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재상으로 손꼽히는 관중은 그러나 매우 부패한 인물이었었다. 군주인 제환공의 궁궐에 뒤지지 않는 대저택에서 거의 그에 버금가는 온갖 사치를 누리면서 아내까지 셋이나 두었었다. 그럼에도 그를 심지어 공자조차 비판하니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재상으로서 그가 누린 사치와 그를 위한 부정들보다 그가 이룬 공적이 더 크고 높았기 때문이었다. 관중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이 정도는 누려도 된다.

 

명 만력제 당시에도 장거정이란 명재상이 있었다. 역시 죽고 난 뒤에 샅샅이 조사하니 드러난 부정부패가 한둘이 아니었었다. 오죽하면 만력제가 이후 국정을 놓아버리다시피 한 것이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던 장거정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라는 말까지 돌았을까. 그럼에도 이후 역사가들이 그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나마 명이 숭정제까지라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장거정이 재상으로 있던 당시 이루어놓은 많은 것들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에서였다. 재상으로서의 역량은 탁월했다. 장거정 사후 그와 견줄만한 인물은 나오지 않았었다.

 

물론 청렴하고 유능하면야 그보다 좋을 수 없다. 부패하고 유능한 것보다 청렴하고 유능한 쪽이 몇 배 더 낫다. 그러나 부패하고 유능한 것과 청렴하고 무능한 것과는 일장일단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때는 후자가 낫지만 뭐라도 해야 하는 때는 전자가 낫다. 뭘 해도 흔적이 남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갖춰진 시대라면야 무난하게 크게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좋은 정도지만 무언가를 이루어 남겨야 하는 때라면 그만한 능력을 가진 이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다만 정도라는 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 능력을 오로지 자신의 사익을 위해서만 쓸 것인가, 아니면 공적으로 능력을 쓰되 사익도 챙기는 정도일 것인가. 그조차도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라면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

 

남들이 공격할만한 부분이 없는가. 한 일이 없어서다. 공자가 말했다. 선인은 악인으로부터 미움받는 존재라고. 무언가를 이루려 한다면 반드시 누군가로부터는 원망을 듣게 된다. 조선조 최대의 개혁 가운데 하나였던 대동법만 하더라도 대부분 지주들이 들고 일어나 반발하는 바람에 무려 100년 동안이나 시간을 끌며 천천히 진행된 바 있었다. 미국에서는 노예해방으로 인해 내전까지 벌어졌었다. 사실 대장동 개발따위 하지 않았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었다. 아니 개발을 하되 그냥 하던대로 손대지 않았더라면 논란 또한 없었을 것이다. 개발을 하다 보니 이해가 뒤엉키고 그를 정리하다 보니 흔적이 남게 된다. 심지어 5500의 개발이익을 환수했다는데 고작 터널 짓고 육고 놓고 하는 일에 쓰인 것 아니냐며 왜 시민 개인에게 이익을 나누지 않았냐며 욕하는 놈들까지 있다. 그에 비해 이낙연이 들을 욕이라고 해봐야 당대표가 되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정도다. 무언가를 하려 했던 추미애에 비해 그래서 책잡힐 일도 없다. 검찰개혁으로 욕하겠는가? 언론개혁으로 트집잡겠는가? 재난지원금은 홍남기가 대신 욕을 다 먹고 있는 중이다.

 

비난한 거리가 없는 후보를 찾는다면 어디 갓태어난 아이 하나 데려다 후보로 삼으면 될 것이다. 승려들도 가족을 버리고 출가한 것을 문제삼을 수 있고, 신부들 또한 가족이 아닌 신앙을 선택한 점을 어떤 이들은 잘못이라 여길 수 있다. 하다못해 우리집 고양이도 그동안 가출한 전력에, 치킨 훔쳐먹은 전과에, 망쳐버린 물건들까지 따져보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비난할 거리가 없는 대신에 뭘 할 수 있겠는가? 뭘 잘하는가? 뭘 잘 해 왔는가? 이낙연의 문제다.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책잡을만한 무엇도 없을 만큼 해 낸 일들이 없었다.

 

총리시절에도 정작 앞장서서 뭔가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 총리시절에 지지율이 그리 높았었다.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지켰었다. 그래도 되었었다. 책임은 대통령이 대신 지고 일은 장관들이 대신 했었으니까. 하지만 대통령은 바로 그 총리 위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국가와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약속하고 그를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뭘 하겠다고? 뭘 했었다고? 그러니까 뭘 기대하면 된다고?

 

이낙연을 지지한다는 놈들도 대답하지 못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낙연이 대통령이 된다면 뭐가 달라지는가? 뭐가 더 나아지겠는가? 검찰개혁이든 언론개혁이든 사법개혁이든 이낙연이 대표로 있는 동안 민주당이 주도해서 이루어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보다 더 힘이 강했을 180석 여당의 대표가 되어 아무것도 안했는데 대통령이 되면 뭔가를 할 수 있을까? 그에 비해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재명은 그동안 시장으로서 도지사로서 보여준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욕할만한 것들이 있는 이재명과 그조차도 없는 이낙연 사이에.

 

덕분에 지금 미쳐 날뛰고 있는 중인 것이다. 민주당과 시민사회사이의, 민주당 계열 인사들과 민변과의 끈끈한 우호와 협력의 역사마저 기득권과 부패의 관행이라며 비난할 수 있는 건 바로 그래서다. 민주당 지지인사들을 비난하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스피커들을 부정하고, 대안이 국민의힘의 홍준표라는 사실에 그냥 웃고 만다. 민주당과는 함께 갈 수 없다. 민주당은 버리고 가야 한다. 그들이 내린 결론이다. 바로 이낙연과 그 지지자들의 수준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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