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보다 오히려 실업률이 낮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서라면 한국인은 하지 않았을 일까지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스스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먹고 살 수는 있고 가정을 꾸릴 정도는 되었다.

 

바로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하는 일도 힘들고 사회적인 시선도 좋지 못한데 정작 일해서 먹고살기가 불가능하다. 일찌감치 결혼하고 가족부양 때문에 이리저리 일을 찾아 헤매던 젊은 친구와 잠시 같이 일했던 적이 있었다. 직장을 구하는 기준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급여였었다. 그래도 아이를 낳으면 아내가 집에서 아이만 돌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당장은 맞벌이를 하더라도 그런 상황이 되면 외벌이로 벌 수 있을 만한 일을 찾고 있었다. 당연히 당시 나와 함께 했던 그 일은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당장 돈이 급해 하기는 하지만 결국 수입이 안되어 얼마 안가 그만두고 말았으니까.

 

그러면 더 힘들고 더 어려운 대신 급여도 많은 일을 해보면 어떻겠는가? 당장 최근 여러 사건들에서도 보지 않았는가. 그런 작업장에서 노동자를 어떻게 대우하는가를. 급여가 많다고 해봐야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에 수당 이것저것 붙여 주는 정도인 것이다. 그래서 그 최저임금만으로 생활이 가능할 것인가. 아마 작년에도 썼을 것이다. 4년 전 백수가 되었을 때는 도대체 뭐 해서 먹고사는가 했었는데, 작년 백수가 되었을 때는 뭘 해도 먹고 사는 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도 가족까지 부양하려면 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이미 있는 일자리 가운데 한국인 노동자들이 가지 않으려는 일자리까지 한국인 노동자로 채우기 위해서는, 그래서 전체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장의 환경과 노동자의 처우와 지위, 무엇보다 급여의 개선이 필수란 것이다. 하긴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 쓰는 것이기도 하다. 급여도 올리지 않고, 환경도 처우도 지위도 개선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 비용만 최소한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싼값에 쓸 수 있는 외국인노동자가 필수적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적개감을 가지는 이른바 청년세대를 위한 제안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보다 급여수준을 더 올리고, 현실의 여건과 환경을 보다 극적으로 개선한다면 더 많은 한국인들이 그런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외국인 노동자의 설 자리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다만 그런 개소리 늘어놓는 자칭 청년들은 그런 일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겠지만. 자기들더러 공장이나 농장에서 일하라는 것이냐며 분개하던 것이 바로 그들 청년들이었을 테니.

 

아무튼 아직도 급여가 충분치 못해 외면하는 일자리가 적지 않더라는 것만으로도 아직 한국사회의 최저임금수준이 충분치 못하다는 가장 큰 근거가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야간일에 연장근무하며 수당 덕지덕지 - 기본급의 거의 배가 넘어가는 수당을 받아 챙겨야 겨우 가족 한 사람 부양할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 법정 근로시간 지켜가며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며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그 정도 수입이 보장되는 것은 대기업 생산직 정도인 것이다. 대기업 생산직도 힘들다고 외면하는 이들이 태반인데 과연 누가 그런 일을 하려 할 것인가.

 

당장은 급여도 처우도 환경도 좋지 못해 기피하던 일들까지 최소한 돈을 바라보고 하게 될 정도는 되어야 최저임금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러면 얼마까지 올라야 할까? 나도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 주말에는 그냥 편하게 집에서 쉬고 싶다. 그럴 정도는 되어야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아직 최저임금의 수준이 부족하다는 이유인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으로도 아직 많이 아쉬울 정도다. 물론 대부분 편안한 환경에 있는 놈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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