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파업 때문에 덩달아 바빠져서 뉴스를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더니 그새 심상정 이 씨발년이 또 커밍아웃을 했네? 한일관계 안좋아진 게 다 한국 정부 때문이라고? 강제징용과 위안부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가 원인이 되었단다. 그러니까 자기는 반일감정 이용하지 않겠다. 어이없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더라. 하지만 나는 당연하다 여겼다. 벌써 20년이 넘었다. 자칭 진보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들을 거의 주입당하듯 들었던 것이다.

 

자칭 진보 하나는 그러더라. 국가간 조약에 의해 합병되었으니 조선총독부야 말로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었겠는가. 임시정부는 그저 정부를 참칭하는 괴뢰집단이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정부는 조선총독부를 계승하고, 나아가 만일 당시 독립운동가들만 아니었다면 자신들 역시 일본인으로서 경제대국 일본에서 풍요와 자유를 누리면서 살 수 있지 않았겠는가. 거짓말 같지만 진짜다. 오키나와를 예로 들면서 독립운동가들이 독립하겠다 난리만 피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잘살고 저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었다. 당연히 한국민족이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이기 때문이다.

 

일본민족이 한국민족을 침략하여 식민지로 삼은 것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국가가 한국이라는 국가를 상대로 외교를 통해 병합을 이루어낸 것이다. 그러므로 경술강제병탄은 일본민족과 한국민족의 문제가 아닌 단지 당시 일본정부와 대한제국 정부의와 관계에서 일어난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 책임을 일본민족에게 묻는 것은 옳지 못하고, 태평양전쟁으로 단절된 현재의 일본정부에 묻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한 모든 착취와 약탈과 유린은 그것을 행한 당사자 개인의 문제일 뿐 일본정부와 일본국민들에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래서 말했을 것이다. 재작년 정의연 논란 당시 어째서 자칭진보가 정의연 공격에 오히려 앞장서며 박근혜의 위안부협상마저 옹호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기 때문이다. 사실 자칭 진보는 정의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피해자들을 민족의 꽃으로 만들려 한다 그랬었다. 피해자들은 단지 개인인데 그 피해자들에게 민족이라는 굴레를 씌우려 한다며 비난하고 있었다. 개인 대 개인이어야 한다. 그래서 위안부문제에서 일본정부의 책임은 뒤로 빠지는 것이다. 군대에서 매춘부를 필요로 했고, 그래서 정부에서 매춘부를 조달하려 했으며, 중간에서 매춘부를 조달하고 관리한 당사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사수는 조선인 남성이었다. 그러니 이는 조선인 남성들이 책임질 남녀간의 문제이지 국가나 민족간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 개인과 그에 부역한 가해자 개인의 문제지 국가나 민족이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여성주의자들과 가까웠다. 모두가 박근혜를 버렸을 때도 오로지 여성주의자들만은 박근혜를 지키려 했었다. 그런데 위안부협상이 여성주의자들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었겠는가. 실제 위안부협상이 발표되고 재단의 구성원으로 임명된 대부분이 유력한 여성주의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젠더의 문제이지 민족의 문제가 아니다. 가해자 남성과 피해자 여성의 문제이지 국가간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면 자칫 위압부동원에 협력했던 일제강점기 여성주의 선배들에게도 책임이 돌아가거든. 김활란이 자기 제자들 정신대로 등떠밀어 보낸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위안부로 끌려간 이가 있어도 그리 보낸 놈들이 잘못이지 일제에 협력한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다.

 

친일은 죄악이 아니다. 친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당시로서는 최선이었고 정의였다. 거기에 경제대국 일본을 동경하는 비루함이 탈민족주의를 잘못 받아들인 결과가 바로 친일여성주의라는 진보의 괴물인 것이다. 괴물도 아니다. 그 뿌리가 너무 깊으니. 의외로 러시아에서 귀화한 박노자는 민족을 부정하면서도 일제강점기의 착취와 약탈에 대해 적확한 비판을 하던데 그런 정도 지능도 안되는 물건들이었다는 뜻일 게다. 그러므로 민족이 없었으므로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에 민족문제는 없는 것이고 국가간의 문제도 없는 것이고 개인만이 있을 뿐이다.

 

그 연장이다. 심상정의 말은 따라서 그동안 감춰온 속내에 대한 솔직한 토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이 이길 것이라 자신하는 탓이다. 윤석열이 이기면 다시는 친일 어쩌고 하는 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 첫 타겟이 정의연이 그랬던 것처럼 민족문제연구소가 되지 않을까. 수요집회는 당연히 폐지되는 것이고. 이미 명분은 충분히 쌓였다. 자칭 진보와 자칭 여성주의가 이용수씨를 앞장세워 수요집회를 끝낼 모든 명분을 마련해 주었다. 교과서도 바뀌지 않을까. 독립운동가들이 잘못해서 우리는 지금 일본인으로 살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이용수씨가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전했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솔직히 이제는 그다지 아무 생각이 없다. 이용수씨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 정의연의 방식에 반대해 온 여성주의자들과 수구세력과 손잡고 정의연과 윤미향을 공격하는데 앞장섰다. 그럼으로써 대신 추진하려 했던 자신의 방식이 무엇이든 정의연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는 건 그동안 수구와 여성주의자들이 추구해 왔던 위안부역사의 삭제다. 누가 과연 앞장서서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전력을 기울여 왔는가. 

 

한겨레마저 정의연을 외면하고 위안부문제를 박근혜의 위안부협상으로 갈음하려 한 이유인 것이다. 한겨레의 정체성이란, 아니 한국 진보의 정체성이란 바로 그것이었으므로. 시사기획 '창' 당시에도 일본 기자와 쿵짝을 맞추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폄훼하는데 앞장섰던 것이 바로 한겨레 기자놈이었다. 한국민족은 없다. 한국인은 없다. 한국도 없었으면 좋겠다. 솔직한 속내일지 모르겠다. 과연 지금 일본이 그리 좋기만 한 지는 모르겠다만. 솔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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