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시민단체란 한 사회에 있어 공공의 문제라 여겨지는 부분에 대해 소수의 활동가들이 나서면 동의하는 시민들이 후원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한 사회, 한 국가를 넘어서 인류 보편의 문제라 여기는 환경문제에 대해 활동가들이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하면 그에 동의하는 시민들이 후원 등을 통해 그를 지원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래서 시민단체의 힘과 영향력은 그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시민의 수와 비례한다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만 뒤집어 보면 결국 그 많은 시민들이 시민단체의 활동을 자기 돈과 시간까지 들여서 지지하고 후원까지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문제라 여기기 때문인 것이다. 이미 시민단체가 활동하기 전부터 인식하고 있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혹은 시민단체의 활동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된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결국은 시민단체가 활동을 통해 추구하는 그 방향이 자신을 위해서도 이로운 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돈까지 들여 그를 돕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단체의 활동이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를 지지하고 후원까지 하는 시민들 자신을 위한 것인가?

 

물론 대부분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은 어떤 대가를 바라기보다 그저 자기가 좋아서 그 일을 선택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또 쉽게 그만두기도 한다. 하긴 일이란 자체가 그렇다. 일 자체가 좋아서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흥미가 사라지면 바로 일을 그만둬 버리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제외한 다른 요소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그만큼 더 쉽게 그만두고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일을 찾아 떠나게 된다. 그래서 열정페이란 딱 열정 만큼, 열정을 시효로 주어지는 대가인 것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안다. 딱 더이상 만족하지 못하고 떠날 때까지만 주어지는 비용이라는 것을. 대부분 시민단체의 사정이 그렇다. 좋아서 하는 일인 만큼 대가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리고 그런 활동가들의 열정에 기대서 대부분 시민들은 아주 적은 후원만으로 그 성과들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그래서 묻게 된다. 과연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관계에서 채권자는 누구이고 채무자는 누구인가?

 

아마 시민단체를 후원한다고 해서 한 해에 2, 3천만 원 씩 후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많이 후원해봐야 한 달에 10만원 정도도 사실 대부분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에 반해 활동가들은 거의 자신들의 시간 전부를 그 일에 쏟아부어야 한다. 더구나 그 가운데 또 상당수는 자신들의 활동에 반대하는 상대편으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나서서 폭언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더 교묘하게는 소송을 걸거나, 아니면 언론을 동원해 음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을 활동가들 자신이 활동의 대가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다달이 얼마간 후원하며 생각날 때마다 잠시 자원봉사나 나가는 것은 얼마나 쉽고 마음편한 일인가.

 

그래서 묻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 정의연이, 정대협이 앞장서 온 위안부 운동이란 정대협이란 시민단체와 활동가들만을 위한 것이었는가? 대한민국이란 국가와 대부분 국민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오로지 그들만의 문제였었는가? 이용수 할머니에게도 묻고 싶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준 것 없다는데 그러면 도대체 정대협 말고 누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그렇게 그동안 자기 시간과 노력까지 들여가며 앞장서고 있었느냐고. 지금 이용수 할머니의 주위에 있는 그들이? 주위에서 듣기 좋은 소리로 자신의 편만 들어주고 있는 그들이? 무려 30년 동안 수 백 명이 넘는 피해자들을 돌보고 그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던 것은 과연 어디의 누구였는가? 그렇다면 그런 수고와 노력들에 대해 과연 한 번이라도 제대로 대가를 지급한 적이 있었는가?

 

이번에 돌아간 마포 쉼터 소장이 한 달에 고작 80만 원 받고 일했었다 한다. 현재 최저임금 기준으로 주휴수당 빼고 한달에 고작 100시간 일한 시급에 불과한 돈이다. 퇴근시간도 주말도 따로 없이 항상 할머니들과 함께 하며 받은 돈이 그 만큼이다. 그 돈 받고도 일할 사람이 쌔고 쌨다고? 있으면 한 번 정의연에 소개해 주라. 더불어 빈 건물에 상주하며 관리하면서 한 달에 120만 원 받겠다는 사람 있으면 한 번 정의연에 소개해 주기 바란다. 빈 건물인 티가 나지 않도록 언제든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게끔 항상 신경쓰고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마 윤미향 의원도 정의연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한 달에 300만원이나 받았었는지 모르겠다. 윤미향 의원의 올해 나이가 56세다. 1960년대 출생으로 대학교육도 받고 석사학위까지 있는 사람이 30년 동안 줄곧 한 가지 일만 해 왔음에도 한 해 연봉이 4천도 되지 않는다면 그마저 많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말이다. 그러면 그 알량한 돈을 받고 윤미향 의원이 그동안 해 온 일들이 어떤 것이었는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요양병원만 봐도 너무 분명한 것이다. 한 10년 전 쯤 요양병원 요양보호사들이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받았었던 모양이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루씩 교대로 일하는데도 그마저도 부족하다며 이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매일같이 정대협 직원 몇 명이서 한 때 수 백 명이 넘던 피해자들을 돌보는 일을 해왔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을 돌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다양한 활동들도 해 나가야 했었다. 그렇게 피해자들을 위해서 30년을 하루같이 위안부운동을 해왔는데 고작 통장에 3억 있고, 2억짜리 아파트를 샀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적게 받고 더 없이 살면서 위안부운동을 했어야 했다. 그래서 그리 하라면 당신이 하겠는가? 그리 주장하는 자신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설사 위안부 피해자 자신들이라 할지라도 감히 그렇게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아무리 자기 좋아서 한 일이라지만 사람의 가치란 고작 그것 밖에 안되는 것인가?

