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악화와 양화의 가치가 같기 때문이다. 금이 80%가 섞였든 50%가 섞였든 시장에서는 똑같은 1파운드의 가치로 통용된다. 당연히 80%가 섞인 금화는 차라리 녹여서 금으로 쓰고 50%짜리 불량금화로 거래하는 쪽이 개인에게도 이익이다. 어차피 가치가 같은데 굳이 더 좋은 것을 시장에 내놓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개울물과 개천물을 떠다 놓고 둘 다 샘물에 비하면 깨끗하지 못하다고 죄다 섞어 버리면 뭐가 남게 될까? 그나마 개울물은 마실 수 있을 정도였는데 마시지도 못할 개천물과 똑같이 섞이고 만다. 100억을 해쳐먹은 놈과 겨우 3만원 밥 얻어먹은 사람을 같이 취급하면 결국에 아무도 남지 않거나 아니면 모두 가 100억을 해 쳐먹고 만다. 어차피 똑같이 욕먹을 텐데 뭣하러 3만원 받고 욕먹겠는가? 100억 거하게 해쳐먹고 욕먹는 게 낫지.

 

물론 자칭 진보들더러 하는 소리는 아니다. 이놈들은 아예 기준이 다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도덕적 기준부터 다르다. 수많은 여성들의 삶을 유린하고 심지어 죽음으로 몰아간 김학의와 박원순을 대하는 모습들을 보라. 박형준과 나경원을 대하는 것과 조국을 대하는 것을 보라. 오세훈과 김의겸은 또 어떨까? LH은 문재인 정부 들어 생겨났고 비로소 처음 투기를 하기 시작한 조직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도 자칭진보가 새누리당만 빼고라 외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20대들에 대해 하는 말인 것이다. 순수란 좋은 것이다. 한 점 티끌조차 없는 순수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런데 현실이 그러한가. 그래서 언론이나 자칭 진보들이 바로 그 순수를 전제로 논리를 펴며 20대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심지어 현실에서 불가능한 조건을 전제로 그렇지 못한 나머지를 싸잡아 비판한다. 민주당은 순수하게 정의롭지 못하다. 민주정부는 순수하게 도덕적이지 못하다. 순수하게 유능하지도 못하다. 그러니 국민의힘과 같다. 그리고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니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

 

자칭 진보가 이 정도만 되었어도. 이해하는 것은 나 역시 그랬었기 때무이다. 젊었을 적에는 아직 순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더 순수하고 더 순결하고 더 완전무결한 무언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순수한 광물질을 만들 때 한 번에 순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순도를 높여서 마지막 순간에 99.999999 그 이상의 순도를 만들어낸다. 물도 한 번에 정화하려면 독성이 있는 수단을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야 그저 순수할 수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 순수로 나가는 과정을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데 오히려 그를 이용해 오염과 타락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한다. 그래봐야 몇 억 아파트 두 채 가진 것을 죄악시여기며 투기로 수십수백억 버는 것과 같은 것으로 여긴다. 여기에 가담한 것이 바로 자칭진보들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최순실이 조국보다 낫다. 실제 자칭 진보들이 하는 말이다. 이명박근혜가 문재인보다 낫고, 조국에 비하면 차라리 최순실은 억울하다. 

 

그런 결과인 것이다. 순수하지 못하다. 순결하지 못하다. 완전하지 못하다. 어쩌겠는가. 지금 정권을 잡은 기득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민주당인 것을. 그렇기 때문에 더 어필해야 하는 것이다. 그 한 걸음들에 대해서. 그런데 그런 말을 해 주어야 할 이들이 입을 닫고 있으면. 하긴 말한다고 들을 것도 아니긴 하겠지만.

 

오십보백보가 항상 같지는 않다. 오십보 뒤에 전열을 재구축할 진지가 있다면 오십보를 넘어 백보까지 도망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남들 백보 도망칠 때 오십보만 도망쳐서 적의 추격을 막으려는 이가 있다면 그를 도망친다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 구분이 없다. 언론의 전략이기도 하다. 참 더러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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