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산수 같은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회적거리두기를 시행했었다. 아니 아예 거리두기 정도가 아니라 문밖출입 자체를 금지하는 셧다운까지 실행한 나라들도 적지 않았었다. 왜? 백신이 없었으니까. 아직 항체가 충분히 생성되기 전이었으니까. 그러니 모이면 높은 확률로 걸릴 수 있고, 걸리면 또한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기에 아예 모이지 못하도록 국가가 강제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백신접종이 이루어지고 충분한 만큼 항체가 생겨난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거리두기를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나온 게 백신패스다.

 

법원에서도 인정했듯 백신을 맞으면 57%라는 높은 확률로 코로나 감염을 회피할 수 있다. 백신을 맞지 않았으면 거의 걸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백신으로 인해 감염을 회피할 수 있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는 정도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방역을 해도 좋지 않겠는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 한해서 이전보다 더 여유를 두고 거리두기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백신패스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감염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전과 같이 거리두기를 계속한다. 더불어 백신을 맞지 않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가능성이 높고,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감염되었음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한 데 모아놓는 것은 자칫 감염을 증폭시키는 매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직은 출입을 제한하자.

 

하긴 정의당은 작년부터 이미 거리두기 자체를 반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 모여도 좋다. 모여도 안 걸린다. 안 걸리고 안 뒈진다. 코로나는 거짓말이다. 코로나는 가짜다. 아니 코로나 걸리는 것도 개인의 자유다. 코로나 걸려 뒈지는 것도 개인의 권리다. 국가가 강제할 대상이 아니다. 그게 자칭진보다. 언제부터 자유의지주의가 진보의 이념이 되었을까? 자유의지주의는 원래 꼴보수들의 이념인 것이다. 자유주의와 비슷해 보인다고 자유의지주의를 떠드는 자칭진보란 그야말로 아이러니 자체일 것이다. 어차피 백신도 소용없는 것 그냥 다 코로나 걸려 뒈지게 자유롭개 내버려두지 국가가 뭘 하는 것인가. 그게 바로 심상정이 주장하고 싶은 것일 게다. 저런 놈들이 진보?

 

원래 진보란 과학이었다. 보다 첨예하고 치열한 이성과 합리의 결과물이었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겨 온 관습들에 대해 궁구하여 인간의 이성과 합리로써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과거의 인습이든 본능적인 충동과 직관의 결과이든 개인의 자유에만 온전히 맡기겠다 하는 것은 진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본능이 시키는대로 여성을 혐오하고 외국인을 증오하겠다고 하면 자칭 진보는 그것을 용인할 것인가. 외국인은 다 내쫓자 주장하는 것도 자유인 것이다. 내 몸 내 마음대로 한다고 노예로 자신을 파는 것도 자유일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현대사회는 그런 것들을 부정하는가. 그야말로 자칭진보의 자기부정인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자유의지주의, 혹은 자유지상주의는 진보가 아니다. 진보일 수 없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오로지 자유의지에만 모조리 맡기는 것은 보수에서도 상당히 극단에 있는 이념이며 사상이다. 하긴 여성주의의 뿌리가 그곳이기는 하다. 지금 한국 여성주의의 뿌리는 있는 놈들과 가진 념들을 위한 여성주의일 터다. 그들에게 가장 유리한 이념이 무엇이겠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만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일 터다. 그레 지금 자칭 진보가 주장하는 자유의 정체인 것이고. 씨발년은 그냥 씨발 버러지년인 것이다. 자칭 진보가 진보마저 포기한다. 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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