 

그러고보면 공통점이 있다. 이번 정의연 논란에서 윤미향 의원의 재산을 가지고 문제삼는 대부분이 노동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고 무시하던 이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와 경향, 그리고 정의당이 윤미향 의원을 비판하는 입장에 섰던 점도 주목해 볼 만하다. 어느 개인이 한 가지 분야에서 30년 동안 한결같이 일해 왔다면 과연 3억도 안되는 집과 3억이라는 현금이 그렇게 문제가 될 만큼 많은 재산인가 하는 것이다. 혼자서 번 것도 아니고 남편도 따로 지역신문사를 차려서 사업을 하고 있었던 터였다. 간첩사건 보상금으로 2억 넘는 돈을 받았다는데 딸의 유학자금으로 얼마를 썼다는 이야기 역시 없었다. 아니 다 떠나서 그래서 시민단체 하면서 집 사고 돈 억 대로 모았으니 문제다? 그러면 시민단체가 아니면 어떨까? 그러니까 시민단체에서 공공을 위해 일하려면 무료로 봉사해야 한다. 돈있는 놈들만 시민단체 하겠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수고를, 노력을 그 자체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건 모두 공짜다. 노동자의 노동력이 공짜인 것처럼. 저런 놈들을 진보라 하는 자체가 진보에 대한 모독이다.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대부분 시민들이 고작 얼마간의 기부금과 자원봉사만으로 소수 활동가들이 바치는 대부분 수고와 노력에 기대고 있는 구조인 것이다. 시민들이 후원하는 얼마간의 기부금이나 자원봉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소수 활동가들의 수고와 노력에 기대어 그 결과까지 함께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 빚을 지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그래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서도 좋게 볼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뭘 얼마나 해주었다고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에 대해 빚을 갚으라, 아니 오히려 원수를 갚겠다 저리 난동을 부리는 것인가 말이다. 원래 자신들 것이었는가? 처음부터 자신들 것이었는데 정의연이, 활동가들이 그에 기생해 온 것이었는가? 위안부 피해자들이 지금껏 받고 누려 온 모든 것들이 누구의 수고와 노력에 의해 권리처럼 보장되었는가? 그런데도 자기들 생각과 요구와 맞지 않으니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그리고 그 말을 쫓아 모두가 정의연 잘못했다.

 

그래서 해체하라 주장한 것이다. 고마운 것을 모른다. 소중한 것을 모른다. 정의연이 사라져봐야 안다. 수요집회가 중단되어 봐야 안다. 그래서 만족한다면 오히려 그쪽이 처음부터 맞았던 것이다. 시민단체의 노력과 수고는 공짜가 아니다. 얼마간의 기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희생과 헌신의 결과인 것이다. 나라면 할 수 있을까? 나더러 그 돈 받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일하라면 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도 고작 80만 원 받으며 개인의 생활조차 없이 헌신해 온 쉼터 소장의 죽음마저 모욕하려는 이들이 있다. 그를 또한 오히려 비판해야 할 자칭 진보들이 방관하며 부추기기까지 하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모욕을 당해야지만 그들의 그동안 활동은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일까? 

 

기부금을 냈으니 정의연의 활동까지 자신의 소유여야 하는 것이다. 기부금도 안 냈고 자원봉사도 안했지만 그동안 지지해 왔으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니 한 번도 지지한 적 없고 오히려 반대만 해왔지만 대한민국 국민이고 시민이기에 정의연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생각과 내 마음과 같지 않으니 너희들은 죄인이다. 단지 단죄되어야 한다. 나라면 못 견딘다. 역시 윤미향 의원이나 정의연 활동가들이나 정신적으로 매우 강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래서 더 걱정이기도 하다. 그 강함이 어느 한계를 지나면 파열로 이어질 수 있기에.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한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자신의 시간과 재능과 노력을 모두 활동에 기부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곳에서 모두를 대신해서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념을 떠나서 사실이다. 명백하게 드러난 부정이 없다면. 그래서 과연 드러난 실제 범죄나 불법이 있기는 한 것인가. 그저 일방적으로 정한 자기들의 기준에 맞지 않으니 틀렸다, 잘못되었다. 다 의미없어진다. 언론은 똥이다. 시민도 똥이다. 심정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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