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언론과 자칭 전문가들의 비판을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특히 가장 우스운 것이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지 않으면서 한 편으로 개인의 이윤추구의 결과인 부동산 가격까지 안정시켜야 한다는 요구다. 모순된다.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이윤추구를 제한해야 한다니. 이윤추구는 제한해야 하는데 개인의 욕망을 억압해서는 안된다니. 도대체 어느 정당에 맞추란 것인가?

 

물론 그들에게도 논리가 아주 없지는 않다. 다시 19세기로 돌아가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급량을 늘리면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가격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수요공급의 법칙이 나오는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는 토지를 소유하고 그를 통해 이익을 누리는 지주계급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토지란 고정되어 더이상 추가하거나 늘릴 수 없는 한정된 자원일 텐데 이를 소수의 지주가 독점함으로써 정작 시장에서 도전과 노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부르주아들의 이익까지 최종적으로 갈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주들은 가만히 있는데도 부르주아들이 알아서 공장을 짓고 상품을 생산하며 사람들이 도시에 몰리는 과정에서 땅값이 올라가고 지대수입도 늘어난다. 부르주아들도 자기가 노력해서 얻은 이익의 상당부분을 지주에게 지대로 지불해야 한다.

 

정부에서 모든 서울시민들이 한 채 씩 아파트를 다 가질 수 있도록 공급계획을 세운다면 과연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을 것인가? 물론 가능은 하다. 서울을 경기도 전체로 넓히면 된다. 멀리 평택이며 양주까지도 서울로 편입하면 어찌되었거나 서울 안에 충분한 아파트를 지어 공급한 것이 된다. 아니라면 지금 있는 서울의 경계 안에 아파트를 새로 지으려 해도 땅이 그리 많지 않다. 북한산자락에다 빼곡하게 아파트를 채워 넣을까? 아니면 인왕산 정상에까지 아파트를 지어 올릴까? 그도 아니면 모든 아파트를 50층 100층짜리 고층으로 지어 올려야 하는가? 그런다고 무려 천 만이 넘는 서울시민들을 각종 편의시설까지 포함해서 함께 담아내기에는 서울이라는 공간의 제약이 심하다. 도대체 어디에 얼마의 아파트를 더 지으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래서 강남 아파트가 그렇게 비싼 것이다.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동네이니 당연히 경쟁이 붙으며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강남을 무한히 넓힐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강남에 무한히 층수만 높여 가구수만 늘릴 수 있을 것인가. 재건축으로 용적률만 높여서 더 많은 가구를 지어 올린다고 강남에 살고자 하는 모든 욕망을 해소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단지 강남과 가깝고 강남과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강남을 따라 아파트 가격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과연 강남에 새로 얼마나 많은 아파트를 공급해야 그 모든 욕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무엇보다 어째서 사람들이 강남에 몰려와 살고자 하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나마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다른 수요들과 달리 재건축은 단지 강남의 높은 부동산 가격만을 노린 수요이기 때문이다.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하면 용적률을 높여서 더 많은 가구를 지어 비싼 가격에 분양까지 하면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렇게 신축아파트의 공급이 중요하다 하면서 낡아서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구축아파트들이 오히려 끝도 없이 오르기만 하는 이유인 것이다. 오히려 재건축을 앞둔 구축아파트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끌어올리고 덕분에 재건축된 아파트의 분양가격까지 올리는 연쇄반응까지 일어나게 된다. 재건축만 아니면 그런 낡은 아파트를 그렇게 비싼 돈까지 지불해가며 사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낡은 아파트까지 샀으니 재건축하면 더 많은 돈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용적률을 높이고 분양가도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그리고 덕분에 말한 것처럼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올라간다. 과연 강남의 아파트가격이 실수요자들에 의해서만 그렇게 올라간 것인가. 그러면 재건축이 이익이 되지 않을 때도 이들 구축 아파트들이 강남 부동산 가격을 이끌게 될 것인가.

 

바로 지금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을 두고 언론과 자칭 전문가들이 비판을 쏟아내는 지점인 것이다. 인터넷 등에서 반발여론이 크게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언론과 자칭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급확대란 곧 재건축 확대다. 이미 재건축이 예정된 구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용적률을 높여 더 크게 더 많이 짓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공급을 늘리겠다며 여기저기 새로운 부지를 마련하여 발표하니 반발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도 안되고 저기도 안되고 그러니까 강남 구축을 다시 밀고 용적률 새로 지어 기존의 집주인들 돈 더 많이 벌게 하자. 그러니까 기존의 집 가진 사람들의 이익을 빼앗지 않으면서도 공급은 늘리는 신의 한수와 같은 계획인 것이다. 그러나 말했다. 바로 그 재건축 때문에도 강남의 아파트 값은 끝간 데 모르고 오르고 있다고.

 

공급물량이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어디에 공급을 하느냐는 것이다. 강남에 더 많은 공급을 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강남에 더 많은 아파트를 지어야만 한다. 그러면 누가 이익을 본다? 이미 강남에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이다. 재건축 단지에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물론 그로 인해 덩달아 가격이 뛴 주변의 아파트는 물론 이후 신축이 들어서며 분양될 경우 오르게 될 가격의 영향을 받게 될 집주인들인 것이다. 그래서 반발하는 것이고. 세금을 더 올려받기보다는 그렇게 집주인들이 이익을 보게 하면서 공급을 늘리면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정부에서 내놓은 대안이 아예 재건축 용적률 지금보다 더 높여줄 테니 절반을 임대아파트로 지어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렇게 공급이 중요하다면 임대로라도 물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할 텐데 여기에는 또 반대다. 집주인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최선의 대안이었을 것이다. 이재명의 기본주택 개념이 언론을 통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것을 매우 아쉽게 여기는 편이다. 그렇게 강남의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려야 한다면 임대주택으로 늘리면 되는 것이다. 더 많은 임대주택을 지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강남에 살 수 있도록 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한다. 직값을 잡기 위해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그로 인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논란의 본질이다. 집값을 잡아야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면 안된다. 그리고 언론의 그런 농간에 집없는 서민들까지 놀아난다. 집주인들이 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자신들에게도 돌아오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 개뿔. 덕분에 집값만 끝간 데 없이 집주인들을 위해 오르고 있는 중이다.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공급이 문제가 아니다. 어디에 공급해야 하느냐고, 그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집값은 잡아야 하지만 집값이 떨어져서는 안된다. 집주인들에 손해가 가서는 안된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통합당이 아무것도 않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않는 동안에는 티도 나지 않을 테니. 본질을 모르면 먹힌다.

 

어차피 지금 아파트 짓기 시작해도 다음 정권이나 되어어야 공급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 공급되는 신축 대부분이 박근혜 시절에 짓기 시작한 물량들이다. 장기적인 대책도 못되는데 그렇다고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기도 힘들다. 정부 입장에서도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란 것이다. 역시 어떻게 해도 공급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언론만 열심히 떠든다. 여론이 정부를 움직인다. 본질과 한참 벗어난 헤프닝인 셈이다.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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