패한데다 권위주의적이기까지 한 이명박이나 박근혜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군사독재와 싸우고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을 견제해 온 정통야당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당장 정권을 쥐고 있는 새누리당과 맞서기 위해서는 먼저 야당인 민주당의 자리를 노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전통적으로 1번당 후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2번당 후보를 자신이 대신해서 대통령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정작 정권을 심판하고 새정치를 하겠다면서 2012년 대선에서도 안철수의 행보는 절묘하게 민주당을 겨냥하여 대선전략을 근본부터 흐트리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었다. 대선후보경선의 컨벤션효과를 덮어버리지 않나, 한창 대선과 관련해서 이슈를 개발하고 경쟁해야 할 상황에 단일화로 힘을 빼버린 것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기호 2번은 안철수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자신의 것이었다.


안철수의 문재인에 대한 증오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자기의 것을 빼앗겼다. 자신의 몫을 부당하게 빼앗겼다. 지지자의 인식도 안철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였다면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를 꺾고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2017년 대선에서 드러난 안철수의 실체를 감안했을 때 그럴 가능성은 얼마나 되었을까? 어찌되었거나 그래서 문재인이 2015년 자신이 만들었다 여기는 새정연의 당대표경선에 출마해서 당선되자 안철수의 행보는 철저히 문재인을 겨냥한 반동적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여기에 안철수를 이용해서 당대표인 문재인을 흔들고 싶어 했던 민주당의 구당권파들이 가세하면서 2015년 문재인흔들기에 이은 연쇄탈당으로 만들어진 정당이 지금 안철수가 대표가 된 국민의당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는 철저히 문재인에 대한 반동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오로지 그를 위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문재인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선거에서 문재인을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 이제 다시 문재인 정부와 가장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당대표 후보가 무엇인가?


그렇다면 국민의당 대표로 안철수가 당선된 의미는 무엇이겠는가? 국민의당도 그렇게 만들어진 정당이라는 것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와 특히 문재인에 대한 증오가 국민의당이 만들어지는 첫째 동력이었다. 고작 한 줌 남았다. 한때 20퍼센트도 훌쩍 넘던 높은 지지율이 이제 겨우 한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한 마디로 액기스 가운데 액기스다. 가장 핵심적인 지지층만이 남은 상황인 것이다. 과거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새누리당은 지지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노무현과 그 후계자인 문재인을 지지할 수도 없었던 그야말로 정수라 할 수 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문재인을 꺾고 민주당을 누르는 것. 국민의당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안철수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안철수가 정치를 시작한 것이나 국민의당이 만들어진 목적 가운데 어디에도 그런 것은 들어있지 않았다. 오로지 현실정치에 대한 혐오와 특히 노무현과 문재인에 대한 증오만이 그들이 정치를 시작하고 지금껏 정치에 몸담아온 가장 크고 중요한 이유였던 것이었다. 이제와서 호남정치를 복원하고 문재인정부와 개혁경쟁을 하자는 것은 그런 국민의당의 정체성과도 정치인 안철수의 지향과도 맞지 않는다.


한 마디로 원래의 초심으로 돌아갔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당의 원래 정체성을 다시 찾고자 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가 곧 국민의당의 초심이며 정체성이다. 이념이고 지향이고 정책이다. 정치적 목표다. 그래서 굳이 평가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남을 욕하며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으려는 것들을 과연 평가할 의미가 있을까? 남을 비난하며 그것으로 자신이 우월한 증거로 삼는다. 남을 비하하고 조롱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증명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그런 놈들이 인터넷에도 발에 채일 정도로 넘친다. 죽으러 가는 것이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죽거나, 만일 그들이 죽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 죽거나. 자유한국당보다 더 지독하다. 최소한 그들은 현실정치가 무언지 안다. 머리로 생각하고 계산할 줄 안다. 영악하지도 못하고 본능적인 혐오와 증오에만 기댄 무리들과는 수준부터 다르다.


그냥 원래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있다 보면 될 것이다. 가고자 했던 길이고 가야만 했던 길이다. 단지 안철수의 무능이 그 길을 잠시 멀리 돌아가게 만들었을 뿐이다. 안철수가 그곳에 있고 안철수만을 바라보는 대중이 있다. 처음부터 안철수가 정치를 시작했던 이유이고, 지금도 정치를 하고 있는 이유다. 국민의당이 만들어진 이유다. 그러므로 국민의당과 안철수는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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