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게 원래 그렇더라. 안 될 일은 어떻게 해도 안되고, 될 일은 가만히 둬도 된다. 단, 전제가 있다. 일단 해야 한다. 하고 나서 그 다음에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번에 운도 좋게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인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이력서부터 넣었다.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덜컥 합격해서 채용되었다. 그리고 두 번의 계약연장 끝에 2년만에 무기계약직 뽑는다기에 바로 지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더 오래 일하고 일도 잘하는 다른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내가 되고 말았다. 이게 웬 일? 오죽하면 한 일주일은 실감을 못하고 있었다.

 

결론은 뭐냐면 이력서라는 것이다. 지원서라는 것이다. 일단 넣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고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하고 나서 그 다음을 생각해야지 하기도 전에 그 다음을 걱정해서는 될 일도 안되는 것이다. 실제 주위에 어차피 안 될 거라며 아예 지원 자체를 하지 않았던 사람도 몇 된다. 부러워하더라. 지원만 잘했으면 내가 아닌 그 사람들이 무기계약직이 되었을지 모르는데.

 

서울시민이 아니라 이번 보궐선거에는 투표권이 없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말하게 되는 것이다. 선거에 이기고 지는 것은 일단 투표부터 하고 난 다음에 결과를 보면 아는 것이다. 질 줄 알고 투표하지 않으면 진짜 진다. 이길 것이라 여기고 투표하면 실제 이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지 모른다.

 

자칭 진보 새끼들 또 지랄거릴 것을 예상한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당시 자칭 진보들의 구호였다. 투표하지 말자. 누가 되든 똑같으니 기권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드러내자. 아마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더 선명하고 더 순결하고 더 정의로운 어떤 주장을 가지고 투표가 무용함을 주장하는 놈들이 - 아, 벌써 몇 놈 보이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선거에서 지고 난 다음에 대해서는 절대 책임따위 지지 않는다. 기권한 건 유권자 자신일 테니까.

 

투표하면 이긴다. 투표하지 않으면 진다. 선거에서 거의 유일한 진리일 것이다. 이긴다고 생각하고 투표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선거는 기세다. 흐름이다. 그것을 어떻게 만드는가. 바로 옆동네인데도. 아무튼 잘 하기를. 부디.

+ Recent posts