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언제나 그래왔었다. 수구정당에 대해서는 비판하되 분노하지 않는다. 민주정당에 대해서는 비판은 않더라도 항상 분노를 넘어 증오의 감정을 드러낸다.

 

지난 이명박근혜 시절을 떠올려본다. 당시 정부와 여당의 수많은 잘못들에 대해 자칭 진보들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가. 심지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서조차 분노의 감정보다 이런 사실들이 있었고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문제라는 식의 비판들이 주를 이뤘었다. 아무리 그래도 박근혜는 죽어야 하고 새누리당은 망해야 한다는 식의 감정표현을 자칭 진보들에게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반면 지금은 어떤가?

 

이명박에 대해서조차 공과를 이야기하며 유죄판결에 대해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내던 자칭 진보들이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땠을까? 대놓고 죽으라 말하던 것이 바로 한겨레였었다. 퇴임한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물어뜯으려 했던 것이 심상정이었었다. 그래서 지금 자칭 진보 가운데 누가 박근혜에 대해 그 정도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가.

 

홍세화, 김규항, 강준만 등 자칭 진보지식인들이 당시 정부를 비판하던 논조들을 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자칭 진보들이 수구정당의 범죄와 부정, 비리 등을 비판하는 태도들을 보라. 그와 비교해서 민주정부 인사들의 잘못이 얼마나 더 크길래 도덕적 파산상태라며 존재해서는 안되는 정부고 정당이라는 판단까지 나오는 것일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발언을 아예 대놓고 공개적으로 했던 정치인도 있다. 시장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서 부동산투기를 하고 무상급식을 막겠다며 시장자리까지 걸었던 인간도 있다. 자녀 입시비리에, 대가성으로 고가의 아파트까지 받아서 치부하고 차익을 챙긴 인간도 있다. 그런 사람들보다 조국이 더한 악인이다. 사모펀드는 사실상 무죄가 나왔고 단지 인턴증명서와 표창장에서 거짓이 있다고 판사가 판단했을 뿐인데 위의 내용들보다 진보적 관점에서 더한 죄악들인 것이다. 그래서 지지한다.

 

김학의가 출국금지당한 억울함에 분노하면서 박원순을 아직까지 물어뜯는 그들의 기준은 무엇인가? 김학의의 인권에 대해서는 냉정할 수 있어도 박원순에 대해서는 냉정해질 수 없다. 김학의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객관적일 수 있어도 박원순의 피해자라 주장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객관적일 수 없다. 주호영의 성추행 고발에 대해서는 어째서 끝까지 침묵했던 것일까? 윤미향의 2억 아파트에 그토록 분노하던 기준이 어째서 박형준의 수십억 아파트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 환경부장관의 블랙리스트라 주장하는 문건에 대해 분노하던 그 기준을 어째서 윤석열의 판사사찰이나 박형준의 민간인사찰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것인가? 이해한다. 윤석열이나 박형준이나 문빠를 걸러내려는 선의로 그런 것이었다. 설마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자칭진보도 수구정당이나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을 때로 하기는 한다. 명백한 사실들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보도도 하고 지식인들이 논평도 한다. 다만 거기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절대 있어서 안되는 일들이 일어났다는 분노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식인으로서 이성과 냉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어째서 민주당에 대해서는 아닌 것인가? 작은 꼬투리까지 잡아서 민주당을 존재해서는 안되는 정당으로 몰아간다. 그러니까 중대재해법 자체를 반대한 국민의힘이 내용은 후퇴했지만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보다 더 옳고 더 정당하고 노동존중의 정당으로까지 여겨지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자체를 반대하는 국민의힘보다 내용의 후퇴를 고려하는 민주당이 더 소수자를 차별하고 있다. 결론은 수구정당은 그래도 된다.

 

위의 문장에 답이 있는 것이다.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거악이 일어난 것이지만 수구정당의 경우 그럴 수 있는 일들이 그럴만하게 일어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노무현은 죽으라 등을 떠밀면서 이명박근혜는 동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들은 그래도 된다. 민주당은 그래서는 안된다. 민주당 국회의원 윤미향은 2억짜리 아파트도 문제가 되지만 국민의힘 박형준은 40억짜리 아파트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23억의 부동산 차익도 그냥 뉴스로 보도할 거리나 될 뿐이다. 조국이라서 문제인 것이지 박형준이나 나경원이라면 무슨 문제가 될 것인가. 민주당에 분노하니 진보인 것이지 국민의힘에 분노하려 진보인 것은 아니다.

 

그러고보면 자칭 진보들이 이명박근혜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정부와 반대편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우받으면서, 그렇다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비난받을 일도 없었다. 수구지지자들이 김규항이나 홍세화 등의 이름에 대해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뼛속까지 국민의힘 지지자인데 강준만의 이름도 잘 모른다. 왜? 자기들을 아프게 공격한 적이 없었으니까. 진보지식인이라고 대우받으면서 정작 위험할만한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민주당 지지자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상처를 입어야 한다. 그래도 상관없다.

 

지난 정부들에서 한겨레나 경향 같은 자칭 진보언론들이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인 것이다. 한겨레나 경향이 과연 손석희의 JTBC처럼 심지어 민주개혁진영 안에서라도 영향력을 가진 적이 있기는 했었는가. 영향력은 아니더라도 신뢰를 받은 적이 과연 있었는가. 한 일이 없다. 파편적인 사실보도를 제외하면 지금처럼 대놓고 정부와 싸우겠다고 각을 세우지는 않았었다. 수구정당은 그래도 되지만 민주정당은 그래서는 안된다. 딱 조선일보의 논리다.

 

가덕도 신공항마저 4대강과 빗대는 저들의 엄격함을 보며 새삼 떠올린다. 저놈들은 그냥 적이다. 그냥 적과 한패인 것이다. 아직도 같은 편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그래서 어이없는 감정마저 느끼게 된다.

 

검찰이 라임으로부터 접대받은 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고 단지 검찰이 수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부와 여당은 라임이라는 폭탄을 내재한 것이다. 자칭 진보 벌레들의 논리다. 벌레는 뇌가 없다. 차라리 그래서 무해한지 모른다. 더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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